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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영덕에 첫 '재개발 풍력단지' 나올까…"인허가 제도 갖춰져야"

등록 2020.11.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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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북 영덕 위치한 '영덕풍력발전단지' 찾아

2004년 12월 운전 시작…설계수명 20년 임박

대주주 신한대체운용·ST인터, '리파워링' 추진

'39.6㎿→126㎿' 발전용량 확대…5㎿급 24기 도입

"재허가 또는 신규 사업 기준에 대한 논의 필요"

[세종=뉴시스]19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에 위치한 '영덕풍력발전단지'를 찾았다. (사진=이승재 기자)

[세종=뉴시스]19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에 위치한 '영덕풍력발전단지'를 찾았다. (사진=이승재 기자)


[영덕=뉴시스] 이승재 기자 =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철 구조물이 해안선과 어우러지며 이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경북 영덕 '해맞이공원'에 설치된 높이 80m짜리 풍력발전기 24기는 15년째 이 자리에서 동해를 내려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풍력의 시작이라 불리는 '영덕풍력발전단지'는 이제 곧 20년의 수명을 채우게 된다. 재개발을 위해서는 발전사업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데 아직 국내에는 관련 제도가 없다. 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속도를 붙이려는 정부에게 주어진 숙제이기도 하다.

지난 19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에 위치한 '영덕풍력발전단지'를 찾았다.

이곳은 민간 주도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풍력발전단지다. 2004년 첫 삽을 뜬 이후 같은 해 12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전문 업체인 유니슨이 설계, 건설, 구입, 조달 등 전 과정을 이끌었다.

총 67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고 발전용량은 39.6㎿다. 연간 전력 생산량은 9만6680㎿h로 약 2만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이 전력을 화석연료로 만들어 낼 경우 연간 6만1900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그만큼의 탄소 저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교적 낮은 산 능선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점도 이 단지의 특징이다. 인근의 풍력발전단지들은 대부분 고지대에 있다. 우리나라의 지형 특성과 바람 세기 등을 고려할 때 높은 봉우리에 발전기를 짓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는 관광객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날 버스를 타고 단지를 돌아다녔는데 접근성이 떨어지는 다른 풍력발전단지와는 달리 도로가 잘 닦여 있었다. 발전기 사이사이에 들어선 트릭아트전시관, 조각공원 등 부대시설도 눈에 띈다.

이진철 영덕풍력발전 전무는 "다른 강원도 지역에는 해발 2300m 고지대에도 발전기가 설치되지만 이곳은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30m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풍속이 다른 지역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라며 "바다에 인접해 있어 해풍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영덕풍력발전단지' 전경. (사진=영덕발전단지 제공)

[세종=뉴시스]'영덕풍력발전단지' 전경. (사진=영덕발전단지 제공)



지리적인 이점은 갖췄지만 국내에 풍력발전 설비가 드물었던 시기에 도입된 발전기인 만큼 1기당 발전용량은 1.65㎿로 크지 않다.

이에 특수목적법인(SPC)인 영덕풍력발전은 설계수명이 끝나는 2025년에 맞춰 기존 설비를 교체하는 리파워링발전단지(39.6㎿→126㎿)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과 같은 위치에 24기가량을 세운다고 가정하면 5㎿급 발전기가 들어서게 된다.

이를 위한 준비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영덕풍력발전의 대주주가 기존 맥쿼리투자운용에서 신한대체투자운용과 ST인터내셔널로 바뀌었다. 현재 양사는 각각 50%의 지분을 공동 보유 중이다.

사업 인허가 과정에 문제만 없다면 이곳이 우리나라 최초의 재개발 풍력발전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리파워링발전단지에 대한 사업 인허가 절차가 국내에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례가 없는 탓에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를 고민하고 있다.

이 전무는 "발전용량 증가에 대한 재허가 사업으로 봐야 하는지 아예 신규 사업으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제도가 있다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따라가면 되지만 이번 건은 처음이기 때문에 산업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보다 빠르게 풍력발전기를 돌린 해외에는 이미 관련된 제도가 갖춰져 있다고 한다.

이 전무는 "독일의 경우 리파워링발전단지에 대한 인허가 절차가 신규 사업에 비해 간소화돼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우리도 기존 인허가 과정보다는 까다롭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리파워링발전단지 사업은 국내 관련 기자재업체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허화도 유니슨 대표는 "이제 우리나라도 기존 풍력발전단지를 리파워링 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영덕풍력발전단지가 새롭게 거듭나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좋은 시범단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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