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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점주들, 거리두기 고통…"추석이요? 기대 안해요"

등록 2020.10.01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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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운영중단 권고·명령 대상 PC방

컴퓨터 리스해 운영하던 업체 폐업 늘어

"월세·리스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추석 영업 가능…"여전히 제재 사안 많아"

"매출 10~20%만 올려도 다행…기대 없다"

정책 비판도 "금지 수칙 이해할 수 없어"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고위험시설로 일시 지정됐던 PC방의 운영이 재개된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의 한 PC방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쓰고 자리에 앉아 있다. 2020.09.14.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고위험시설로 일시 지정됐던 PC방의 운영이 재개된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의 한 PC방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쓰고 자리에 앉아 있다. 2020.09.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지원금이라도 빨리 나왔으면 어머님 용돈이라도 드릴텐데."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운영중단 권고·명령, 강도 높은 방역수칙 등을 겪어온 한 PC방 점주는 최근 뉴시스와 만나 소상공인을 위한 '새희망자금' 조차 추석이 지난 후 받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위험시설'로 지정됐다 최근 해제된 PC방 점주들은 추석 당일인 1일 상당수 문을 열었다. 원래 명절 당일은 '대목'으로 통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미성년자 출입금지 등으로 손님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추석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에서 9개월째 PC방을 운영한다는 강모(27)씨는 "지난 설에는 매출액이 약 80~90% 정도 올랐었다"면서 "그런데 올 추석은 10~20%만 오른다 해도 많이 오른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정부가 영업을 풀어줬지만, 사실 열어봤자 거의 적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8월 중순 PC방이 운영 중단 업종에 들어가 약 한달 간 문을 닫았을 때 대부분의 손님이 떠났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자주 오던 손님과 최근 이야기를 나눴는데 집에서 고가의 컴퓨터를 사줬다고 하더라"면서 "그런 손님들이 많아 정상 영업이 가능해져도 손님이 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하루 10만원 벌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고위험시설로 일시 지정됐던 PC방의 운영이 재개된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의 한 PC방에 음식물 섭취 금지, 띄어 앉기 등이 적시된 예방 수칙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9.14.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고위험시설로 일시 지정됐던 PC방의 운영이 재개된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의 한 PC방에 음식물 섭취 금지, 띄어 앉기 등이 적시된 예방 수칙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9.14. [email protected]

서울 중구에서 13년째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5)씨는 "운영을 풀어주긴 했지만 제재가 많다"면서 "그런 제재들 때문에 추석 매출에도 별다른 차이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PC방 점주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3월께부터 정부의 운영 중단 권고 대상 업종이었다. 당시 방역당국은 해당 업종들에 대해 ▲출입구에서 발열 체크, 2주 사이 해외 여행력 있는 사람, 유증상자 출입 금지 ▲시설 내 이용자 간격 최소 1~2m 이상 유지 ▲종사자 및 이용자 전원 마스크 착용 등의 운영 규칙을 뒀다. 이를 어기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지자체장 명의 계고장 발부와 3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PC방 점주들은 이어 8월께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향으로 영업 중단 대상이 됐다. 지난 13일 고위험시설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미성년자 출입 금지와 띄어 앉기, 음식섭취 금지 등의 방역수칙이 더해졌다. 반발이 커지자 당국은 지난 28일 음식섭취 금지를 풀었다.

1년간 운영 중단 권고와 중단 명령, 방역 수칙 추가 적용 등을 거치면서 PC방을 폐업한 점주도 많았다.

김모(45)씨는 "2~3년 전부터 게임 사양이 높아지며 컴퓨터 비용이 높아졌다. 그래서 컴퓨터를 리스(대여)해 운영하던 PC방이 늘어났다"면서 "이런 PC방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매출은 없는데 월세에 1000만원 가까이 되는 리스 비용까지 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여파로 우리 앞집은 물론, 많은 대형 PC방이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중고 PC 전문점에 중고 PC 물품이 한가득 쌓여있다. 최근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서울 상가 가운데 PC방, 노래방 등이 포함된 관광·여가·오락 업종이 1분기 1만1714개에서 2분기 1만454개로 10.8% 감소해 폐업률이 가장 높았다. 2020.09.15.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중고 PC 전문점에 중고 PC 물품이 한가득 쌓여있다. 최근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서울 상가 가운데 PC방, 노래방 등이 포함된 관광·여가·오락 업종이 1분기 1만1714개에서 2분기 1만454개로 10.8% 감소해 폐업률이 가장 높았다. 2020.09.15. [email protected]

PC방 영업이 힘들어지면서 관련 업종도 줄줄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강씨는 "PC방에서 파는 음식을 다른 업체에 발주한다"면서 "원래는 일주일에 다섯 번 마음대로 주문을 시킬 수가 있었는데, 일주일에 한번으로 주문 횟수가 줄었다"고 했다. 

PC방 업주들은 타업종보다도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이 크다. 정부가 PC방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가했다가 푸는 등 정해진 기준 없이 정책을 집행했다는 것이다.

PC방 점주들은 국민청원에 '다중이용업소 중 가장 안전한 PC방은 고위험군 업종은 아닙니다'라는 청원글을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강씨는 최근 미성년자 출입 금지에 대해 "미성년자와 성인이 뭐가 다르냐고 구청에 문의도 해봤다"면서 "자기들도 정부에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얼버무리기만 하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영업 중단한 소상공인을 위해 정부에서 챙겨주는 지원금 조차 추석 전 지급 대상에서 탈락했다며 언성을 높였다.

김씨는 "초기부터 집합금지됐던 업종에 1차로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데도 우리는 10월16일로 지급 일자를 미루더라"고 전했다. 김씨는 "추석 전에 보조금이 나왔으면 그거라도 부모님 용돈 드리고 할텐데, 그것도 못 하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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