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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노출' 의심 독감백신 1910명 접종…"지침 미준수 1479건"

등록 2020.10.01 19: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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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요양병원, 62세 이상 일정 어기고 122명 접종

해당 병원 접종후 사망 3명, 노환·지병 악화에 무게

이상반응 4명 증가해 총 8명…"모두 증상상태 호전"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독감 백신 유통 과정 문제로 정부가 무료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23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내원객들이 유료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2020.09.23.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독감 백신 유통 과정 문제로 정부가 무료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23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내원객들이 유료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보건당국이 운송 중 상온 노출 의심 신고를 접수해 사용을 중단한 정부 조달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자가 하루 사이 500명 이상 늘어 15개 시도 1910명으로 파악됐다. 66% 이상이 국가 예방 접종 사업 시작 전에 접종이 이뤄졌으며 사용 중단을 알린 이후에도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649건이 해당 백신을 맞았다.

정부 조달 물량을 고령 입원 환자 122명에게 접종한 인천의 한 요양병원은 백신을 받자마자 사업 기간이 아닌데도 환자 동의만 받고 예방 접종을 실시했다. 접종자 중 3명이 사망했는데 전문가들은 사인을 백신 접종보다 노환이나 지병(기저질환) 악화로 판단했다.

이외에 해당 백신 접종자 가운데 이상 반응을 호소한 사람은 4명이 늘어 8명으로 보고됐다. 오한이나 두통, 메스꺼움, 두드러기 등 증상을 호소했는데 8명 모두 현재 증상은 호전된 상태다.

◇정부 조달 물량 접종자 하루새 1362명→1910명

질병관리청(질병청)이 1일 배포한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사업 관련 서면 답변에 따르면 9월30일 기준 정부 조달 물량 접종 건수는 15개 지역 231개 의료기관에서 1910건으로 보고됐다.

질병청은 운송 과정에서 상온 노출이 의심된다는 신고와 관련한 백신이 22일부터 국가 예방 접종으로 시작하는 만 13~18세 접종 물량이었기 때문에 신고를 접수한 직후엔 관련 백신 접종자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25일 105건을 시작으로 28일 기준 873건, 29일 기준 1362건에 이어 하루 사이 548건이 추가로 파악됐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673건으로 하루 사이(29일 기준 225건) 448건 추가로 확인됐다. 특정 의료기관 등에서 예방 접종을 실시한 사실이 사용 중단 이후 초기에 확인됐던 전북이 326건으로 뒤따랐다. 이외에 인천 214건, 경북 161건, 서울 149건, 부산 109건, 세종 51건, 대구 46건, 광주 40건 대전 17건, 충남 74건, 전남 31건, 경남 10건, 제주 8건, 충북 1건 등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사업 시작 전(9월21일 전)과 중단 고지일 이후(9월23일 이후) 접종 사례는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사업 지침을 미준수한 사례"라며 "사업 중단 당일 접종 사례는 사업 중단을 인지하지 못하고 접종한 사례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지침 미준수 사례를 보면 사업 기간 전 접종 등 사업 기간 미준수와 함께 총량 구매로 현물 공급된 백신을 사업 대상 이외 대상에게 사용한 사례로 파악됐다.

정부 조달 물량은 상당부분 국가 예방 접종 사업 시작 전인 9월21일 이전에 주로 사용됐다. 전체 접종 건수의 66%인 1261건이 21일 이전에 접종된 사례였다.

사업 중단 고지일인 22일에도 22.6%인 431명이 해당 백신을 접종했다.

의료기관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진 뒤에도 정부 조달 물량은 인플루엔자 예방에 사용됐다. 23일 23명, 24일 22명, 25일 96명, 26일 38명, 27일 18명, 28일 21명 등이다. 사업 시작 전 1261건과 23일부터 확인된 218건 등 1479건(77.4%)이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사업 지침을 어기고 접종한 사례에 해당한다.

◇"인천 요양병원, 국가예방접종 사업 일정 어기고 122명에 접종"

이중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선 주로 고령인 입원 환자 122명에게 사용했다. 당시 이 의료기관은 62세 이상 노인 예방 접종 사업 일정을 어기고 환자 동의만 받아 예방 접종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62세 이상 노인의 국가 예방 접종은 10월13일 만 75세 이상부터 만 70~74세 이상, 만 62~69세 이상 순서로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이 의료기관에선 62세 이상 노인 환자 119명 등에 대해 지난달 24일부터 예방 접종을 시작했다. 24일 9명, 25일 84명, 27일 18명, 28일 11명 등 나흘간 정부 조달 물량으로 백신 접종이 진행됐다.

이후 26일과 28일, 29일 백신을 접종한 80~90대 3명이 사망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26일 사망한 87세 여성 환자는 치매, 요로감염, 폐렴 등이 있었다. 28일 사망자인 90세 여성 환자는 치매, 저혈압이 있었으며 29일 사망한 92세 여성 환자는 치매, 고혈압, 요로감염 등이 있었던 것으로 질병청은 파악했다. 앞서 질병청은 이 환자들의 나이를 86세, 88세, 91세 등으로 공지했으나 이 나이는 의무기록상 나이로 주민등록번호 등을 확인해 나이를 수정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사망 원인과 관련해 "해당 사망사례 3건에 대해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의 연관성보다는 노환과 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사망으로 판단된다고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요양병원의 지난 2년간 사망 기록에 따르면 이 병원에선 월평균 11~13명의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의료기관이 국가 예방 접종 사업 기간 등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해 질병청 관계자는 "이번 절기 인플루엔자 국가 예방 접종 지원사업 참여 제한, 계약해지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며 "관할 지자체에서 검토 후 적합한 조치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 반응 신고 총 8건…모두 증상 호전된 상태"

정부 조달 물량 접종자 가운데 이상 반응을 호소한 사람은 4명이 늘어 총 8명이다. 새로 보고된 이상 반응 4건은 ▲오한·두통·메스꺼움 2건 ▲두드러기 1건 ▲설사 1건 등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접종 이후 증상이 있었으나 호전된 상태"라며 "기존에 확인됐던 접종 부위 통증, 발열, 접종 부위 멍, 오한·근육통 증상도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출하 승인을 받은 백신은 25일 기준으로 190로트(동일 공정 조건 생산을 뜻하는 제도 단위 번호) 2825만 도즈(1회 접종분)다. 이 가운데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신성약품을 통해선 정부 조달 물량 51로트가 공급됐다.

질병청 관계자는 "지자체를 통해 사용 중지된 해당 물량을 사용한 사례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확인, 집계하고 있다"며 "이상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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