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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꿈 이룬' 김광현 "난 아직 물음표, 내년 느낌표 만들 것"(종합)

등록 2020.10.23 13:15:18수정 2020.10.23 13: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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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 선수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2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 선수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주희 기자 =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2020년은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마운드에 서며 어릴 적 꿈을 이루고, 실력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아직은 만족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벌써 내년으로 향하고 있다.

김광현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7일 시즌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광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침에 따라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났다.

김광현은 "첫 승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릴 때부터 꿈꿨던 무대에서 승리를 거두니 울컥하더라"고 떠올렸다.

KBO리그 대표 좌완 에이스로 군림한 김광현은 2019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 달러(최대 1100만 달러)에 계약, 꿈에 그리던 미국행에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스프링캠프가 중단되고, 개막이 미뤄지는 변수 속에서도 김광현은 이를 버텨냈다.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맞은 김광현은 이후 동료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선발 투수로 자리를 옮겼다. 보직 전환 후 맹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정규시즌을 3승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로 마친 김광현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시리즈 1차전에 등판해 3⅔이닝 5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세인트루이스가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김광현도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코로나19 변수에 '최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던 그는 내년을 벼르고 있다. 김광현은 "내년에 제대로 된 시즌을 치르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거란 자신감이 있다"며 "오늘부터 내년을 위한 몸 관리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 선수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0.2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 선수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0.23.  [email protected]

◇다음은 김광현과 일문일답.

-한 시즌을 마치고 돌아온 소감은.
"이 자리가 부담스러운 자리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저를 응원해주시고 미국을 갈 수 있게 도와준 팬들에게 인사하고 보고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떤 기분으로 귀국했나.
"설렜다. 외국에만 이렇게 오래 있었던 게 처음이다. 한국 음식을 많이 먹어야겠단 생각을 했다.(웃음) 코로나19 때문에 공항도 한산해지고, 국민들도 힘들어하실 텐데 빨리 코로나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어제 자가격리가 해제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코로나 때문에 미국에서 미용실을 못 갔다. 영화 '아저씨'를 찍듯 이발기구로 스스로 머리를 밀었다. 오늘 팬들에게 깔끔하게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미용실에 가)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잘랐다. 푹 쉬기도 했다. 2주 동안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했더니 시차적응이 잘 안돼서 어려움도 겪었다."

-코로나19로 시즌 개막이 연기된 후에도 한국에 돌아오지 않는데.
"한국이 안전했지만, 미국에서 입국금지를 하게 되면 첫 선을 보여야 하는 메이저리그에서 기회조차 받지 못할 수 있는 게 걱정됐다. 다시 시차적응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도 있었다. 통역하는 친구와 끈끈해졌고, (팀 동료) 애덤 웨인라이트와 캐치볼을 계속했다."

-이번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통역하는 친구에게 '도대체 언제 시즌을 시작하나, 빨리하고 싶다'고 계속 물었다. 다 받아준 통역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경기에서는 첫 승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릴 때부터 꿈꿨던 무대에 올라 첫 승을 거두니 울컥하더라. 경기 때는 떨리고,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끝나고 인터뷰를 할 때 울컥했다. 내 꿈을 이룬 게 기뻤던 것 같다."

-시즌 첫 등판에서 긴장한 듯 모자도 잘못 착용했는데.
"그때는 내가 바보 같았는데, 지금은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웃음) 자기가 꿈꾸던 일이 닥쳤을 때, 정말 떨리지 않나. 어릴 때부터 꿈꾸던 무대에 오르니 긴장이 많이 되더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무대에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중이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가다듬고, 열심히 노력하는 게 내 몫이다."

-첫 등판에서 마무리로 나선 뒤 선발로 이동했다.
"한국에서도 선발과 마무리를 오간 선수들을 보며 (보직 전환이) 힘들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시즌 중반 팀이 코로나19로 경기가 중단돼 준비할 시간이 있어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다'를 계속 생각하니 정말 할 수 있게 됐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걸 올 시즌을 통해 많이 느꼈다."

