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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방송국 사장, 병원장까지…"택배노동자 죽음 방치 말라"

등록 2020.10.21 15: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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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광장서 공동선언 기자회견

분류작업 인력 추가·정부 대책 강화 요구

김중배 전 MBC 사장 "죽음 수렁 떨어져"

임상혁 병원장 "살인적 노동 강도로 사망"

한진택배, 전날 사과문 "깊은 책임 통감"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각계 대표단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2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각계 대표단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최근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과로로 인해 연이어 사망,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가 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1일에는 방송국 전 사장과 병원장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정부의 조속한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21일 오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 등 관계자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각계 대표단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분류작업 인력 추가 투입과 정부 대책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날 진행된 각계 대표 공동선언 기자회견에 뜻을 함께 한 인원은 학계·법조계·시민사회계·종교계·문화예술계 등에 종사하는 133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중배 전 MBC 사장은 "지난 8일 과로로 사망한 고(故) 김원종 택배노동자의 아버지는 '내 아들의 죽음이 마지막이 되게 해달라'고 말했는데, 그 뒤에도 계속 사망자가 나오면서 이 땅의 택배노동자들은 죽음의 수렁에 떨어졌다"며 "이런 죽음의 행위를 두고 우리가 언제까지 모여서 규탄만 할 것인지 매우 답답하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이 자리에서 감히 '자본 제국주의'라는 말을 쓰고자 한다"며 "정부나 고용노동부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이 시민노동단체를 직접 만드는 등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김재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세상의 모든 죽음이 안타깝지만, 그 중에서도 죽도록 일을 해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택배노동자들은 죽도록 일을 하지 않으면 내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CJ대한통운 등 재벌택배사들이 얻는 수많은 이익 중 일부만 노동자들을 위해 양보하면 과로사도 없다"며 "이 땅의 재벌들은 어찌 사람의 얼굴을 하고도 자신의 이윤을 위해 죽도록 일해서 자빠지는 노동자들을 통해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대책은 간단하다. 택배노동자들이 죽도록 일하는 이유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정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권력이 있는 정부가 책임지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   [email protected]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장시간 노동이 이어질 경우 심장 혈관, 뇌 혈관이 문제를 일으켜 택배노동자들처럼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다"며 "최근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택배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 문제에 적용되지 못해 굉장히 많은 죽음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병원장은 "야간에 8~9시간 근무하는 택배노동자들의 경우 택배사들이 '과로사가 아니다'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이야기"라며 "장시간 노동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이 바로 야간 심야노동이다. 젊은 택배노동자들은 바로 살인적인 노동 강도의 과로사로 인해 사망한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 이후 관계자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분류인력 별도 투입과 노동시간 단축 조치를 즉각 실시할 것 ▲정부는 실효성 있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즉각 시행할 것 ▲택배이용자들이 함께 나서 사회적 감시를 위한 논의를 추진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한진택배는 전날 사과문을 통해 "택배기사의 갑작스런 사망에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진택배 측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 급증에 따른 택배기사들의 업무 과중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근로조건 개선 등에 최우선의 역점을 두고 적극 실행할 것"이라며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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