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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춤을 춰야 하나?…'타이타닉 연주자'서 답 찾았죠"

등록 2020.12.04 17: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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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위 '2020 창작산실 올해의신작-무용' 예술가들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노네임소수 최영현 안무가, 댄스프로젝트 Tan Tanta Dan 최진한 안무가, 최지연무브먼트 최지연 안무가, 이재환 연출, 소프라노 박유현, 김남식&댄스트룹-다(Da)의 김남식 안무가. 2020.12.04.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노네임소수 최영현 안무가, 댄스프로젝트 Tan Tanta Dan 최진한 안무가, 최지연무브먼트 최지연 안무가, 이재환 연출, 소프라노 박유현, 김남식&댄스트룹-다(Da)의 김남식 안무가. 2020.12.04.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제가 계속 춤을 춰야하나'라는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춤추고 연습하는 모습이 제 주위에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춤추는 건 사치가 아닌가?'라는 시선이 두려웠고, 섣불리 연습을 할 수가 없었죠. 또 팀원들을 모이게 해야 하는 책임감 때문에도 두려웠습니다."

무용단 '최지연 무브먼트'의 안무가 최지연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봄을 비롯한 계절이 사라진 것처럼도 느껴졌다. 단원들이 마스크를 끼고 숨 차하면서, 춤을 추는 모습에 가슴도 아팠다.

그런 상황에서 최 안무가는 영화 '타이타닉'(1997)을 떠올렸다. 배가 침몰해 죽음의 입구에 다다른 절망적인 순간에도 음악을 연주한 악단의 모습을 담은 장면이 특히 와 닿았다. 실제 바이올리니스트 월리스 하틀리는 배가 가라앉기 직전까지 연주했다.

최 안무가는 4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 무용 1차 장르 간담회'에서 "'타이타닉'에서 죽음과 맞닿았을 때 세 연주자가 마지막 순간까지 연주를 이어갑니다. 저는 그게 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춤을 멈추면 안 되겠다, 위안을 주는 예술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먼저 소개된 '2020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무용 4편은 온몸과 상징적인 오브제를 통해 삶의 본질을 묻는 작품들이다. 

댄스프로젝트 딴 딴따 단(Tan Tanta Dan)의 '평안하게 하라'(12월 11~13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위태롭게 흔들리고 부딪히는 '그릇'을 통해 한 인간을 불안하게 만드는 대내외적인 요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울=뉴시스] 댄스프로젝트 딴 딴따 단(Tan Tanta Dan) '평안하게 하라'. 2020.12.04.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댄스프로젝트 딴 딴따 단(Tan Tanta Dan) '평안하게 하라'. 2020.12.04.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mail protected]

2014년 창단된 프로젝트 그룹 '노네임소수'의 '블랙(BLACK)'은 침묵 속에서 관계와 감정의 민낯을 밝히기 위한 수단으로 어둠과 '형광등'을 택했다.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채로 발견된 어린 '새'를 시각화한 최지연 무브먼트 '플라스틱 버드'(내년 1월 9~1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인간에 의해 오염된 자연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김남식&댄스트룹-다(Da)의 '호모 모빌리쿠스'(내년 1월 16~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현대인의 필수품 '휴대폰'을 주제로 휴대폰이 우리 삶의 본질에 미치는 영향과 그 기능을 몸의 움직임으로 담아낸다.

올해 초 코로나19 이전에 진행한 쇼케이스에서 없었던 고민이 코로나19 이후에 더해지기도 했다. 최 안무가는 "팬데믹(세계적 유행)에서는 굉장히 제약적인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데 그 제약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고민했다"면서 "몸에 제약을 가했을 때 움직임에 어떤 변화들이 생겨나는지를 지켜 보면서 작품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호모 모빌리쿠스'는 관객이 참여하는 이머시브 형태를 계획했다가 코로나19 여파로, 형식 변경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서울=뉴시스] 최지연 무브먼트 '플라스틱 버드'. 2020.12.04.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지연 무브먼트 '플라스틱 버드'. 2020.12.04.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mail protected]

김남식 안무가는 "저희 작품은 실제 관객 참여가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었습니다. 관객들이 실제로 전화를 켠 상태에서 공연을 보면서 무대와 교감하는 장면들이 있었다"면서 "갑자기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관객이 없는 상황과 관객이 있는 상황, 두 상황을 대비하며 작품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출발한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은 제작부터 유통까지 공연예술 전 장르에 걸쳐 단계별(기획➝쇼케이스(무대화)➝본 공연) 연간 지원을 통해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한다.

지난해까지 총 206개 작품의 초연 무대를 지원했다. 특히 코로나19처럼 공연 예술계가 생존을 위협받는 때에, 장기간 프로덕션을 안정적으로 해올 수 있어 각광 받고 있다.

댄스프로젝트 딴 딴따 단의 최진한 안무가, 김남식&댄스트룹-다(Da)의 김남식 안무가는 각각 2018 창작산실, 2017 창작산실에 참여한 적이 있다.

최 안무가는 "저희 예술가들이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주는게 창작산실"이라고 여겼다.

[서울=뉴시스] 김남식&댄스트룹-다(Da) '호모 모빌리쿠스'. 2020.12.04.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남식&댄스트룹-다(Da) '호모 모빌리쿠스'. 2020.12.04.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mail protected]

김 안무가는 "아침에 눈을 떠서 생각했어요. 창작산실이 없었다면 올 한 해 내가 어떻게 버텼을까"라고 말했다. 그런데 2017 창작산실에서 선보인 작품은 그에게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원작을 삼은 영화 감독이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그의 작품도 자연스레 묻혔기 때문이다.

김 안무가는 "그때 처음 선보인 작품이 세계화를 준비했었는데도 불구하고, 사라져버려서 이번 작품은 기필코 더 발전시키고 싶다"면서 "그러기 위해 창작산실의 후원과 브랜드가 필요했습니다. 그 이후에 계속 노크를 하다가 이번에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이처럼 외부 환경의 악영향에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의 본질은 작품성이다. 그건 신체의 움직임과 통한다. 

'블랙'에서 신체와 조명을 통해 '감정의 시각화'를 다룰 것이라고 예고한 최영현 안무가는 입꼬리, 눈꼬리 등의 얼굴 표정은 제어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죽고싶을만큼의 쓸쓸함 같은 감정의 울림은 몸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감정이 얼굴보다 몸 안에서 나타나는 것이 '진짜 감정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물리적인 거리를 극복하면서 그 상태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조명 활용'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일부 옷을 벗게 됐고, 근육의 수축과 이완, 구부러지는 각도 등이 잘 보여지게 조명을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노네임소수 '블랙'. 2020.12.04.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노네임소수 '블랙'. 2020.12.04.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mail protected]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미연 대리는 "올해 13년을 맞이한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신작'은 선정 작품들이 우수 레퍼토리가 돼 국내는 물론 해외로도 활발히 유통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TV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를 진행하며 코로나19로 다소 위축된 분위기 속에서도 창작 작품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하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는 네이버 후원하기 기능을 도입했다.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라이브 관람권 비용을 지급, 단체를 격려하고 응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창작산실'은 무용 8편을 포함 연극 5편, 전통예술 3편, 뮤지컬 4편, 창작오페라 1편 등 총 21개 작품을 선정했다. 이번 무용을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2020 창작산실 - 올해의신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창작산실 홈페이지(https://www.arko.or.kr/content/221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티켓예매는 예술위 공연장 홈페이지(http://theater.arko.or.kr)에서 가능하다. 홈페이지 회원은 20~40%, 창작산실 유료티켓 소지자는 30~50% 할인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다. 02-3668-0007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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