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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도 하루 3~4건 뿐…현대엘베, 파업중 10건 점검

등록 2020.12.02 17: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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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점검표 전문적이라 기술자들도 작성에 상당시간 소요

실무경험 없는 사무영업직이 하루 2배 했다는 건 '부실'의미

"가이드 교육도 제대로 못받고 현장 투입된 것은 사실”

"엘베 문 열어보고, 하부 한번 쳐다보고, 기계실 열어보고..."

사측 "파업에도 이용자 안전위해 관련법 준수 점검조치 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수원=뉴시스]박상욱 기자 = 현대엘리베이터가 노조 파업 기간 동안 승강기 보수·점검에 본사 사무·영업직 직원들을 동원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직원들이 현장에서 사실상 ‘엉터리 점검’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현대엘리베이터 직원 등에 따르면 본사 사무·영업직원 120여명이 지난달 25일 부터 6일간 승강기 보수·점검에 나섰다.

이들 중 절반 가량은 승강기 점검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무자격자다.

자격증 보유 인원 중에서도 대다수가 현장 실무경험은 사실상 전무하다.

사정이 이렇지만, 현장 투입인력에 대한 별도의 점검 가이드 교육도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승강기 보수·점검은 ‘엉터리’로 진행된 셈이다.

전문 기술자들이 하루 소화 가능한 승강기 점검은 최대 3~4곳에 불과하지만, 비전문가인 해당 사무 직원들은 이 기간동안 하루 최대 10곳을 점검했다.

이들이 해당 기간동안 보수·점검에 나선 승강기는 전국 3000여대에 달한다.

현대엘리베이터 직원 A씨는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주말도 없이 현장 보수·점검에 나서야 했다”며 “하루에 못해도 10곳 가까이 점검해야 하는 스케줄이다보니, 점검은 보여주기식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 B씨도 “가이드 교육도 못받고 현장에 투입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다보니 현장가서 엘리베이터 문 열어보고, 하부 한번 쳐다보고, 기계실 한번 문 열어보고 보는 척하고 오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승강기 기술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승강기 한 기술 전문가는 “국가승강기정보센터에 입력해야하는 자체점검표의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전문적”이라며 “해당 내용을 꼼꼼히 살피고 점검표를 작성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보니 하루 3~4곳에 대한 점검도 타이트하다”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후 전자식 자체점검표 작성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자체점검표 작성은 점검자 본인이 모바일 어플(App)을 이용해 점검결과를 입력하면, 국가승강기정보센터로 발송되도록 돼 있다.

해당 점검표 작성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으로부터 자격 인증을 받은 직원만 가능하다.

하지만 자격이 안되는 직원들은 해당 점검표 입력이 불가능하다보니, 현장 점검 후 각 지역 지사 단체 채팅방에 “A건물 점검 완료” 또는 특이사항을 알리면, 관할 지사에서 다른 직원의 아이디로 점검표를 작성했다.

사실상 ‘허위 정보 입력'으로 불법행위라 볼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파업기간 동안 고객의 안전은 뒷전으로 한 채 점검 기한과 관련한 관련법 준수에만 열을 올린 셈이다.

이에 대해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현장 여건상 점검 결과를 사무실에 통보해 해당 점검 인원 아이디로 대신 입력하게 했을 뿐, 다른 기술자의 명의를 대리 입력한 것이 아니다”라며 “현장에 투입된 직원들도 절반이 아닌 88%이상이 유자격자였다. 또 자격을 갖추지 않은 인원은 보조자로서 유자격자와 2인1조로 투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승강기 유지관리는 승강기 이용자의 안전한 운행에 필수적인 사항으로, 당사는 파업기간 중에도 이용자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최선의 선택이었을 뿐, 관련법을 준수하는 범위내에서 해당 조치들이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 다른 관계자는 “현장에 투입된 인원 중 50여명이 관리직군인데,  88% 유자격자라는 사측의 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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