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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김대중 5시간19분→윤희숙 12시간47분…'필버' 정착했지만

등록 2020.12.13 09:40:00수정 2020.12.13 12: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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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토론 실시, 의사진행 의도적 방해

美 상원의원 역대 최장 기록 24시간18분

1964년 당시 김대중 의원 5시간19분 발언

2016년 테러방지법 관련 총 192시간 30분

與 "코로나 위기 상황" 강제 종결 표결 예정

"주제 벗어난 발언 많이 나와 이미 충분해"

[여의도 and]김대중 5시간19분→윤희숙 12시간47분…'필버' 정착했지만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지난 12일 초선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필리버스터에서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전날 오후 3시24분부터 12일 오전 4시12분까지 총 12시간47분 동안 발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정회 요청이 아니었다면 더 길어졌을 수도 있다.

야당은 9일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과 국정원법 개정안 등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23일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후 1년여만이다.

윤 의원이 새로운 기록을 쓴 가운데 역대 기록에도 관심이 모인다. 종전 최장 기록 보유자는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그는 2016년 3월2일 오전 7시1분부터 오후 7시32분까지 12시간31분간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합법적 수단으로 의사진행 방해…美 24시간 최고기록

필리버스터 제도는 국회 내 다수파인 여당이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다.

2012년 개정된 '국회법 제106조2'에 따르면 이 제도를 통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있다.

의원이 본회의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본회의 시작 전에 의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일단 해당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면 의원 1인당 1회에 한 해 토론을 할 수 있으며, 토론자로 나설 의원이 더 이상 없을 경우 무제한 토론이 끝난다.

또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의 종결을 원하고 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종결에 찬성할 경우에도 무제한 토론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무제한 토론의 효과는 해당 회기에 국한된다. 무제한 토론을 하던 중 회기가 종료되면 해당 법안은 자동으로 다음 회기 첫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0. [email protected]

이에 따라 지난 9일 공수처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로 포문을 열었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회기 만료에 따라 약 3시간 만에 필리버스터를 자동 종료해야 했다.

국회 입법조사관 전진영 박사에 따르면 제헌국회는 국회법 46조에 '의원의 질의, 토론, 기타 발언에 대하여는 국회의 결의가 있는 때 외에는 시간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해 사실상 발언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1964년 4월20일 당시 의원이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동료의원인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5시간19분 동안 발언해 안건 처리를 무산시킬 수 있었다.

또 1969년 8월29일 법제사법위원회 71회 회의에서 신민당의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안을 저지하기 위해 10시간15분 동안 반대토론을 한 사례가 있다.

미국 상원의 역대 최장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은 1957년 민권법 심의과정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대표 상원의원 스트롬 써몬드 민주당 의원이 한 24시간18분 간의 반대연설이다.

◇선진화법 도입 후 4번째…오늘 8시 종결 표결 예정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된 후 21세기 필리버스터의 역사를 살펴보면, 먼저 2016년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해 실행한 바 있다.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직후인 2월23일부터 3월2일까지 39명의 의원이 총 192시간 30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나 국회는 3월2일 새누리당 단독으로 테러방지법을 의결했다.

지난해에는 자유한국당이 12월23일 밤 9시49분께부터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의결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들어가 이날 0시까지 50시간11분 동안 무제한 토론을 이어갔다.

이어 그 달 27일에는 자유한국당이 다시 공수처법 처리에 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26시간34분간 이어진 당시 필리버스터는 연말이 되기 직전인 29일 자정에 종료됐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12일 오전 4시12분께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끝난 뒤 방역을 위해 본회의가 정회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3시15분께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무제한 토론을 일시 중단시킨 뒤 "어제 필리버스터를 한 국회의원 한 분이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힌 뒤 여야 협의를 통해 윤 의원의 토론이 끝난 뒤 본회의를 정회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12일 오전 4시12분께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끝난 뒤 방역을 위해 본회의가 정회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3시15분께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무제한 토론을 일시 중단시킨 뒤 "어제 필리버스터를 한 국회의원 한 분이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힌 뒤 여야 협의를 통해 윤 의원의 토론이 끝난 뒤 본회의를 정회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2. [email protected]

이번에 국민의힘이 신청한 필리버스터는 4번째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필리버스터를 허용해주겠다던 당초의 입장을 바꿔, 강제 종료를 위한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서'를 국회 본청 의사과에 제출한 상태인 만큼 필리버스터는 4일째인 13일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은 확진자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확산세가 심각해 필리버스터를 종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 이틀간 국민의힘이 국정원법 반대의견뿐만 아니라 주제를 벗어난 발언이 많이 나온 것을 봤을 때, 충분히 의견 피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이후부터 종결 표결이 가능한 만큼, 표결은 이날 오후 8시 이후가 될 전망이다.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찬성하면 종결할 수 있다.
   
민주당은 현재 자당 의원들과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범여권 의원 100여명의 종결 동의 서명을 받았다.

현재 민주당은 구속 수감된 정정순 의원을 빼면 173석이다. 여기에 김홍걸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 이용호·양정숙 무소속 의원과 열린민주당 3석, 기본소득당 1석을 더하면 180석 이상이 확보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은 현재 북풍이 불어 삐라를 날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민생도 아니고 시급하지 않으니 민주당에서 이번 회기에 처리하지 않겠다고 하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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