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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성희롱 증거 잡으려 CCTV 몰래설치…처벌될까?

등록 2020.12.13 13: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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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및 직장내 괴롭힘 증거 위해 설치해

종이상자 안에 소형 CCTV 넣어두고 책상에

"증거 수집 방법, 몰래 녹음만 있는 것 아냐"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목적서 한것"…항소

[죄와벌]성희롱 증거 잡으려 CCTV 몰래설치…처벌될까?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성희롱 증거를 수집한다는 이유로 동료직원 책상에 소형 폐쇄회로(CC)TV를 몰래 설치한 회사원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중견기업을 다니는 A(30)씨는 2017년 부서이동을 하게 됐다.

A씨는 새로운 부서에서 만난 한 남성직원 B씨가 자신에게 지속적인 성희롱을 한다며 2019년 10월 고용노동부와 서울지방노동고용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하지만 진정은 '사업주가 적절히 조사 및 조치했다'는 등의 사유로 단순한 행정종결로 끝났다.

A씨는 B씨에 대한 실질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분노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여긴 A씨는 같은해 12월 B씨의 말과 행동을 몰래 녹화하기로 했다.

A씨는 B씨의 책상에 작은 구멍이 난 종이상자를 올려뒀는데, 그 안에는 음성 녹음·영상 녹화 기능이 있는 CCTV 기기가 있었다. 물론 B씨는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A씨는 기계에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30분 단위로 화면 및 음성이 담기도록 시간대를 설정했다. 실제로 올해 1월 두번에 걸쳐 약 5분 동안 B씨와 다른 직원 간의 대화가 녹음됐다.

이같은 A씨의 행각은 올해 초 우연히 발각됐다. 회사 총무팀에서 직원들에게 사무실을 정돈해달라고 재차 요청하던 중 B씨 책상에 있던 CCTV가 발견된 것이다.

결국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당해 부당한 신체접촉 등에 관한 영상증거를 수집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B씨의 영상만이 촬영되도록 CCTV를 설치했다"며 "B씨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고의는 없었다.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보려는 목적에서 소위 '몰래카메라'를 설치한게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인정된다고 봤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지난달 27일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소 부장판사는 "A씨에게 증거수집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을 위반해 타인 몰래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무작위로 녹음하는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또 A씨가 주장하는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증거는 반드시 몰래 녹음하는 방법으로만 확보할 수 있는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설령 A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증거수집을 목적으로 CCTV를 설치했다고 해도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는 이같은 1심 판결에 불복, 즉각 항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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