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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데니스 홍 "서울시민 코로나19 대응 세계 최고!"

등록 2020.11.23 08:50:00수정 2020.11.23 0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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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로봇공학자

서울시 홍보대사 위촉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가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2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가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정환 기자 = "저는 커서 로봇과학자가 될 거예요."

1978년 할리우드 SF 영화 '스타워즈"(감독 조지 루카스)를 보고 나온 7살 남자 어린이가 부모에게 말했다. 40여 년이 흐른 현재. 그 어린이는 '장래희망'을 이뤘고, 꿈을 실현해가고 있다.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49·UCLA 기계공학과) 교수가 최근 방한했다.

20일 서울시청에서 만난 홍 교수는 유쾌하고 친절했다. 만화나 영화 속 '천재 로봇 과학자'의 정형화한 모습, 괴팍하거나 날카로운 느낌과 180도 달랐다.

그는 "서울시 홍보대사로 위촉돼 바로 날아왔다"고 코로나 19 팬더믹 속에 고국을 찾은 이유를 전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못 왔지만, 전에는 매월 한 번은 왔다. 열흘 동안 세 번 온 적도 있을 정도다. 공동연구, 프로젝트부터 강연, 출판 등 한국에서 하는 일이 많다. 한 번 오면 보통 5일 정도 있지만, 아침에 왔다가 밤에 가는 일도 적잖다"는 말에 자주 올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가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2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가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23. [email protected]

휴머노이드 로봇 '아르테미스'를 한창 개발 중이어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그다. 왕복 22시간이 넘게 비행기에 갇혀 지내는 것이 답답함을 넘어 시간 낭비처럼 여겨질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다른 답이 나왔다.

"바행기에 있을 때가 참 좋다. 비행기에 타면 랩톱을 켜놓고 논문을 쓰기 시작하는데 내릴 때쯤 한 편을 완성한다. 비행기 안에 있는 동안은 전화도, 인터넷도 안 되니 집중하기에 알맞다."

비행기에서 논문이라니. 천재 로봇과학자의 정형화한 모습과는 달랐지만, 천재는 맞는 것 같은 대목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홍 교수는 글로벌 과학 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가 선정한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로봇 연구소인 'UCLA 로멜라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인자동차를 개발했다. 미 국립과학재단(NSF)의 '젊은 과학자상'을 비롯해 'GM 젊은 연구자상'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교육상' 등을 받았다.

그의 로봇공학자로의 길은 영화 한 편에서 시작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가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2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가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23. [email protected]

"스타워즈를 보며 'C-3PO' 2 'R2D2' '우주선' '광선검' 같은 것에 반했다. 그래서 로봇과학자가 되고 싶었고, 해냈다."

사실 어린 시절에 누구나 꿈을 꾸지만, 모두가 그 꿈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그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바로 '수학'이었다.

"사실 나는 수학을 싫어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내게 '네가 좋아하는 로봇을 공부하는 데 과학이 도구라면 수학은 언어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수학을 공부했다. 물론 지금도 수학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하하."

그런 그이기에 자신처럼 로봇공학자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으려면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나 만화 속 천재 로봇과학자는 현실에는 없다. 로봇은 융합적이다. 각 분야의 수많은 전문가가 함께한다. 전기, 전자, 컴퓨터, 재료공학, 기계공학 등등. 창의력,열정만으로는 취미로는 가능하나 로봇공학자는 될 수 없다. 수학, 과학의 기초를 다져야 한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가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2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가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23. [email protected]

'미래 세계'를 그린 SF 영화를 보면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핵전쟁' '로봇 반란' '바이러스 창궐' 등이 나온다. 바이러스 공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현실화했다.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 할리우드 SF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까.

이에 대한 홍 교수의 대답은 "(그런 걱정은)시간 낭비다"였다.

"친구들과도 같은 이야기를 한 적 있다. 그때 앤드류 응(세계적인 AI(인공지능) 전문가) 박사가 '그런 걱정은 화성의 인구 문제를 걱정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 불가능은 아니지만, 너무나 먼 훗날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고민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람은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막연히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렇다 보니 로봇이나 AI 발전을 두려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은 '도구'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이롭게 해주는 것들이다."

"칼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느냐"는 뻔한 우문에 현답이 돌아온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가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2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가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23. [email protected]

"교통사고로 세계대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숨졌지만, 인류는 차를 없애지 않았다. 로봇이나 AI도 자동차처럼 인류에게 유용한 것들이니 사용해야 한다. 단, 규율이 필요하고, 윤리 의식이 있어야 한다. 로봇이나 AI가 아닌, 이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홍 교수는 로봇이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재난 사태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자신했다. 미국에서도 이를 설파하는 중이다.

"코로나19가 퍼진 곳 등에서 방역과 소독을 하거나 환자를 간병하는 것 같은 위험한 일을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수행할 수 있다. 비대면, 비접촉이 중시되면서 화상회의나 원격교육이 각광받는데 로봇이 그 효과가 배가하도록 도울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로봇이 대신 할 수 있는 일을 확연히 구분했다. 서울시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시행하는 '마음방역' 캠페인이 좋은 예다.

"로봇이 사람 마음을 보살피는 역할을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있다. 사람에게 공감하고, 소통하며, 보듬는 일은 로봇이 아닌, 사람의 몫이다."

홍 교수는 이번 방한에서 서울이 봉쇄 없이 철저한 생활방역을 통해 일상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며 어떤 인상을 받았을까.

"아주 훌륭하다. 세계 최고로 잘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부터 QR코드로 출입하는 것 등 모두 인상적이었다. 서울시가 정말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것은 시민들이 잘 따라줘서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 100점 만점에 200점을 줘도 부족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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