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 윤석열 대망론에 휘둘리는 여의도

등록 2020.10.28 11:3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국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 방법은 천천히 퇴임하고 나서 생각해보겠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장에 나와서 한 발언이다. 윤 총장의 발언은 정치권을 넘어 장외에서도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검찰청 국감은 지상파는 물론 종편과 보도전문채널까지 가세해 생중계에 나설만큼 국민적 관심사였다. 실제 시청률도 평일 오전 시간대인데 9.9%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올해 국감스타는 여당 의원도 야당 의원도 아닌, 윤석열이라는 말도 나온다. 검찰 최고 수장으로서 사실상 1년에 한 번 국회에 나타나는 윤 총장을 국감장에 앉혀놓고 여당은 때리고, 야당은 띄우기로 일관했다.

결국 차기 대선주자로 오르내리는 윤 총장의 존재감은 더 높아졌고, 최근 달아오르고 있는 '윤석열 대망론'에도 불을 지폈다.

민주당은 배신이라도 당한 듯 국감장뿐만 아니라 장외에서도 윤 총장을 조리돌림하듯 공격했다. "윤석열 형, 의로운 검사"라 칭하던 박범계 의원은 "사람이 변했다"며 앞장섰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윤호중 위원장은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낙연 당대표까지 나서 윤 총장의 국감 발언과 태도를 문제 삼아 "검찰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지, 공직자의 처신이 어때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공수처 설치의 정당성과 절박성을 입증했다"며 가세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데도, 여당의 '입맛'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한 이유로 공수처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건 억지논리에 가깝다. 공수처를 하루빨리 출범시키려는 정부 여당의 조급증으로 밖에 안 보인다.

국민의힘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마찬가지다. 윤 총장이 모호한 화법으로 정계 진출 시사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을 하자 고무된 분위기다.

장제원 의원은 "법사위 국감은 '대권후보 윤석열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 "이제, 윤석열이라는 인물은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야권에 강력한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민의힘 소속은 아니지만 야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여의도판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대단한 정치력"이라며 "잘 모실테니 정치판으로 오시라"고 추파를 던졌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윤 총장의 향후 행보를 지금 예견할 수 없지만, 윤총장이 검찰총장으로는 드물게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건 사실이다. 잠룡은 많지만 유력 대선주자가 없어 여론조사마다 민주당에 크게 밀리고 있는 국민의힘은 윤 총장의 '여의도 입성'이 절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윤 총장에게 '정치 판'을 깔아주는 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검찰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줄줄이 잡아들여 사법처리했을 당시 강하게 반발했던 걸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불과 1년 전 인사청문회에서 윤 총장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에게 사정의 칼을 겨누었던 인물을 대선후보로 떠받드는 뇌피셜을 받아들일 당원이 얼마나 될까.
 
적폐수사를 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정당이 그 수사를 주도했던 책임자를 대선후보로 내보낸다면, 국민의힘은 자가당착의 프레임에 갇힐 수도 있다.

윤 총장이 적폐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무슨 대답을 내놓을까. '박근혜 탄핵'을 두고 '옳다, 그르다'로 갈려 허둥대며 당이 사분오열했던 것도 엊그제 일이다.

야권에서 무르익는 '윤석열 대망론'에 민주당이 "윤나땡(윤석열 나오면 땡큐)"이라고 반색하는 것도 국민의힘이 냉정하게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