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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김광석·신해철, 전설의 가수들 AI로 부활하는 이유

등록 2020.12.03 13: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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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향수·기술 만남...음악 다양성 기대

[서울=뉴시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2020.12.03. (사진 = 워너 브라더스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2020.12.03. (사진 = 워너 브라더스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2017·감독 드니 빌뇌브)의 장면 중 하나.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K(라이언 고슬링)와 다투던 데커드(해리슨 포드)는 '캔트 헬프 폴링 인 러브(Can't Help Falling In Love)'가 흘러나오자 순간 멈춘다.
 
호텔의 라이브클럽에서 영화 속 시대 배경으로는 이미 70년 전 사망한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가 3차원 영상으로 된 입체 사진, 즉 홀로그램 형태로 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떠나간 자에의 향수가 더욱 짙어진다.

'가객' 김현식(1958~1990)과 김광석(1964~1996) 그리고 '마왕' 신해철(1968~2014)…. 대중음악 전설들이 인공지능(AI) 기술로 연이어 부활한다.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은 오는 16일 AI 음성 복원 프로젝트 '다시 한번'의 김현식 편을 방송한다. 그리운 아티스트의 음성과 모습을 복원해 새로운 곡과 무대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AI 음성복원, 페이스 에디팅,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김현식의 목소리로 부른 신곡과 무대를 팬과 가족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워너원' 출신 김재환과 'EXID' 출신 솔지가 참여해 김현식을 기억하는 특별한 순서도 꾸민다.

엠넷은 김현식 편에 앞서 오는 9일 터틀맨(1970~2008·임성훈) 편을 먼저 내보낸다. 터틀맨이 세상을 떠나고 해체한 이후 12년만에 다시 완전체 무대를 예고하고 있다. 터틀맨의 목소리를 복원하기 위해 그의 흔적이 담긴 물건을 찾는가 하면 거북이의 무대를 도와줄 지원군 펭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서울=뉴시스] 김현식. 2020.10.30. (사진 = 슈퍼맨C&M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현식. 2020.10.30. (사진 = 슈퍼맨C&M 제공) [email protected]

SBS TV는 내년 1월22일 첫 방송하는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에서 김광석을 등장시킨다. 김광석이 생전 단 한번도 부른 적이 없는 노래가 그의 목소리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해 눈길을 끈다. 1996년에 세상을 떠난 김광석이 2002년 발표된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부른다.

이는 '모창 AI'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에 의해서 구현했다. 수십만 번의 학습을 통해 악보만 입력하면 어떤 가수의 목소리도 따라할 수 있는, 일종의 딥러닝 기술이다.

제작진은 "기존의 목소리를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는 단순한 음성 인식 기술이 아닌, 사람처럼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소개했다. "지금은 우리 곁에 없지만, 대중들이 그리워하는 목소리를 다시 들려줄 수 있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2008년 안규철 제작으로 학전블루 소극장 앞에 건립된 '김광석 노래비'. 2020.11.23. (사진 = 김광석추모사업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2008년 안규철 제작으로 학전블루 소극장 앞에 건립된 '김광석 노래비'. 2020.11.23. (사진 = 김광석추모사업회 제공) [email protected]

방송사가 아닌 대형 가요 기획사에서도 인공지능을 통해 전설을 부활시키는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 레이블즈(Big Hit Labels)'는 소속 아티스트들의 합동 공연에서 '마왕' 신해철(1968~2014년)을 기리는 헌정 무대를 마련한다.

오는 31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펼쳐지는 '2021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NEW YEAR'S EVE LIVE)'에서 신해철을 기억하는 순서를 선보인다.

AI 기술로 제작된 홀로그램을 통해 신해철과 빅히트 레이블즈 아티스트들의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구현된다.신해철의 히트곡 '그대에게'와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가 선정됐다. 두 곡 모두 한국의 소리와 장단을 소재로 편곡된 버전이 공연된다.

빅히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힘들고 무기력한 나날을 보낸 2020년. 모두를 위로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의미로, 틀에 박힌 사고를 거부하고 도전에도 주저함이 없었던 뮤지션 고(故) 신해철을 기억하는 헌정 무대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지난 2017년 11월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신해철 3주기를 기리는 무대 '마왕의 귀환'에서도 그가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 신해철의 대표곡 '재즈카페'의 전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신해철의 모습이 등장하자 1800명(주최측 추산)은 일제히 감탄을 쏟아냈다.

아티스트는 세상을 떠나도, 노래는 영원하다. 끊임없이 회자되는 곡의 주인공인 전설의 아티스트가 계속 소환될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의 향수와 계속 발전하는 AI기술이 만나 '전설의 가수'를 부활시키는 프로젝트가 계속되는 이유다.  
 
디지털과 홀로그램, 아바타 등에 익숙한 MZ세대와 여전히 과거의 노래를 추억하는 기성 세대를 연결하는 매개체로도 AI기술을 각광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 신해철 홀로그램. 2017.11.19. (사진 = hnshq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신해철 홀로그램. 2017.11.19. (사진 = hnshq 제공) [email protected]

한편에서는 일부 거부감도 나온다. 일본의 대표적인 국민가수로 불리는 미소라 히바리(1926∼1989·美空ひばり)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 만에 AI 기술로 부활한 이후 현지에서 불거진 갑론을박이 예다.

고인의 사망 3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작년 12월31일 방송된 NHK의 연말 음악 방송 '홍백가합전'에서 미소라 히바리는 AI 기술로 등장, 신곡을 불렀다. 그녀의 모습에 일부 팬들은 눈물도 흘렸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딥러닝 기술로 재현된 미소라 히바리로부터 리얼리티를 느끼기 힘들었고, 과연 기술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단 가요계는 새로운 기술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아이돌 음악으로 편중된 국내 가요계에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 위주의 K팝이 한류의 대표주자가 되면서 다른 장르의 뮤지션은 소외되거나 각광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전설을 소환함으로써, 그 가수가 몸 담았던 장르가 환기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인 빅히트 방시혁 의장이 신해철을 부활시키는 것도 그런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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