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광폭 행보' 왕이, 2박3일 방한 마무리…'견제'보다 '협력'에 방점

등록 2020.11.27 17:16: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文대통령 예방, 한·중 외교장관 회담 후 與 실세 접촉

한중 문화·경제·환경·역사 분야 교류 협력 확대에 비중

한중 FTA 2단계 합의 등 역내 통합 경제질서 구축 강조

박병석 국회의장 만나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은 남북"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1.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1.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5~27일 2박3일의 한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왕 위원은 이번 방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실상 어렵다는 뜻을 전하면서 시종일관 한중 협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미중 갈등 속 미국 견제 차원이라는 해석에 왕 위원은 "외교가 그렇게 쉬운 것이냐"고 웃어 넘겼지만 당·정·청 인사들을 두루 만나 "한중은 가까운 이웃이자 긴밀한 협력 동반자"라며 바이든 시대 한미 동맹 강화를 우회적으로 견제했다.

왕 위원은 지난 24~25일 일본을 방문한 뒤 25일 밤 늦게 한국에 도착했다. 왕 위원은 27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오찬 협의를 진행한 후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는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이후 왕 위원은 26일 저녁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김한정·박정·이재정·김성환 등 민주당 재선급 의원들과 만찬을 진행했다. 27일에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 윤건영·이재정 의원 등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조찬을 했다. 이어 국회를 찾아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일본에서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장관과 중일 외교장관 회담과 스가 요히히데 일본 총리를 예방하는 간소한 일정만 진행한 것과 달리 한국에서 광폭 행보를 보인 것은 그만큼 한국과 관계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이후 1년 만이자 코로나19 확산 후 처음 한국을 방문한 왕 위원은 강경화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중 관계를 '수망상조'(守望相助·어려울 때 서로 협조하며 대처한다)에 비유하며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한 전략적 소통을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회담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1.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회담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1.26. [email protected]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문화·경제·환경·역사 등 분야에서의 교류 및 협력 확대를 위한 협력 사업을 총망라해 논의했다. 향후 5년간 경제협력 청사진을 제시할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2021~2025)' 채택, '한·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출범 합의, 미세먼지 등 환경 분야 협력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왕 위원은 중국 주도의 아세안 15개국이 역내포괄경제동반자협정(RCEP) 서명에 이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합의의 조속한 추진을 강조했다. 앞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왕 위원의 방한에 앞서 "한·중·일 FTA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고하며 중국이 한중 FTA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이후 10가지 공동 합의한 내용을 소개하며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지지하며, 한·중·일 FTA 협상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속한 발효를 공동 추진하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하고, 개방형 세계경제를 건설하고 기후변화 등 글로벌 도전에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RCEP와 FTA 등을 접점으로 한국을 끌어들이면서 과도한 미국 편중을 막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역내 통합적인 경제 질서 구축에 대한 중국 측의 입장을 적극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왕 위원은 미중 갈등 속 미국 견제 차원의 방한이라는 해석에 "외교가 그렇게 간단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190여개 나라가 있고, 모두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나라다"라고 말하며 미국에 대한 불편한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왕 위원은 "중·한 간에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중한 양국은 전략적인 협력 동반자로서 전방위적으로 조율,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대응 협력, 경제 무역, 지역 및 한반도 문제 등에서 다자주의를 견지하고, 자유무역을 수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왕이 부장은 미국 정권 교체기로 유동적인 상황인 만큼 미국을 직접 겨냥하는 모습은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왕 위원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해 왔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긍정적인 관심을 표하고 달라져야 한다는 기대감도 일부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26.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26. [email protected]

한중은 각종 협력 이슈를 논의했지만 시 주석 방한 문제는 예외였다. 왕 위원은 문 대통령을 예방해 "국빈 방문 초청에 감사하고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하고자 한다"는 시 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전했다. 사실상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급증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방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을 풀이된다.

왕 위원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 직후 취재진과 만나 "지금 양측이 해야 하는 것은 방문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지금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런 것들이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완전히 (코로나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 위원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강경화 장관이 문화콘텐츠 분야의 협력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협조 요청에도 왕 위원은 '지속 소통하기를 희망한다'면서 확답하지 않았다.

반면 왕 위원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 정권 교체기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북미간 대화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킬 수 있도록 양측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왕 위원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문 대통령이 전쟁의 파국을 막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는 "남북한 양측이야말로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이다. 그래서 한반도의 운명은 남북 양측 손에 주어져야 한다"면서 북미 대화가 재개되는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 측과 교류 회복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한편 왕 위원은 방한 과정에서 '외교 결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당초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왕 부장의 지각으로 24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왕 부장은 늦은 이유에 대해 "트래픽(교통 체증)" 탓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숙소에서 출발한 것은 10시5분께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중국 측에선 회담 20분 전에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