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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비료회사 담합으로 손해"…8년 만에 일부 승소

등록 2020.10.30 20: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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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2010년 동안에 비료 담합 행위

공정위, 2012년 828억원 과징금 부과

농민들 "담합 가격 구매로 손해" 소송

법원 "입찰 제도 무력화해…39억 배상"

[서울=뉴시스] 김기태 기자 = 지난 2012년 6월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한농연중앙연합회 회원 및 변호사들이 비료가격 담합 관련 소송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번 소송에 농업계 사상 최대 인원인 27,601명이 소송을 제기했다. 2012.06.18. presskt@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기태 기자 = 지난 2012년 6월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한농연중앙연합회 회원 및 변호사들이 비료가격 담합 관련 소송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번 소송에 농업계 사상 최대 인원인 27,601명이 소송을 제기했다. 2012.06.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비료회사들의 담합 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농민들이 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내 법원에서 일부 받아들여졌다. 소송 제기 약 8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홍기찬)는 30일 농민 박모씨 1만8000여명이 13개 비료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비료회사들이 공동해 총 39억4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2년 1월15일 농협중앙회 등이 발주한 화학비료 입찰 과정에서 사전에 물량 및 가격을 담합한 비료회사 13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28억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농가의 영농비 부담 경감을 위해 비료보조사업을 시행하며 그 운용을 농협중앙회에 위임하고 있다. 그로 인해 농협중앙회는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는 비료 선정 및 보조금 지급 규모 결정에 있어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다.

농협중앙회는 입찰 실시 전 지정한 회계법인을 통해 각 비료회사로부터 원재료 가격, 비용 자료, 임금 자료 등을 받아 이를 토대로 원가 자료를 작성하고, 구매 가격을 결정한다.

비료회사들은 1995년부터 2010년 동안 농민들에게 판매되는 비료들이 사전에 농협중앙회 수매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이용해 물량과 투찰가격을 조절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렇게 얻은 부당이득금은 1조6000억원이었다.

농민 박씨 등은 "13개 비료회사가 이 사건 담합 행위를 해 자유롭고 공정한 가격 경쟁을 했을 때 형성됐을 가격보다 높게 형성된 낙찰 가격으로 계약해 손해를 입었다"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3개 비료회사는 이 사건 담합행위를 했는바, 이는 입찰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해 경쟁을 통해 낙찰자가 결정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라며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공동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낙찰가가 오히려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점 ▲입찰로 정해진 비료 가격도 지속적인 검증 등으로 통제받은 점 ▲과징금 부과 이후 도의적 차원에서 가격을 인하한 점을 손해배상액 산정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에 따라 13개 비료회사가 농민 박씨 등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앞서 인정한 손해액의 50%로 산정한다"고 밝혔다.

농민들을 대리한 송기호 변호사는 "공정위가 자신들이 부과할 과징금은 계산하고 독과점 회사들의 총 부당이득액은 발표하면서 제품 단위당 소비자가 입은 피해액은 조사 발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에 따르면 공정위가 피해액을 발표하지 않아 농민들은 2012년 소 제기 후 1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비료 제품 단위당 손해액을 감정해야 했다. 이 사이 민법이 정한 소멸시효 3년이 지나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게 된 농민도 있었다.

송 변호사는 "소비자의 소송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독과점 담합을 조장하는 구조"라며 "독과점 기업들은 배상으로 1000억원만 토해내고 나머지 1조5000억원을 독과점 이익으로 누리는 모순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독과점 적발 조사시 소비자가 입은 피해액도 동시에 발표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게 할 것 ▲소를 제기 못 한 소비자들도 동일 제품 피해 판결이 확정되면 함께 배상받는 단체소송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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