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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아닌 '공주' 햄릿…국립극단, 이봉련 타이틀롤

등록 2020.12.04 08:16:27수정 2020.12.08 19: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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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 정진새·연출 부새롬, 의기투합

화재 명동예술극장, 보수 끝나고 재개관

[서울=뉴시스] 연극 '햄릿'. 2020.12.03.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햄릿'. 2020.12.03.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고뇌자 '왕자 햄릿'이 아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복수자 '공주 햄릿'을 그린다.

국립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은 오는 17일부터 27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셰익스피어 고전 '햄릿'(각색 정진새, 연출 부새롬)을 선보인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중세 덴마크 왕자의 복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대와 배경의 한계를 넘는 보편성으로 장르를 불문하고 현재까지 수많은 예술작품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거대한 사회구조 속에서, 도덕과 부도덕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햄릿은 현대인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1601년 집필된 이래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연극 작품 중 하나인 '햄릿'은 지난해 국립극단이 진행한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 설문에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올해 70주년 기념 라인업으로 편성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햄릿의 성별이다. 원작이 쓰일 당시 '당연히' 남성이었던 왕위계승자 햄릿은 여성으로 바뀌었다.

성별이 바뀌었지만 햄릿 공주는 여전히 당연한 왕위계승자이자 검투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이다. 135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배우의 광기어린 연기는 성별 이분법적 세계관을 잊고, 인간으로서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햄릿의 상대역인 오필리어는 남성으로 바꾸었다. 길덴스턴, 호레이쇼, 마셀러스 등 햄릿의 측근들에 적절히 여성을 배치, 공연을 보는 관객이 성별을 의식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새로운 '햄릿'은 연출가 부새롬과 작가 정진새가 의기투합했다. 현재 연극계에서 가장 뜨거운 두 예술가의 첫 공동 작업이다. 새로운 시대를 반영한 '햄릿'을 만들기 위해 1년 이상 아이디어를 조율했다.

정 작가의 각색으로 정형화된 서양 고전 연극의 말투와 어조를 벗어 던졌고, 부 연출의 농밀한 시선을 통해 솔직하고 직설적인 '햄릿'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여신동 미술감독은 텅 빈 무대에 흙, 바람, 비를 흩뿌리며 운명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을 일깨운다.

국립극단의 '햄릿' 프로덕션은 이번이 70년 역사상 세 번째로, 12년 만이다. 첫번째 '햄릿'은 2001년 국립극단 출신 탤런트 김석훈이 '햄릿' 역을 맡아 극단 민중의 정진수 연출이 번역 및 연출을 맡아 무대에 올렸다.   
 
두 번째 '햄릿'은 2007년이었다. 칼 대신 총을 든 파격적 햄릿을 내세웠다. 독일 연출가 옌스-다니엘 헤르초크가 연출하고 서상원이 햄릿 역할을 맡아 '테러리스트 햄릿'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했다.

[서울=뉴시스] 연극 '햄릿'. 2020.12.03.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햄릿'. 2020.12.03.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한편 한국 최초의 햄릿은 국립극단의 모체가 된 민간 극단 '신협'이 1951년 9월 한국전쟁 중 고(故) 이해랑의 연출로 무대에 올렸다. 당시 '햄릿' 역할을 맡았던 고(故) 김동원은 지금도 '영원한 햄릿'으로 불린다.

부새롬 연출은 여성 햄릿을 내세운 데 대해 "햄릿이 여성이어도 남성과 다를 바 없이 왕권을 갖고 싶고, 복수하고 싶고, 남성과 같은 이유들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성별을 넘어 단지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에 집중하는 것이 작품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중에 이 각색본으로 누군가 다시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햄릿을 남자가 하든지 여자가 하든지 관계가 없다. 그것이 나와 각색가가 의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작가는 "'착한 여자는 천당에 가지만, 악한 여자는 어디든 간다'는 말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시대를 견뎌내는 어리고 약한 자들이 권력자를 향해 내지르는 소리 없는 함성을, 우리 연극이 더욱 잘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리벤지(R)석에서 혹은 사일런트(S)석에서, 혹은 어딘가에서 저마다의 '극중 극' 혹은 '꿈속의 꿈'을 완성해주시면 좋겠다"고 바랐다.

최근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김광보 예술감독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으로 재직 당시인 2016년 '여자 햄릿'을 내세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극 '함익'(극작 김은성)을 연출한 적이 있어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명동예술극장 공연은 '스카팽' 공연 당시인 지난 10월25일 인명 피해가 없던 화재 발생 이후 보수를 마무리하고 선보이는 것이다. 애초 지난달 27일부터 한 달간 공연 예정이었으나, 열흘간 공연으로 회차를 줄였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거리두기 객석제'로 운영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변동에 따라 좌석제가 변경될 수 있다. 20일 공연 종료 후에는 정진새 작가, 부새롬 연출, 여신동 무대미술가, 이봉련 배우가 함께하는 '예술가와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1644-2003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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