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공소시효 검색했는데?…최신종 "약 먹어서 기억안나" 변명
강간 및 강도 혐의 부인…'약 기운 때문에 살인 인식 조차 없어'
최신종 "선처 바라진 않지만, 내가 하지 않은 범행은 인정 못해"
[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전북 전주와 부산에서 실종된 여성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신종(31)의 신상이 공개됐다.2020.05.20.(사진=전북경찰청 제공)
검찰은 지난 20일 오후 전주지법 제12형사부(김유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신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결심에 앞서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최신종은 강도, 강간 혐의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했다. 또 "살인을 저질렀는 지 기억이 안난다"라며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했다.
검사는 "(수사기관에서 조사할 당시) 프로파일러에게 아무런 성적인 접촉이 없었다고 한 피고인은 범행 당일 피고인의 부인이자 피해자의 지인을 만나러 갈 상황에서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얼굴에서 출혈이 발생했는 데 이는 반항하는 피해자를 억압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느냐"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던 피해자는 평소 금팔찌를 애지중지했는데 그걸 피고인에게 줄 이유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최신종은 "첫번째 피해자로부터 금팔찌를 빼앗고 현금을 계좌이체 한 적도 없다. 피해자가 스스로 준 것"이라며 "성관계 역시 피해자와 합의 하에 아무런 강제성 없이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사는 또 두번째 피해자를 살해한 것과 관련,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들은 사실은 기억이 나느냐"면서 "그런 말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잔인하게 목을 조르고 살해한 이유가 뭐냐"라고 질문했다.
최신종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필름이 끊기다보니 유추해서 대답한 부분이 많다"면서도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제가 욱하는게 심하긴 하지만 사람을 죽일 정도로 욱하진 않는다"라고 말을 흐렸다.
이를 지켜보던 김 부장판사는 "두 번째 피해자를 살해할 때 첫 번째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느냐"라고 물었고 최신종은 "사람을 죽였다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죽였다는 인식이 있었는지도 모른다"라고 답했다.
검사 역시 "두 번째 피해자가 사망하기 약 4시간 전 '살인 공소시효'를 검색해 본 이유는 무엇이냐"면서 "두 번째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계획했거나 첫 번째 살인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냐"라고 재차 물었다.
그럼에도 최신종은 "아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범행 당일) 아침부터 계속 약을 먹었는데 그때도 약 기운이 남아 있었다"라며 "16~17일부터 필름이 끊겨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변명했다.
이 과정에서 최신종은 검사에게 언성을 높이며 항변했다가 재판장으로부터 "이곳은 검사와 말다툼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반박할 기회를 충분히 줄테니 흥분할 필요 없다. 검사의 말이 끝난 뒤 발언하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최신종은 최후 진술을 통해 "피해자 가족에게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 지 죄송할 따름이고 징역 20년이 아니라 사형이든 무기든 뭐든 받을 테니까 신상 정보공개만 막아달라고 했는데 그 말을 한 다음날 신상이 공개됐다"고 분개했다.
[진안=뉴시스] 김얼 기자 = 지난 14일 전주의 한 원룸에서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이고 실종된 A씨(34세·여)로 추청되는 변사체가 발견된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의 한 다리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시체를 수습하고 있다. 2020.04.23. [email protected]
최신종은 "하지만 제가 인지가 떨어지는 바보가 아니고 선처를 바라는 게 아니다"면서 "지금 당장 사형받아도 다 받아들이고 다 받아야 될 벌이니까 인정하겠는데 (제가) 하지 않은 범행에 대해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신종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1월 5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최신종은 지난 4월 15일 밤 아내의 지인인 A(34·여)씨를 승용차에 태워 다리 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금팔찌 1개와 48만원을 빼앗은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후 같은 날 오후 6시 30분께 숨진 A씨의 시신을 임실군 관촌면 방수리 인근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신종은 첫번 째 범행 후 5일이 지난 4월 19일 오전 1시께 전주시 대성동의 한 주유소 앞에 주차한 자신의 차 안에서 B(29·여)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완주군 상관면의 한 과수원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B씨로부터 15만원을 빼앗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랜덤 채팅앱을 통해 알게된 최신종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서 전주로 온 B씨는 전주시 완산구 서서학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최신종의 차에 올랐다가 실종된 뒤 주검으로 발견됐다.
최신종은 수사 기관과 법정에서 "아내의 우울증약을 먹어 범행 당시 상황이 잘 생각 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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