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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 신용대출 사실상 '전면 봉쇄'...'회의론'도

등록 2020.11.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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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은행 대출 창구. (사진=뉴시스 DB) 2020.10.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은행 대출 창구. (사진=뉴시스 DB) 2020.10.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당국이 연봉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에 대한 고액 신용대출에 제동을 걸었다. 최근 은행권이 전문직 등 고소득자들에 대한 2억원 이상 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상황에서 나온 이번 대책으로 고소득자들의 대출 통로가 전면 차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 이달 말부터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총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규제 시행 이후 총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고, 1년 내 규제지역에 있는 주택을 구입하면 신용대출은 회수된다.

예컨데 8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던 A씨가 B은행에서 새로 3000만원을 받고, 두 달뒤 C은행에서 2000만원을 추가로 받은 다음 1년 내 규제지역 내 주택을 사면 B은행과 C은행의 신용대출이 모두 회수되는 것이다.

이번 DSR 적용으로 고소득자의 대출 가능 금액도 경우에 따라 크게 낮아진다. 연소득 수준이나 기존 대출 실행 여부, 세부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지나 그간 은행들이 통상 연소득의 1.5배 정도를 신용대출로 내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 가능 금액은 최대 10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든다.

만약 주택담보대출 2억원(금리 3.0%·만기 20년), 신용대출 1억원(금리 3.5%)을 보유한 연봉 8000만원 직장인의 경우, DSR 적용 전 통상 1억2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면, 적용 이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900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연봉이 1억원인 경우 1억5000만원에서 7800만원, 연봉이 1억2000만원일 땐 1억8000만원에서 1억3700만원으로 쪼그라든다.

같은 조건에서 주담대 4억원, 신용대출 1억원을 보유한 경우 DSR 40%를 적용하면 연소득 8000만원과 1억원인 차주는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다. 연소득 1억2000만원과 1억5000만원인 경우엔 각각 1900만원 1억700만원의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에 주담대 등 대출을 많이 받은 고소득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며 "다만 기존에 주담대를 받지 않았다면 이번 DSR 적용으로 한도는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연 소득이 높을 수록 대출가능 금액이 높아지는 현 DSR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은행들은 이미 2억원 이상 고액 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상황이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인데, 분모에 해당하는 연 소득이 높을 수록 대출가능 금액이 크게 뛰는 구조다. 따라서 기존 대출 금액, 조건에 따라 다르긴 하나 연 소득이 1억2000만원과 1억5000만원으로 3000만원 차이에 불과하더라도 대출 가능한 금액은 1억원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지난 9월 이후 2억~2억5000만원 이상 신용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며 "고소득자에 대한 신용대출을 조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상한선을 정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연체위험이 큰 서민과 소상공인 등의 대출 창구는 열어놓고, 상대적으로 부실위험이 적은 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만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액 신용대출을 받는 고객 비율이 높진 않지만 대체로 이들은 상환능력이 우수해 연체율이 낮은 우량고객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쏠림현상"이라며 "최근 2년간 1억원 이상 대출 비중이 두 배 가량 증가하는 등 신용대출 시장이 최근 고액 대출자로 재편되고 있어 일단 자제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가운데 고액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례도 일부 발견되고 있어 이런 케이스를 정밀 타격했다"며 "추후 집값이 떨어지거나 고액 대출자들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손실은 차주는 물론, 금융기관에도 쇼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올 들어 급격하게 늘어나는 신용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면, 향후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도 "고액 차주가 DSR이 높다는 건 상환능력에 리스크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제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뜩이나 전셋값과 집값 '폭등'으로 대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로 세입자들과 '내집 마련'에 대한 어려움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전세자금엔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만큼, 이번 대책으로 전세자금 마련이 특별히 어려워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대책으로 일부 신용대출이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되며, 이에 따라 서민·소상공인의 주거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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