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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바마 시절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등록 2020.11.14 11: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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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바마 시절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내년 1월 출범할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오바마 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미국은 경제 제재로 북한을 압박하면 핵 개발을 멈출 것으로 예상하고 수동적인 대북 접근을 취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속적인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나섰고 2017년 11월 핵 무력을 완성을 선언했다. 미국 민주당 내에서조차 전략적 인내를 두고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북한은 2018년 남북·북미 대화 국면을 의식해 무력 강화 움직임을 억제하는 듯했지만 지난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단거리 전술무기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잇따라 선보였다. 얼마 전 노동당 창건 기념 열병식에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내놨다. 더 이상 제재로 가둬놓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게 자명하다.

문제는 북핵 이슈가 미국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수 업무를 본격화한 바이든 캠프의 최우선 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자가 초대 비서실장에 과거 에볼라 대책 총괄을 맡았던 론 클레인을 임명한 것은 단적인 예다. 바이든 캠프의 외교정책은 '동맹 회복'이라는 큰 틀의 구상만 천명할 뿐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 외교로 혼란을 키운 중동 정세를 잠재우기 위해 이란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더 관심을 둘 공산이 크다.

북한은 바이든 정부가 미국 내 현안이나 중동 정세에 집중해 북핵 문제를 방치하는 사이 전략 도발에 나설 수 있다. 과거에도 북한은 미국 정권 교체기에 도발을 반복했다. 클린턴 정부 출범 초기인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고, 부시 행정부 2기 초반인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4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천명한 다음날 장거리 미사일 시험이 이뤄졌고 5월엔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첫 해인 2017년에는 6차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가 이어졌다.  

바이든 정부로서는 북한이 도발하면 강경한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 당선인이 아무리 대북관여 정책을 지지한다 해도 눈 앞에서 북한이 핵 개발 의지를 보이는데 유화 모드를 취할 수는 없다. 미국 정치지형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시절 북한의 도발에 침묵했던 공화당은 다시 대북 강경론을 펼치며 민주당을 압박할 것이다. 강대강 대치 속에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며 대화 재개 모멘텀을 찾기 위한 비전략적, 비자발적 기다림이 꽤 오랫동안 계속될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할망정 더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이번만큼은 선제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막아야 한다. 바이든 정부가 과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펼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 하에 견인해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의 능동적 외교력을 기대해 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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