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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너 자신이 남았다'는 먹먹한 울림...'내가 죽던 날'

등록 2020.11.08 13:10:30수정 2020.11.08 13: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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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태풍이 몰아치는 밤 외딴섬의 절벽 끝, 한 소녀가 서 있다. 그리고 이내 소녀는 세상에 없었던 듯 홀연히 사라진다.

유서 한 장만 남겨둔 채 사라진 소녀 '세진'의 흔적을 형사 '현수'가 추적한다. 오랜 공백 끝에 복직한 형사다. 소녀가 있던 섬으로 찾아가 그녀가 살던 집, 쓰던 물건을 살펴보고 주변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며 진실을 쫓는다.

실종된 소녀를 찾는 형사의 삶도 팍팍하다.  남편의 외도와 이혼 그리고 업무 중 사고로 징계에 직면해있다.

복잡한 생각을 덜어보고자 일을 다시 하려는 형사는 소녀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어딘가 자신과 묘하게 닮아있는 모습에 점점 감정을 이입한다.

소녀의 환경은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아버지가 연루된 범죄사건으로 가족은 해체됐고 증인으로 채택돼 보호 명목으로 외딴섬에 떨어져 살아가고 있었다. 형사는 소녀 세진의 고통과 외로움에 마음이 쓰인다.
[서울=뉴시스]배우 김혜수. 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우 김혜수. 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08. [email protected]

김혜수가 소녀의 진실을 좇아가는 현수 역을 맡아 깊이 있는 연기로 극 전체를 끌어간다. 무너져버린 일상에 잘 먹지도 잘 자지도 못하고 자책까지 하게 되는 초췌하고 어두운 낯빛부터 점점 소녀의 심정에 스며들어 가는 복잡하고 다양한 내면의 감정을 보여준다.

소녀를 마지막으로 본 무언의 목격자 '순천댁'으로 분한 이정은은 그야말로 '찐 현실'같은 연기를 보여준다.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순천댁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미세한 변화의 눈빛과 표정, 몸짓 그리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목소리 없이 섬세한 감정을 표현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사라진 소녀, 세진을 연기한 노정의도 아슬아슬한 10대 소녀의 외로운 감정과 미스터리한 모습으로 긴장감을 제대로 전한다.
[서울=뉴시스]배우 이정은. 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우 이정은. 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08. [email protected]

영화는 담담하고 서정적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여성들이 중심이 돼 극을 이끌어가며, 수사극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드라마에 집중했다.

인생의 절망은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찾아올 수 있다. 자책하며 더 절망에 빠질 수도, 고통을 피하고자 이 세상에서 숨어버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주저앉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영화는 말한다. 절망 속에 누군가 내밀어준 손은 큰 위로가 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다.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다며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스스로 갇히려는 세진에게 "너 자신이 남았다"는 순천댁의 대사는 먹먹함과 울림을 전한다.

다만 극이 감정에 집중돼 서사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무언가 개운하지 않은 뒷맛도 남긴다. 사람들 간의 관계가 명확히 풀리지 않아 의문이 남고 현수의 상황에 대한 공감도 다소 떨어진다. 현수가 따라가는 세진의 행적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해소가 뒤늦게 되면서 다소 길어지는 느낌도 있다.

박지완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각본을 직접 썼다.

오는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서울=뉴시스]배우 노정의. 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우 노정의. 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08.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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