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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 식구 챙기기' 프로농구 드래프트

등록 2020.12.08 10: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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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 식구 챙기기' 프로농구 드래프트

[서울=뉴시스] 박지혁 기자 = 지난달 23일 남자 프로농구 국내선수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프로 무대를 꿈꾸며 농구공만 바라보며 자란 선수들에게 첫 번째 인생의 전환점이 될 시험대.

제물포고 차민석(19·199.6㎝)이 역대 최초로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신분으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는 등 총 48명의 드래프트 신청자 중 24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차민석 못지않게 주목받은 선수가 있다. 경희대 4학년 김준환(22·187㎝)이다. 올해 대학농구 1차대회에서 경기당 33.7점을 올린 공격형 가드인 그는 구단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앞이 깜깜한 '전직 농구선수'가 됐다.

김준환의 미지명을 두고 '경희대가 프로 구단들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다', '몇몇 구단이 하위 라운드에서 학연·혈연 지명을 하다 보니 밀려났다'는 등 뒷말이 무성했다.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지명하는 건 구단과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이라는 그럴싸한 수식어로 인연 때문이라는 진짜 이유를 덮어버린 경우가 허다하게 많다.

'학교와 선수 풀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인연으로 얽히지 않을 수 없다', '인연을 의식해 피하는 게 오히려 역차별이다'는 주장도 있다. 허나 오랫동안 인연으로 인한 상부상조가 하나의 부조리가 됐다는 사실을 대다수가 공감한다.

일례로 자식의 진학 문제로 고등학교, 대학교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프로 지도자가 여럿 있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관계자들은 알면서도 쉬쉬한다. 언제 자신들이 이해당사자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드래프트 지명으로 귀결되는 인연의 고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드래프트 이후 한 구단 관계자는 김준환과 관련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 이제는 아예 눈치도 안 보고, 제 식구 챙기는 꼴"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남자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은 내년 1월4일부터 2월28일까지 8주 동안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이든턴의 IMG 아카데미에서 유망 유소년 선수 해외 연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처음 시행하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으로 기량 향상, 동기 부여를 통한 해외 선진 리그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이 대상이다.

오는 9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는다. 서류 전형, 실기 평가, 최종 면접을 거쳐 2명을 선발한다. 한 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약 3500만원으로 모두 KBL이 부담한다.

약 2개월 동안 선진 농구를 배우고,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선수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끼겠나.

벌써부터 "갈 선수들은 이미 정해진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정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뒤에서 모사하지 않을까 의심을 품는 시선이다.

심사위원은 김동광 KBL 경기본부장, 이인식 KBL 사무총장, 김상식 남자 국가대표 감독, 오성식 KBL 기술위원, 이창수 KBL 경기위원, 조상현 남자 국가대표 코치, 오세일 중고농구연맹 심판이사까지 7명이다.

불편한 시선을 받는 건 농구장 사람들이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투명하고 엄정한 심사를 기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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