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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 뒤흔들 '보험업법 개정안'은 무엇

등록 2020.10.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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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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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험업법 개정안'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재계와 금융권 안팎에서는 삼성의 향후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두고 각종 시나리오가 제기되면서 보험업법 개정 통과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크게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IT계열사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회사가 수직계열화 돼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직접 지분율은 5.8%에 불과하지만, 삼성생명(8.51%)과 삼성물산(5.01%)을 통해 강력한 지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만약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이러한지배구조의 근간이 뒤흔들릴 수 있다.

현재 여당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현행 보험업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3% 룰'의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평가'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 6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후 법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사는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나 계열사의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 금액으로만 소유할 수 있는데, 이 때 지분가치를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한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8.51%(약 5억815만주)는 1980년 당시 취득원가(주당 1072원)를 반영해 약 5444억원으로 평가된다. 이는 삼성생명의 자산 3%인 9조원에 미달, 현재로서는 주식 보유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만약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얘기가 달라진다.'시가평가' 기준으로 계산법이 바뀌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30조원 수준으로 뛰어오른다. 이처럼 시가로 계산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자산 3%인 9조원을 훌쩍 넘어서게 돼 결국 삼성생명은 20조원이 넘는 초과분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이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에 경영권을 행사하던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화재도 자유롭지 않다. 삼성화재 역시 현재 삼성전자 주식 약 8880만주를 가지고 있는데,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약 3조원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속을 제외한 가장 큰 지배구조 이슈는 현재 내부 지분이 21.2%에 불과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유지"라며 "비금융사인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은 금융사이므로, 보험업법 개정안 등 지배구조 규제환경 변화에 따라 지분 보유와 의결권 행사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 8.8%의 상당부분을 매각해야 한다"며 "이 경우 삼성이 실질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를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삼성생명이 오랜 기간 적법하게 보유하던 주식을 강제로 매각하는 것은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할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 주주 등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쳐 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여당이 무리하게 법안 통과를 추진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삼성생명법'으로 불릴 만큼 특정기업의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갑작스러운 상속 이슈 발생으로 삼성물산 지주회사 전환의 트리거로 생각했던 보험업법 개정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판단한다"며 "다만 최대주주 일가 입장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관련 재판, 보험업법 개정, 공정경제 3법 개정 등의 이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지배구조 개편은 매우 장기적 관점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74석을 확보한 '거대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더욱이 그간 줄곧 '중립'적 태도를 보여온 금융당국이 최근 법안의 방향성에 '공감'한다는 발언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29일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문제와 관련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며 자발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삼성생명을 포함한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의 지분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다"고 발언,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은 위원장은 "자산을 한 회사에 몰아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보험사 보유 주식은)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자발적인 개선을 하지 않더라도 지금은 강제할 수단이 없으니 권고로 한 것이고 의원들의 전체적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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