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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속 15층 어린 남매 구한 사다리차 영웅은 20대 청년

등록 2020.12.02 15: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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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아파트 화재 4명 참사 현장에 있다 3명 구해

"펑 펑 소리들리자 사람 구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어"

손상된 사다리차 수리비는 제조사 대표가 부담키로

[수원=뉴시스] 안형철 기자 = 1일 발생한 경기 군포시 산본동 한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어린 남매 등 총 3명의 시민을 구출한 청년 사다리차 기사 한성훈(29)씨. 2020.12.02. goahc@newsis.com.

[군포=뉴시스] 안형철 기자 = 1일 발생한 경기 군포시 산본동 한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어린 남매 등 총 3명의 시민을 구출한 청년 사다리차 기사 한성훈(29)씨. 2020.12.02. [email protected].

[군포=뉴시스] 안형철 기자 = 화염과 연기로 뒤덮였던 경기 군포 아파트 화재 현장 속에서 3명의 시민을 구한 ‘의인’이 알려지면서 다수 희생자가 발생한 안타까움 속에서 위로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4시 37분께 군포시 산본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베란다에 소방당국의 사다리차가 아닌 화물용 사다리차가 연기를 뚫고 12층, 15층으로 사다리를 올려 3명의 생명을 구출했다.

화재현장에서 3명의 시민을 구출한 ‘시민 영웅’은 청년 사다리차 기사 한성훈(29)씨로 화재가 발생한 현장에 창틀을 올려주기 위해 해당 아파트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한 씨는 "창틀 올려주기 위해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펑’하는 소리가 났다. 처음에 커다란 물건이 떨어진 줄 알았다"면서 "금방 뒤이어 두 번째 ‘펑’하는 폭발음이 들려왔고, 차 안에서 올려다보니 베란다 창으로 마치 화염방사기를 쏘듯이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한 씨는 119, 112에 화재를 알리는 신고를 하던 중 화재가 발생한 옆집에서 중년 여성이 살려달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을 목격했다.

한 씨는 불길과 연기에 사다리차가 손상될 수 있었지만 망설이지 않고 사다리차를 올렸다.

처음에는 베란다가 아닌 옆방 창문으로 사다리차를 올렸지만 구조를 요청한 여성은 불길이 거세져 옆 방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나중에는 베란다 난간에 매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성이 추락 직전의 급박한 상황이 되자 한 씨는 사다리 붐대의 손상을 감수하고 사다리를 옆으로 틀어 여성이 무사히 올라탈 수 있었다. 

화재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한 씨는 아파트에서 다소 떨어져 있던 사다리차를 아파트 가까이 옮겨 만일 사태의 대비했다.

자리를 옮기자 때마침 15층에서 누군가 손을 흔드는 듯한 실루엣이 한 씨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실루엣은 연기에 가려 이내 사려졌고 뒤이어 소방에서는 모두 구조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하지만 그는 혹시나 모르는 마음에 15층까지 사다리를 올렸다. 정상적으로는 14층까지만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차였지만 비상제한을 풀고서 올린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다리차가 올라가자 창문을 통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매가 사다리에 올라탔고, 화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날 한 씨는 중년 여성과 어린 남매 2명의 생명을 구했지만, 안타까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한 씨는 "구조를 끝내고 나서는 모두가 무사히 탈출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2명이 반대편에서 이미 추락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뒤이어 건물 내부에서 2명이 더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보이기만 했어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에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3명의 목숨을 구한 의인이었지만 그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는 듯 담담하게 인터뷰에 응했지만, 추가 사망자 이야기를 할 때는 목이 메는 듯 말이 느려지기도 했다.

또 한 씨와 함께 3명의 생명을 구조하다 손상된 사다리차도 한 씨의 구조활동 소식을 접한 제조사 대표가 모든 수리비용을 부담하기로 하면서 따듯함을 더하고 있다.

이날 한 씨의 활약으로 3명의 생명을 구출했지만 안타깝게도 창틀 교체를 위한 작업자 2명과 주민 2명이 숨졌다. 또 다른 주민 7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현재 사고 발생한 아파트단지 내에서는 헌화장소가 마련돼 고인들을 기리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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