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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피살 공무원 친형 "빚·가정사로 '동생 월북' 프레임 몰아"(종합)

등록 2020.09.29 16: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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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 전 취재진 만남

"북한군이 총 겨누는데 말 안했겠느냐"

"빚 2억6천만원 몰랐다…들은 적 없어"

"서민들은 다 월북하나…나도 빚 있다"

"해경청장 사과 및 대면요청 공식 요구"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 A씨의 형 이래진 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외신 기자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9.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 A씨의 형 이래진 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외신 기자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9.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심동준 정윤아 기자 = 북한 해상에서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어업지도원)의 형이 '동생은 월북했다'는 29일 해경 발표 대해 "충분한 조사도 없이 단정했다"고 반발했다.

실종 공무원 A(47)씨의 형인 이래진씨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씨는 "(정부는) 동생이 실종이 아닌 자진월북으로 몰아간다"며 "하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두 번이나 있을 땐 가만히 있었다. 동생은 북측의 NLL에서 불과 0.2마일 해상에서 체포돼 죽음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오늘 해경의 발표는 허구"라며 "발표 전 현장조사와 시뮬레이션을 통한 방법들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뭐가 급한지 다시 월북이란 프레임을 씌웠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월북 근거로 드는 구명조끼, 슬리퍼, 부유물에 대해 "기초적인 내용물이지 수단이 아니다"라며 "제가 그간 말했던 골든타임은 해상표류 30시간과 북한에 체포된 6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해경이 역시 A씨의 월북 근거로 밝힌 '북한 측이 신원 파악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동생은 21~23도의 물속에 36시간 잠겨있었다"며 "연약한 사람은 1시간만 지나도 죽는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사람이 북한에 체포돼있는데 묻는 말에 그 말을 안 하겠느냐. 총을 겨누고 있는데 진실을 말하겠느냐 거짓을 말하겠느냐"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군과 해경은 동생이 이미 22일 월북했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있다"며 "자꾸 동생의 채무와 가정사를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대한민국 서민 50~60%는 전부 월북해야 하느냐. 저도 빚 있고 삼성도 빚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동생은 죽기 이틀전까지 저와 통화를 했지만 그 어떤 월북 징후나 말을 하지 않았다"며 "제가 (과거에) 중국 불법 어업단속을 TV로 보고 물었더니 '저는 평생 공무원으로 일 마칠거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만약) 동생이 월북 의사를 밝혔는데 살해했겠느냐"며 "월북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기자회견 시작 직전 취재진과 만났을 때도 같은 이같이 주장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 A씨의 형 이래진(가운데)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외신 기자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9.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 A씨의 형 이래진(가운데)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외신 기자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9.29. [email protected]

이씨는 "오늘 해경 발표는 상당한 큰 실수를 하지 않았나 싶다"며 "보통 범죄구성에서 갖춰야 할 기승전결에서 기승전은 없고 결만 가지고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최소한 사건 현장조사를 하고 그 다음에 표류에 관한 시뮬레이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월북이라고 단언, 단정해버렸다"며 "이 부분에 대해 해경청장의 사과와 대면요청을 공식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저도 해경 못지 않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고 해경이 수사를 개시한지 몇일도 안됐는데 마치 동생이 무시무시한 월북자인 것처럼 발표했다"며 "해상전문가와 저와 동생의 죽음에 대해 대담을 하든지 국민들 앞에서 토론을 진지하게 하고 싶다"고 요구했다.

이어 "돈 없는 국민들, 서민들의 명예훼손을 국가기관이 스스로 하고 있다"며 "민주국가이자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그러면서 A씨가 인터넷도박 빚이 2억6천여만원 있었다는 해경 발표 내용에 대해 "몰랐다"며 "동생이 그런 부분을 이야기 안했다"고 했다.

한편 해경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A씨와 관련, 군 당국으로부터 확인한 첩보자료와 표류 예측 분석 결과 A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해경은 "실종자는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며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이름, 나이, 고향, 키 등 신상정보를 북측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고, 그가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 등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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