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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 살해한 60대 집행유예

등록 2020.10.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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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 살해한 60대 집행유예


[울산=뉴시스]유재형 기자 = 아들과 함께 남편을 둔기로 때려 살해한 60대 여성에게 법원이 40여년간 남편의 심각한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울산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주영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66·여)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A씨의 아들인 B(42)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배심원 9명 모두 A씨와 B씨의 존속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7명의 배심원은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2명의 배심원은 징역 5년의 양형 의견을 냈다.

B씨에 대해서는 4명의 배심원이 징역 7년을, 3명의 배심원이 징역 8년을, 나머지 2명의 배심원은 징역 10년과 12년의 형량을 재판부에 제시했다.

A씨는 올해 5월 자신의 주거지인 울산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술에 취해 욕설을 하던 남편 C씨를 아들 B씨와 함께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씨는 아버지인 C씨가 어머니 A씨를 폭행하는데 격분해 C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뒤 베란다에 있던 둔기로 C씨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이에 A씨는 아들의 범행을 자신이 안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쓰러진 피해자의 머리와 가슴, 양팔 등을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살해했다.

A씨는 어려운 집안환경으로 인해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채 15세부터 혼자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져 오다 1975년 지인의 소개로 C씨를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무시와 심각한 가정폭력에 시달렸지만 자녀들에게 자신의 불우한 가정환경을 대물림할 수 없다고 생각해 위태로운 결혼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다 남편이 함께 살던 자신의 아들과 손자까지 폭행하자 별거에 들어갔고, 이후 남편이 과거의 잘못을 사죄하자 올해 4월 재결합하게 됐다.

그러나 남편은 재결합 이후에도 A씨가 구입한 땅의 시세가 하락했다며 수시로 욕설을 하고,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등 괴롭혔다.

사건 당일에도 요금제 2만 5000원의 스마트폰을 샀다는 이유로 욕설과 함께 A씨를 폭행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고령에 거동이 불편하고, 만취상태에서 저항조차 쉽지 않았을 피해자를 대상으로 잔혹한 수법으로 범행했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의 죄질이 대단히 좋지 않다"며 "다만 A피고인의 경우, 40여 년간 심각한 가정폭력으로 고통을 당해 오면서도 피해자에게 순종하고, 가족의 생계와 자식들, 손자의 양육에 헌신한 점, 피해자의 유족과 이웃들까지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재판과정 내내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참회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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