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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부족점' 지적한 김정은…피격 사건 대책 논의했나

등록 2020.09.30 13: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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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지도원 피격 사망 건 명시적 언급 없어

'코로나19 비상방역사업 강화'가 주요 의제

'불가피 조치' 강변인가 '후속 대응' 포석인가

"논의 가능성 농후"…군 통신선 복원 전망도

[평양=AP/뉴시스]북한 조선중앙통신이 30일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평양의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18차 조선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9.30.

[평양=AP/뉴시스]북한 조선중앙통신이 30일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평양의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18차 조선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9.30.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남측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상반된 관측이 나오고 있다.

3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김 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중앙위 제7기 제18차 정치국 회의에서 코로나19 방역, 당 창건 75주년 사업, 재해 복구 현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22일 북한군에 의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피격 사망 사건 발생 이후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지만, 노동신문의 이날 보도에는 사건 관련 언급이 없었다.

신문은 회의에서 "악성 비루스(바이러스)의 전파 위협을 막기 위한 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부족점들"이 지적됐으며 "비상방역사업을 보다 강도 높이 시행할 데 대한 문제들"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또 "방역부문에서의 자만과 방심, 무책임성과 완만성을 철저히 경계하고 우리 식대로, 우리 지혜로 방역대책을 더욱 철저히 강구"하며 "전인민적인 자각적 일치성을 더욱 고조시켜 강철같은 방역체계와 질서를 확고히 견지"할 것이 강조됐다고 전했다.

북한이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재차 환기함으로써, 북한군의 남측 민간인 사살 조치가 방역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행해졌음을 강조하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접경지대에 접근하는 사람, 동물 등 생명체를 사살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업지도원 A씨 사살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서울=뉴시스]29일 해양경찰청이 북한에서 피격된 해수부 공무원의 표류 예측을 분석한 결과 실종 당시 조석, 조류 등을 고려해 볼 때 단순 표류일 경우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29일 해양경찰청이 북한에서 피격된 해수부 공무원의 표류 예측을 분석한 결과 실종 당시 조석, 조류 등을 고려해 볼 때 단순 표류일 경우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북한은 A씨 사살 동기를 직접적으로 밝힌 바 없다. 다만 지난 25일 통일전선부가 보낸 통지문에서 '국가비상방역 규정'을 근거로 A씨가 타고 있던 부유물을 소각했다고 밝혀 방역 조치의 일환임을 시사했다.

남측 공무원 사살이 '고강도 방역 조치'에 따라 집행된 결과일 뿐이라는 논리라면, 우리측의 공동조사 및 군 통신선 복구 요청에 응할 가능성은 낮게 예상된다.

이와 정반대로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나타난 '부족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 대응을 문제삼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앞서 통전부는 전통문에서 "우리측 수역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남녘 동포들에게 실망감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김 위원장의 사과를 전했다.

또한 이 전통문에 따르면 북한 지도부는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계 근무를 강화하고 단속 과정에서 실수가 없도록 체계를 세울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노동신문 보도는 구체적으로 부족점이 무엇인지 명시하지 않았지만 비공개 회의에서 공무원 피격 사건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는 이뤄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평도=뉴시스] 최진석 기자 = 피격 실종 해양수산부 어업지도 공무원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해양경찰이 25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의 해상조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0.09.25.  myjs@newsis.com

[연평도=뉴시스] 최진석 기자 = 피격 실종 해양수산부 어업지도 공무원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해양경찰이 25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의 해상조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0.09.25. [email protected]

북한은 지금까지 대내 매체에 이 사건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왔기에 이날 정치국 회의 보도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을 거라는 설명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치국 회의에서 방역 문제가 최우선 의제이고 문제점을 점검했다는 점에서 최근 공무원 피격 사건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만약 논의됐다면 당 창건 75주년까지 피격 사건을 털고 가자는 김 위원장의 결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결심의 내용은 책임자 해임과 서해 군 통신선 복원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이날 회의에서 '조직 문제'가 취급됐다고 보도했지만 역시 상세한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이 대목이 책임자 처벌과 관련있을 가능성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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