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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세종대왕이 가르치려한 ‘正音(정음)’은 무엇인가

등록 2020.12.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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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서울=뉴시스] ‘門’의 우리말 정음은 ‘몬’이며, ‘문’은 속음 또는 변음이다. <홍무정운>에 기재된 ‘門’의 중국 정음은 ‘문’으로 우리나라의 정음 ‘몬’과는 서로 달랐다.

[서울=뉴시스] ‘門’의 우리말 정음은 ‘몬’이며, ‘문’은 속음 또는 변음이다. <홍무정운>에 기재된 ‘門’의 중국 정음은 ‘문’으로 우리나라의 정음 ‘몬’과는 서로 달랐다.

[서울=뉴시스]  ‘訓民正音(훈민정음)’의 뜻은 ‘백성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이다. 주어를 집어넣어서 말하자면 ‘세종대왕이 조선 백성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이다.

그렇다면 불세출의 현군 세종께서 조선 백성들에게 가르치려 한 ‘정음’은 대체 무엇인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일시적 표준음을 적는 표음문자일까? 아니다.

세종의 ‘정음’은 크게 두 가지를 지칭한다. 하나는 우리나라 말소리(토속어+한자어)를 바르게 적기 위해 창제된 ㄱㅋㆁㄷㅌㄴㅂㅍㅁㅈㅊㅅㆆㅇㄹㅿ • ㅡㅣㅗㅏㅜㅓㅛㅑㅠㅕ의 28자를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글자 명칭으로써의 ‘정음’이다. ‘월인석보’ 권1, 석보서 5장의 “正音은 正한 소리니, 우리나랏 말을 正히 반드시 옳게 쓰는 글일 쌔, 이름을 正音이라 하느니라” 또한 ‘정음’을 글자의 측면에서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무릇 훈민정음 28자는 반드시 초·중·종성을 합쳐 써야만 하나의 ‘음’을 이룬다”처럼 그 28자는 ‘음’을 이루는 음소들이지 ‘음’은 아니다.
 
‘정음’이 지칭하는 또 하나의 의미는 한자음에 국한된 것으로, 국어대사전에 기재된 것처럼 “한자의 속음(俗音)이나 와음(訛音)이 아닌 본디의 바른 음”이다. 본디의 바른 한자음 표기는 훈민정음 창제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말소리는 크게 ‘토속어음’과 ‘한자어음’으로 구분된다. 한자어의 경우, 중국 및 일본 등과 공용하는 ‘공용한자어’가 있고, ‘초성(初聲)’, ‘중성(中聲)’, ‘종성(終聲)’처럼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조선한자어’가 있다. 물론, 한자는 하나하나마다 ‘단어’이기 때문에 ‘初聲’ 속의 ‘初’와 ‘聲’자는 한중일의 공용자이자 ‘공용한자어’이다. 그러나 세종 당시 우리나라와 중국 명나라에서 쓰는 낱낱의 한자 ‘자형(字形)’들은 같았을 지라도 한자의 ‘자음(字音)’은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달랐다.

세종이 백성들에게 가르치고자 한 바른 소리로써의 ‘조선한자음 정음’은 곧 ‘동국정운(東國正韻)’이다. 그러나 동국정운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아보고 그에 대해 감사하는 사람들은 현재 극소수다. 동국정운에 적힌 음은 우리나라 한자음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중국식 한자음이어서 실현되지 못하고 곧바로 사멸되었다는 현 교육계의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

지금 우리는 ‘門’자를 ‘문’으로 읽는다. 그러나 <사진>에서처럼 ‘문’은 중국 명나라의 정음이었다. 세종이 광범위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정립한 ‘門’의 조선 정음은 ‘몬’으로 중국과는 다른 음이었다. 중국 명나라의 정음 ‘문(門)’은 현대 보통화에선 ‘먼[mén]’으로 변음 됐고, 우리나라의 정음 ‘몬’은 현대한국어에선 공교롭게도 중국의 정음과 같은 ‘문’으로 변했다. 

그러니 ‘광화문’ 현판을 훈민정음체로 쓰자는 일각의 운동에 대해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즉, 그 운동은 ‘문(門)’이라는 현대의 속음을 훈민정음체로 흉내 내 간판을 만들어 달자는 것이지, 문화재답게 ‘門’의 우리말 정음 ‘몬’을 『훈민정음』 해례본과 『동국정운』에 보이는 훈민정음체로 써서 달자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동국정운에서 세종은 ‘大’의 우리말 정음을 긴소리 ‘ㄸ’을 쓴 ‘때’라 밝혔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대한민국(大韓民國)’의 ‘大’를 장음으로 발음하고 있다. ‘韓’의 정음 또한 그 초성이 ‘ㅎ’ 보다 긴 소리인 ‘ㆅ’이다. 그래서 ‘한국(韓國)’의 ‘한’은 표준국어대사전의 [한ː국]이 증명하듯, 지금도 장음이다. ‘大韓民國’의 네 음 중에서 ‘國(국←귁)’을 제외한 大·韓·民 세 글자의 음은 지금도 ‘동국정운’의 음운 그대로 변함이 없다. 그러니 ‘동국정운식 한자음’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의 “우리나라 한자음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주관적이고 사대주의적이며 복고주의적인 성격이었으므로 실현될 수 없었다”는 대단히 잘못된 설명이다. <계속>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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