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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용균 추모 시낭송이 정치적?"…성난 작가들

등록 2020.11.23 14: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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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청 추모회 장소 대관 불허 일방 통보"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고 김용균 1주기 추모분향소가 설치되어 있다. 2019.12.02.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고 김용균 1주기 추모분향소가 설치되어 있다. 2019.12.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작가들과 문화 시민단체는 서울 종로구청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떠올리는 문화행사 검열을 했다고 주장하며 공개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는 23일 "종로구청이 고(故) 김용균씨 2주기 추모 시낭송회를 '정치적 행사'라는 이유로 추모회 장소 대관 불허를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시낭송회는 2018년 태안화력 청년비정규직 김용균씨의 사망을 계기로 27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현재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논의되는 가운데 온 국민이 그를 애도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작가회의는 '노래극단 기다림'과 함께 시 낭송과 노래극 공연을 하기로 협의한 후 이달 4일 종로구청 홈페이지에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 대관 신청을 했다. 신청자는 '진실규명재단', 문화제의 주최는 '김용균재단', 주관은 '진실규명재단, 한국작가회의, 노래극단 기다림'이었다.

그러나 이달 18일 종로구청에서는 미승인 결과를 내놓았다. 작가회의는 "신청 당시 구청 문화과에서는 대관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공원녹지과 심의위원회에서 김용균 추모문화제를 정치적 행사라고 해석해 승인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김용균을 추모하는 시 낭송과 시노래극 문화제가 어떤 이유로 정치적인가"라며 "한 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하는 작가들과 예술인들의 문화제는 정치적인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공연장 심의에서 대관을 불허한 것은 아무런 판단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결정한 독단적 횡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사회참여적인 문화예술을 블랙리스트로 규정해 불법 사찰, 검열, 배제해왔던 전임 정부의 블랙리스트 공작과 다를 바 없는 폭거"라며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만행에 다름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종로구청장은 구청에서 관할하는 문화예술 정책 전반의 문제를 점검하고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 '김용균 추모문화제' 대여 신청 미승인을 즉각 철회하라"며 "관련 사태에 대한 사실 확인과 재발방지책 마련, 책임자 문책, 그리고 관련 사항으로 상처 입은 김용균씨 유족과 재단, 2주기 추모위와 전체 문화예술인에 진정어린 사과에 나설 것을 요청한다"고 보탰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이에 "블랙리스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싸워온 우리로서는 종로구청이 대관 불승인 사유로 제시한 '정치적 행사'라는 기준이 한국 사회에서 어떠한 의미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용균 추모문화제는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명과 노동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행사"라며 "추모행사를 '정치적'이라고 낙인찍는 것은 종로구청이 과거 군사독재 시절 노동 인권 관련 사건을 그저 공안 사건으로만 보았던 권위적인 문화행정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밖에는 볼 수가 없다. 더군다나 다원성을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인 내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장해야 할 표현이지, 배제해야 할 표현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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