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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과업계엔 왜 신상품이 안나올까

등록 2020.11.09 11: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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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과업계엔 왜 신상품이 안나올까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기존 인기 제품을 손봐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올 한해 제과업계의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복고 상품의 리뉴얼이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우리쌀 빼빼로를 출시했다. 오리온은 같은 달 1992년 첫 선을 보인 마이구미에 오렌지 과즙 잼을 담은 마이구미 잼을 선보였다. 농심은 최근 뜨거워진 깡 열풍을 이어가기 위한 제품 라인업 강화 차원에서 옥수수로 만든 옥수수깡을 내놨다. 해태제과는 이달 맛동산 블랙을 신제품으로 출시했다.

올 한해로 기간을 더 늘려보면 제과업계의 리뉴얼 출시 제품은 더욱 많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존 상품과 차별화된 완전히 새로운 상품을 찾기가 어렵다는 소리다. 

복고상품 리뉴얼 출시를 두고 제과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상품보다 익숙한 맛을 찾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기 싫은 것은 아닐지 의문이다. 실제로 제과업계는 매출액 대비 1%도 안되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매출액 대비 0.67%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사용했다. 오리온은 0.86%, 해태제과는 0.5%, 크라운제과는 0.6% 수준에 불과했다. 그나마 농심이 1.2%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동원산업, 대상, 오뚜기 등이 연구개발 분야 투자를 통해 해외 의존도를 줄이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적극 준비하고 있는 모습과 확실히 대비된다.

연구개발에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는 물음을 제과업계에 던지면 이들은 삼성전자가 매년 새로운 핸드폰을 출시하는 것과 동일시하면 안된다고 펄쩍 뛴다.

시장 규모가 워낙 작은데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힘들고 출시된 제품이 성공을 거둘 지 모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제과업계의 목소리다.

또 기계와 달리 과자라는 제품 특성상 밀가루를 이용해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연구개발에 사용되는 금액도 매출액 대비 낮을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복고 상품의 리뉴얼 출시를 나쁘게 보자는 것은 아니다.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을 수밖에 없고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제과업계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K드라마, K팝 등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최근에는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제과업계가 발상의 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좀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선보이는 것은 어떨까. 목표치를 국내로 한정하지말고 김치, 라면처럼 K과자의 위상을 전세계에 보여줬으면 한다.  

기존 인기 제품을 살짝 비틀어 신제품으로 출시하는 트렌드는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울 수 있고, 시장을 제자리에 머물게 하는 '현재의 저주'에 갇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제과업계에도 '리뉴얼'보다 '뉴노멀'이 필요한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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