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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보험 53개 들어 9억 받은 부부…과연 사기일까

등록 2020.10.11 01:00:00수정 2020.10.11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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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동안 다수 보험 가입 뒤 입원 치료

전직 보험설계사와 부인, 2심서도 무죄

법원 "의사와 공모했다고 볼 증거 없다"


[죄와벌]보험 53개 들어 9억 받은 부부…과연 사기일까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수년 동안 다수에 걸쳐 병원에 입원한 후 보험금 수억원을 지급받아 보험사기 혐의로 기소된 전직 보험설계사와 부인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다수의 보험에 중복 가입한 목적이 다액의 보험금 수령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이를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의사와 허위 입원 결정을 공모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직 보험설계사인 A씨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총 16개 보험회사에서 29개 보험상품에 가입해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 하루에 89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을 설계했다.

A씨는 2007년 허리가 아프다며 정형외과에 입원해 10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은 것을 비롯해, 2007~2013년 동안 총 27회에 걸쳐 입원한 뒤 보험회사들로부터 5억30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A씨의 부인 B씨 역시 1998년부터 2010년까지 17개 보험회사에서 24개의 보험상품에 가입해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 하루에 25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B씨는 2006~2013년 동안 총 59회에 걸쳐 어깨 및 허리가 아프다는 등의 이유로 입원해 보험회사들로부터 3억55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보험 가입 당시부터 형식적 입원을 하고 이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해 편취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의심했다.

그러면서 부부가 입원 치료의 필요성이 없었음에도 허위로 입원해 이같은 사정을 모르는 보험회사들로부터 보험금을 편취했다며, 사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단독 민성철 판사는 지난 2017년 11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와 A씨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다.

민 판사는 "환자에 대한 입원 결정이 형식적이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 그 환자가 다수의 보험에 중복 가입한 목적이 입원을 기초로 한 다액의 보험금 수령을 위한 것이라 해도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담당 의사의 판단이 일반적인 의학적 지식을 벗어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는 점 ▲입원기간 중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 입원이 형식적이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언급했다.

민 판사는 "A씨와 B씨가 담당 의사들과 공모했다거나 적어도 의사들이 의도를 알고도 묵인해 형식적 입원한 것이라는 사정에 대한 증명이 없는 이상, 보험계약체결 경위에 대한 의심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별다른 소득 없이 집중적으로 보장성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면서 "이들이 자신의 병증을 허위 또는 과장해 담당 의사들로 하여금 오판하도록 해 장기간 입원했고, 보험금을 청구해 편취 고의가 인정된다"고 항소했다.

하지만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박병찬)도 지난해 9월 A씨와 B씨의 사기 혐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는 대부분의 과거 수술 이력 및 진단명 등을 고지한 것으로 보이고, 담당 의사들은 객관적인 검사 결과를 종합해 입원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1심 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판결 후 검찰은 상고하지 않았고, 이씨와 홍씨에 대한 무죄 판결은 확정됐다.

이 사건을 변호한 법무법인 감우의 문정균 변호사는 "보험사기 사건에서 진료기록 분석 및 의료분석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환기시켜 준 판결"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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