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이성열 예술감독 "온라인 극장은 국립극단 네번째 극장"

등록 2020.10.08 12:14:1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유료 개막작인 '불꽃놀이' 호평

소극장 판에서 녹화 관람권은 2500원

"자체 플랫폼 기반 온라인 극장 구상중"

[서울=뉴시스] 이성열 예술감독. 2020.10.08.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성열 예술감독. 2020.10.08.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온라인 극장은 명동예술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에 이은 국립극단의 네 번째 극장입니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찾아온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말 유료 온라인극장 개막작인 '불꽃놀이'(작 김민정·연출 남인우)로 호평을 받았다. 공연 장르 중 상업적인 성격이 가장 짙은 뮤지컬 유료 온라인 공연 틈바구니 속에서, 상업성이 덜한 연극 유료 온라인 공연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최근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만난 이성열 예술감독은 "온라인 극장은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게 해준다"고 말했다.

세계 공연계는 일찌감치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영상으로 관객을 만나왔다. 영국 국립극장의 NT라이브가 예다. 자신들의 공연을 세계의 다른 나라 극장이나 공연장에서 실시간 생중계 해주는 프로그램. 공연 관객의 스펙트럼을 확대한 성과를 냈고, 국내 국공립 예술단체들도 공연의 영상화를 고민해왔다. 국립극단도 그 중 하나였다.

 "국립극단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연극을 보여주는 것이 의무 중 하나입니다. 지역, 해외에 있는 우리 동포 등에게 서울에 위치한 국립극단 작품을 제공해야죠. 그 방법의 하나로 영상을 고민해왔는데, 예산·계기가 없었어요. 코로나19가 강제적으로 시행하게 만든 겁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문제의식이다. 이 감독은 코로나19가 진정이 되도 공연장 내 대면 공연과 함께 비대면 공연 사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은 문화향유권의 근본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국립극단은 70주년을 기념해 올해 해외 프로덕션과 협업 등 굵직한 작품과 사업을 다수 준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오프라인에서 관객을 작품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70주년 기념 특별전 '연극의 얼굴', '화전가' 등 3편이다. 그것도 온전한 형태가 아니었다. 좌석 거리두기, 공연 일자 단축 등의 조정을 거쳤다.

[서울=뉴시스] '불꽃놀이' 공연 장면. 2020.09.25.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불꽃놀이' 공연 장면. 2020.09.25.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그런 상황에서 굿을 소재로 삼은 '불꽃놀이'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죽은 사람의 넋을 달래어 위로하기 위한 굿인 '진혼굿' 같은 작품으로 고사 직전의 연극계에 숨통을 터줬다.

이 감독은 "작품 내용도 일종의 진혼굿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로 공연 자체가 죽은 이 때에 대면하지 못하는 대신 온라인으로도 공연을 불러낸, 형식적으로도 초혼(招魂·혼을 다시 불러 들여 죽은 사람을 살려내려는 소망을 의식화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소극장 판에서 녹화한 이 작품의 온라인 관람권은 2500원이었다. 3~4만원가량 하는 뮤지컬 온라인 관람권에 비하면, 무척 저렴하다.

이 감독은 소극장 판보다 큰 백성희장민호 극장은 5000원, 그보다 더 큰 명동예술극장은 1만원으로 온라인 관람권 가격을 책정하면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희 단체는 영리가 목적이 아니니까, 합리적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자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극장을 구상 중이다. "수수료 등의 문제도 있지만 관객 관련 데이터를 우리가 직접 수집해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산울림 소극장 극장장, 극단 백수광부 대표 등을 거친 이 감독은 2017년 말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블랙리스트와 미투 등으로 홍역을 앓은 국립극단을 안정화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오슬로', '화전가' 등 직접 연출한 작품은 대중성·예술성, 양쪽 모두를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 감독은 스스로를 "구시대 예술가"라고 정의했다. "새로운 시대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돌파구를 만들 것"이라면서 "모든 예술은 만남을 전제로 하는데 코로나19는 상황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했죠. 극장에서 만나지 못해도 여러모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예술가들이 개발하지 않을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