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공동조사' 김정은 결론은…'박왕자 사건' 전례 답습할까

등록 2020.09.28 15:57:56수정 2020.09.28 16:09:3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공동조사 응한다면 金 사과 진정성 뒷받침

통지문 허위 판명되면 北 최고지도자 타격

금강산 피격 사건 당시 공동조사 거부 전례

당 창건일 준비 등 대외 행보에 여력 없기도

이례적 대응 감안시 파격 가능성 배제 못 해

[연평도=뉴시스] 최진석 기자 = 피격 공무원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6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귀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09.26. myjs@newsis.com

[연평도=뉴시스] 최진석 기자 = 피격 공무원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6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귀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09.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북한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이 북한군에 피격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요청한 남북 공동조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이 공동조사를 수용해 진상규명 의지를 재차 보인다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현 국면이 진정된 이후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동력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남북 당국은 이번 사건의 실체와 관련해 서로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시신 훼손 여부다. 국방부는 북한이 시신을 불에 태웠다고 보고 반인륜적인 만행을 저질렀다고 규탄했으나 북한은 부유물만 태웠다고 주장했다.

사살 명령을 내린 주체에 대해서도 군은 북한 해군 상부 지시로 결론내렸지만 북측은 단속정장의 결심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군은 실종 공무원의 월북 의사 진술이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북측은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북한이 진정성있는 태도로 사안을 해결하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넘어 엇갈린 주장의 진위를 검증하고 시신을 수습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이 27일 오후 청와대 대브리핑 룸에서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9.27.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이 27일 오후 청와대 대브리핑 룸에서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9.27.   [email protected]

특히 군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공동조사를 제안한 데는 이번 사건이 촉발한 국민적 공분을 가라앉히고 장기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북한이 조사를 수용해야 한다는 정치적 촉구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 남측 내 악화된 대북 감정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이례적인 사과를 방패 삼아 책임있는 후속 조처에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공동조사를 수용하기 힘든 이유가 더 많다. 북한이 사건의 파장을 고려해 사실과 다르게 각색한 전말을 발표한 것으로 판명날 경우 역풍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더구나 김 위원장이 이번 사건을 통감하며 미안하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최고지도자가 도덕적 비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북한으로서는 그런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동조사를 피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인천해양경찰이 26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A(47)씨의 시신과 소지품을 찾는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인청해양경찰서 제공) 2020.09.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인천해양경찰이 26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A(47)씨의 시신과 소지품을 찾는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인청해양경찰서 제공)  2020.09.26. [email protected]

북측 발표의 신빙성에 대한 의구심은 풀리지 않고 있다. 바다에서 30시간 이상 표류한 어업지도원 A씨가 북한군의 단속 명령에 불응하며 도주하려 했다는 설명이 대표적이다. 구명조끼를 입은 시신이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점도 미스터리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사람까지 태웠다고 하면 국제적으로 북한의 이미지가 아주 나빠지고 김 위원장이 아주 나쁜 이미지를 뒤집어쓴다"며 "아마 파급 효과를 우려해 축소 보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방역에 극도로 민감한 북한 사정을 고려해 이번 공동조사가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남과 북이 각각 발표한 조사 결과"로 사실관계를 밝히고, "이를 위한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을 복구"를 요청한 부분이다.

그러나 북한은 자국 영토 내에 남측 인원이 들어오는 것 자체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북한은 지난 27일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조류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두고 있다"며 시신 인도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남측 해경 등에 시신 수색 과정에서 북측 영해를 침범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우리측 인원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서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북측 기준으로는 영해에 해당하므로 들어오지 말라는 얘기다. 북한이 1999년 영해 설정 기준으로 삼은 해상군사분계선은 NLL 남쪽 수역에도 내려와 있다.

정 수석부의장은 이와 관련 "북한은 자기네 해역에 들어오는 것도 싫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사람은 태우지 않은 관계로 어디 떠내려가고 있을 것이다. 찾으면 돌려줄 방법까지 지금 연구하고 있다'고 얼버무리고 있다"며 "공동 조사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당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사고 경위가 명백하다"면서 "남측이 조사를 위해 우리측 지역에 들어오겠다고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허용할 수 없다"며 우리측의 공동조사를 거부한 전례가 있다. 

[연평도=뉴시스] 최진석 기자 = 26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옹진군 마을에 선전문구가 보이고 있다. 2020.09.26. myjs@newsis.com

[연평도=뉴시스] 최진석 기자 = 26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옹진군 마을에 선전문구가 보이고 있다. 2020.09.26. [email protected]

북한이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10월10일)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 점도 공동조사 성사 가능성을 낮춘다. 태풍 피해 복구, 열병식 준비 등을 바쁜 상황이라 대외 행보를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직접 사과하는 전례 없는 대응 태도를 감안하면 남북 공동조사 요청에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 지속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남북 대화 여지를 닫지 않기 위해 이번 사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면, 과거 유사 사례 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번 사건 후속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다.

정부가 남북 공동조사단 파견과 같은 현장조사 방식이 아니라 각자 조사한 내용을 공유하는 일종의 타협책을 띄운 대목도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해볼 만한 요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