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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마운드의 '스마일' 김광현의 도전 & 열정

등록 2020.09.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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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마운드의 '스마일' 김광현의 도전 & 열정

[서울=뉴시스] 문성대 기자 = 올해 32세, 투수로선 적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이며 한국이 아닌 미국 메이저리그(MLB) 그라운드에 서 있다. 2007년 신예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 지 13년 만이다.

 류현진이 2006년 혜성 같이 나타나 KBO리그를 흔든 그 이 듬해인 2007년 김광현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좌완 강속구에 각이 좋은 슬라이드를 갖고 있어서 주목을 받았고, 곧 잠재력을 터뜨렸다.

2007년 아시아 야구 대항전인 '코나미컵'에서 김광현을 본 오치하이 히로미쓰(주니치 드래건스) 감독은 "김광현이 19살이라고 들었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향후 한국의 국가대표가 될 재목이다"고 극찬했다.

'야신'이라 불린 김성근 감독 역시 김광현과 함께 하면서 SK 와이번스의 왕조시대를 열었다.

김광현은 류현진, 윤석민 등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했다.

김광현은 어린 시절부터 탄탄대로를 달렸다. SK라는 막강한 팀에서 일찍 우승을 경험했고, 국제대회에서도 한국의 주축 투수로 명성을 쌓았다.

늘 긍정적인 모습으로 훈련과 경기에 임했고, 웃음이 함께했다. 제구, 구위가 안 좋을 때는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기분이 좋을 때, 부상에서 복귀해 부활한 모습을 보일 때, 원하는 공으로 타자를 요리할 때는 아이처럼 펄쩍 뛰었다.

그만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선수가 김광현이었다. 그 감정은 상승효과를 발휘했고 KBO리그 최고 투수 중 한명으로 군림했다.

그에게 가장 우울했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김광현은 예전부터 메이저리그를 동경했다. 그러나 2014년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자, 빅리그행 꿈을 잠시 접었다. 상실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라이벌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통했다. 그러나 비슷한 수준으로 생각했던 김광현은 빅리그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KBO 최고의 우완 투수였던 윤석민 역시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한국으로 복귀했다. 메이저리그가 보는 류현진과 김광현, 윤석민의 실력차는 존재했던 것이다.

때문에 김광현의 도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적지 않은 나이, 다양한 부상 경력도 있었고, 제구력, 경기운영 등 류현진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 전역을 덮었다. 오랜 시간 미국에 머물면서 컨디션 조절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개막 후 김광현은 예상을 뒤엎었다.

마무리로 나선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선발로 전업한 후 특유의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면서 미묘한 웃음을 지었고, 타자와 상대할 때 처음 보는 신기한 장난감을 만지 듯 연신 즐거운 웃음을 보였다.

웃음 속에 감춰진 빠른 템포의 투구 속에서 나오는 완급조절, 타자의 리듬을 무너뜨리는 공격적인 피칭은 SK 황태자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여전히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에 비중이 높지만, 커브볼과 체인지업을 적적히 활용하고 있다. 커터의 움직임을 보이는 포심패스트볼을 비밀병기로 보여주기도 했다. 타자의 안쪽과 바깥쪽을 끊임 없이 공략해 범타를 이끌어내는 장면은 메이저리그에서 제구력 장인으로 손꼽히는 류현진을 연상케 했다.

그는 진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낯선 팀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를 성과로 보여줬다.

김광현은 10월1일 샌디에이고 파다리스와의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선발투수의 중책을 맡았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김광현이 그동안 잘 던져줬다"며 원투펀치 잭 플래허티와 애덤 웨인라이트를 제치고 1차전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김광현은 어린 시절 훈련을 통해 150㎞대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게 됐고, 현재 과거의 구속은 없지만 자신만의 패턴을 만들어가며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김광현의 야구에 대한 열정을 본 올해, 그의 미래가 더욱 기대 되기 시작했다.

"마운드에서 솔직하게 감정 표현하는 것이 미국 팬들에게 낯설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나만의 시그니처라고 인식됐으면 한다.", 김광현다운 솔직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그의 시그니처 웃음을 기대해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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