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르포]명절에도 코로나19 비상근무…"누군가는 해야 할 일"

등록 2020.09.30 13:20:4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추석 연휴에도 일하는 공무원·의료진

이번 명절은 '큰 며느리' 아닌 '선별진료소 근무자'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추석연휴 첫날인 30일 오전 8시50분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공무원들이 선별진료소 운영 준비를 하고 있다. 2020.09.30. iambh@newsis.com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추석연휴 첫날인 30일 오전 8시50분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공무원들이 선별진료소 운영 준비를 하고 있다. 2020.09.30.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추석 연휴를 잘 넘겨서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기만 바랄 뿐입니다."

추석연휴 첫날인 30일 오전 8시50분 경기 수원시 영통구보건소 선별진료소. 파란색 수술복에 마스크, 헤어캡, 페이스실드까지 쓴 보건소 소속 공무원들이 분주하게 진료소 운영 준비를 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풍성한 한가위는 이들에게 먼 이야기다. 코로나19 비상근무로 영통구보건소 직원 모두가 황금연휴 5일 중 이틀 이상을 근무한다. 언제, 어디서 확진자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의료진 포함 선별진료소 근무자는 모두 8명. 여기에 확진자 역학조사, 자가격리자 모니터링, 환자 이송, 해외입국자 관리까지 연휴에도 하루 24명이 근무한다.

집단감염 발생 등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비상대기조까지 짜여 있어 맘편히 쉴 수도, 멀리 갈 수도 없다. 고향 방문은 꿈같은 이야기다.

고생스러운 명절 근무에도 이날 수원시영통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만난 공무원과 의료진들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며 묵묵히 각자의 일을 해내고 있었다.

현장에서 검사자들을 안내하고 있는 이명식(56·여) 영통구보건소 치매관리팀장은 한 집안의 큰 며느리이기도 하다.

평소라면 명절음식을 만들며 일가친척을 맞을 준비를 했겠지만, 이번 명절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코로나19 비상근무를 한다. 그래도 가족들이 명절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전날 밤부터 명절음식을 만들어놓고 출근했다.

이 팀장은 "이번 명절은 우리가 아는 명절과 많이 다르다. 일가친척이 모두 모여 마음 편히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는 다음 명절을 기대하면서 이번 명절은 차례도 지내지 않고, 친척들도 모이지 않도록 했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설 명절 이후 주말·휴일 없이 근무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오히려 명절을 '쉬는 날'이라는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두려움은 있다. 각자 가정이 있고, 혹여나 가족에게 전염될까 걱정한다. 그래도 서로 격려하며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혜정(37·여) 주무관은 "보건소에서는 언제든 확진자와 접촉할 수 있다 보니 가족이 가장 걱정된다. 퇴근하는 엄마가 반갑다고 달려와 안기는 4살 아이를 안아줄 수 없을 때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명절에 수십만 명이 제주도로 향한다는 뉴스를 보면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다. 광복절 이후처럼 코로나19가 재확산될까 봐 걱정돼 밤에 잠도 안 온다"며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때까지 시민들이 조심하고, 방역수칙 준수에 협조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추석연휴 첫날인 30일 오전 9시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공무원이 검사자가 앉았던 의자를 닦고 있다. 2020.09.30. iambh@newsis.com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추석연휴 첫날인 30일 오전 9시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공무원이 검사자가 앉았던 의자를 닦고 있다. 2020.09.30. [email protected]


지난 3월부터 선별진료소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이향주 이향주내과 원장은 이번 연휴 5일 중 4일을 이곳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보건소 소속 의사가 2명뿐이라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 원장은 선뜻 손을 보탰다.

이 원장은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아서 다른 의료진들께 휴식을 드리고 싶어서 근무하겠다고 했다. 하루 쉬는 날에 가족들과 만나 식사하면 된다"라며 유쾌하게 웃어 보였다.

이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피해갈 수 없는 코로나19에 함께 맞서 싸우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이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큰일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시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온 강모(62)씨는 연휴에도 나와 고생하는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씨는 "명절에 쉬지도 못하고 나와서 고생하시는 것을 직접 보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일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K방역이 전 세계로 알려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확진자 발생에 대비한 감염병 전담병원과 생활치료센터도 연휴 기간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경기도는 모두 16개 병원에 확진자 치료병상 670개를 확보하고 있다. 또 경기수도권2 생활치료센터와 제3,4,5호 생활치료센터 등 4곳을 운영한다. 

각 생활치료센터에는 도 공무원, 소방대원, 군인, 경찰, 의료진 등 80여 명의 인력이 근무하며 환자를 돌본다. 도 소속 공무원들은 각 생활치료센터에 2주씩 돌아가며 근무한다. 2주 동안 외부로 나가지 못하고 센터에서만 지내 명절에 가족과 만날 수도 없다.

제5호 생활치료센터장으로 근무 중인 라호익 도 운영지원과장은 "추석 연휴에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할 예정이어서 센터에 들어오기 전에 혼자 사시는 아버지를 미리 뵙고 왔다. 생활치료센터 안에서만 지내야하다보니 전혀 명절같지 않다"고 말했다.

라 센터장은 "여기서 지내보니 방 안에 격리된 확진자분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힘드실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방역 고비라는 이번 명절을 잘 버텨내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분들이 없길 바란다"라며 확진자들을 걱정했다. 

한편 경기도는 추석 연휴 5일 동안 14개 실국 27개 반 1151명이 동원돼 방역대책반을 운영하며, 24시간 비상대응 체계를 유지할 방침이다.

연휴기간 이용 가능한 선별진료소 정보는 시·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