-투구 템포가 빨라지는 등 국내 때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계속 발전해나가는 중이다. 미국에 간 이유는 개인적인 꿈도 있지만, 기술이나 시스템적으로 많이 배워서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기술적인 부분을 더 배우는 중인데 앞으로도 변화를 줄 생각이다."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몰리나는 공을 잘 던질 수 있게 해준 은인이다. 투수를 편안하게 해준다. 타자가 못 치는 공이 아닌 투수가 잘 던지는 공을 던지게 할 수 있는 포수다. 그런 포수가 앞으로도 한국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같은 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기대보다 잘된 점과 아쉬운 부분은.

"잘 된 부분은 점수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는 거다. 야구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결과가 좋았다. 나도 이 정도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닝 수가 별로 안 되긴 하지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게 말도 안 되는 거 같다. 안 좋았던 건 시즌이 진행됐다, 안 됐다 하면서 호텔에만 계속 있었다.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스피드도 안 나왔다. 하지만 내년에는 제대로 된 시즌을 치르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거란 자신감이 있다."

-한국과 미국의 포스트시즌을 모두 경험했는데.
"마음가짐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다. 좋은 피칭을 하진 못했지만, 선수들 마음가짐은 비슷하다. 다만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코로나 때문에 올해 포스트시즌은 정말 창살 없는 감옥생활이다. 나는 단 5일이었지만, (월드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최지만(탬파베이)은 거의 3주 정도 밖을 못 나갈 거다. 포스트시즌 기간에 한 명이라도 코로나에 걸리면, 그 팀은 몰수패로 인정이 된다. 팀에서도 관리가 심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하는 양현종(KIA), 김하성(키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현종이와 하성이 모두 잘 할 수 있을 거다. 나도 물음표에서 갔고, 아직 느낌표는 아니다. 내년은 더더욱 느낌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다. 나와 같은 꿈을 꿨던 그 선수들의 도전도 언제든지 환영한다.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인상적이었던 선수는.

"올해는 중부지구밖에 상대를 못 해서 내년에는 더 잘 알 수 있을 거 같다. 올 시즌엔 같은 팀 선수를 많이 봤는데 폴 골드슈미트가 왜 이렇게 좋은 선수고, 연봉을 많이 받는지 알겠더라.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노력하는 것도 세계 최고의 선수인 것 같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도 느꼈다. 더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진정한 메이저리그 선수가 될 수 있도력 열심히 노력해서 내년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명문팀인 세인트루이스에서 지내며 느낀 건.
"명문팀 답게 시스템이나 이런 것들이 잘 돼 있다. 팀 전용기를 타보는 게 꿈이기도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선수들의 접촉을 최소화하느라 타보지 못했다. 빨리 전용기를 타보고 싶다.(웃음)"

-코로나19로 개막이 미뤄질 때 어떻게 훈련을 했나.
"캐치볼이 전부였고, 운동 조건이 정말 암울했다. 세인트루이스로 넘어온 뒤 모든 게 폐쇄됐다. 다행히 웨인라이트 집 마당이 넓어 50m 정도까지 꾸준히 캐치볼은 했다. 폐쇄된 공원의 보안관이 웨인라이트의 팬이라 몰래 공원에 들여보내 줘 웨인라이트와 80m 캐치볼을 하기도 했다. 포수가 없어서 피칭은 못 하고, 막바지 개막일 통보를 받은 뒤 불펜 피칭을 했다."

-경기하면 느낀 것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다. 컨트롤이 안 되거나, 내 공을 자신 있게 못 던지면 맞아나간 다는 걸 가장 많이 느꼈다. 가장 자신 있는 공을 완벽하게 던지는 조건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올겨울 계획과 내년 시즌에 대한 각오는.
"내년을 대비해서 오늘부터 몸 관리를 준비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더 완벽하게 잘하기 위해 몸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보다 운이 덜 따를 수도, 더 잘 따를 수도 있지만 그 부분은 상관하지 않겠다. 운이 안 따른 경기는 실력으로, 실력이 부족한 부분은 운으로 잘 엮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하겠다. 다시 한 번 더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고, 미국에서 운동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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