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김호정 "신수원 감독 팬...희망과 공감 느끼게 하는 힘 있어"

등록 2020.10.24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영화 '젊은이의 양지'서 불안한 어른 세연 役 열연

"경쟁 사회에 내던져진 청춘, 기성세대 책임 있어"

[서울=뉴시스] 영화 '젊은이의 양지'에 출연한 배우 김호정.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서울=뉴시스] 영화 '젊은이의 양지'에 출연한 배우 김호정.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며 우리 사회가 단절되고 냉정하고 고독하다는 것을 절실히 체감했어요. 두렵더라고요. 저 역시 자기중심적이었지만 '젊은이의 양지'를 찍으며 모두가 힘든 이 시대에 같이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

23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호정은 영화 '젊은이의 양지'를 촬영한 후 본인의 인생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이렇게 돌아봤다. 

'젊은이의 양지'는 카드 연체금을 받으러 갔다가 사라진 후 변사체로 발견된 실습생으로부터 매일 같이 날아오는 의문의 단서를 통해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한다. '명왕성' '마돈나'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고발한 신수원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극한의 경쟁사회가 내몰린 현대인의 비극을 따라간다.

김호정은 2014년 개봉한 영화 '마돈나'를 통해 처음으로 신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젊은이의 양지', 최근 촬영을 마친 다음 작품까지 세 작품을 함께했다. 그는 사회적 문제를 짜임새 있게 풀어가는 신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신뢰감을 드러냈다.

"신 감독님 팬이에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어렵고 힘들 수도 있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아내서 끌려요. 사회문제를 다루면서도 강요하지도 않고 또 감정을 끝까지 가져가죠. 너무 칙칙하거나 울음을 강요하지도 않아요. 내 모습과 닮아 있는 주인공을 통해 위로를 전하고 희망과 공감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어요. 이번 작품은 주로 젊은이들의 아픔을 이야기하지만 청년, 기성세대 할 것 없이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모두 힘들잖아요. 작품을 보면 위로를 느낄 거에요. 남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게 하는 지점도 있어 희망도 담았죠.
[서울=뉴시스] 영화 '젊은이의 양지'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서울=뉴시스] 영화 '젊은이의 양지'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극 중 그가 연기한 세연은 누구보다 악착같이 살지만 불안한 미래에 시달리는 콜센터 센터장이다. 어느 날 어린 콜센터 현장실습생 이준(윤찬영)이 사라지고 취업 준비를 하는 딸이 몰락해 가는 모습을 보며 심경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세연은 준이 콜센터 업무로 괴로워할 때 '월급은 그 알량한 자존심을 팔아서 받는 것'이라고 소리쳐요. 섬뜩한 말이지만 그렇다고 세연이 악한 인물로 묘사되는 것은 아니죠. 세연 역시 무한경쟁에 내몰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현대인 중 한명이에요. 누구보다 악착같이 살아가지만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어른이죠. 준이를 비극적으로 만드는 역할이지만 악역이라고 접근하기보다는 가해자이면서 이 사회의 또 다른 피해자인 양면적인 면을 잘 녹이려고 했어요."

차가운 경쟁 사회에 내던져진 현대인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다. 정하담, 윤찬영 등 어린 배우들과 연기하며 20대 처절함을 안타까워하고, 파리 목숨 직장인 세연을 연기하면서 기성세대의 피로감도 느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회조차 박탈당한 청년 세대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고 한다. 

"우리 세대는 많이 누렸어요. 열심히만 하면 어느 정도 꿈을 이뤘는데 지금은 기회조차도 오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워요. 세연의 대사에서도 '열심히 하면 다 된다'라고 말하는데 지금은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사회는 아닌 것 같아요. 기성세대의 책임이 있어요. 윤찬영 배우가 실제 19살 고3 때 촬영했는데 현장에서는 조급한 감정을 내색도 안하더라고요. 안쓰러웠어요. 왜 이렇게 현실을 다 감내할까 내색하지 않을까 슬펐어요."

'프랑스 여자'부터 '젊은이의 양지'까지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작품에 연달아 출연한 것이 "힘들진 않냐"고 묻자 "성취감이 크다"는 답이 돌아왔다.

"힘든 역할이나 작품을 하면 빠져나오기가 힘들지 않느냐고 하는데 오히려 지금은 그런 걸 하고 나면 해소되는 게 있어요.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을 끝내면 성취감이 더 커요. 뭔가를 해 낸 것 같은 기분이 들죠. 독립영화는 소재도 신선하고 주제도 깊어요. 작업할 때는 여러모로 힘들지만 하고 나면 의미가 더욱 큰 것 같아요."
[서울=뉴시스] 영화 '젊은이의 양지'에 출연한 배우 김호정.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서울=뉴시스] 영화 '젊은이의 양지'에 출연한 배우 김호정.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1991년 연극으로 데뷔한 김호정은 어느덧 올해로 연기 인생 30주년을 맞았다. 연기가 아직 힘들다는 그는 "삶을 작품에 녹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20대 때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어요. 10년 열심히 하고 10년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작품을 조금 쉬었어요. 작품이 끝나고 오는 공허함 등으로 우울증을 겪으며 힘든 시기도 보냈어요. 연기를 꾸준히 하는 원동력을 묻는 데 잘 모르겠어요. 그때그때 오는 삶을 맞닥뜨리면서 연기할 뿐이에요. 배우는 자기의 경험을 가지고 연기를 하기 때문에 삶 자체가 자산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