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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그래도 희망①]'의사 출신 방역사령관' 박향 광주시 국장

등록 2020.12.31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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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코로나19로 '감염병 광풍'이 휘몰아친 경자년(庚子年) 한 해를 뒤로 하고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았다.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은 코로나19가 상당 기간, 또 상당 부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문화스포츠계와 교육 현장 할 것 없이 삶의 현장 곳곳에서 한숨과 신음이 이어지면서 '코로나 블루'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길이기에, 그 끝을 가늠할 수도 없는 길이기에 막막하지만 매일매일 코로나19와 사투하며 방역 전선을 굳건히 지켜내는 이들이 있고, "그래도 희망은 있다"며 봉사와 나눔, 희생과 헌신으로 코로나와 맞서는 이들이 있어 미래는 어둡지 만은 않다.

광주·전남 대표 뉴스 플랫폼인 사랑방뉴스룸(news.sarangbang.com)이 지난 14~24일 지역민 9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응답자 3명 가운데 2명은 신축년 새해 키워드로 '코로나19 극복'을 꼽았다.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선한 바이러스로 희망찬가를 부르는 이들을 만나본다. [편집자주]
박향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사진=뉴시스 DB)

박향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사진=뉴시스 DB)

◇'의사 출신 방역사령관' 박향 광주시 국장

"네. 12월30일 코로나19 광주시 발생 현황입니다."

오후 2시. 광주시청 5층 브리핑룸. 자그마한 체구에 라임색 민방위복 차림의 여성 공직자가 마이크 앞에 선다.

확진자 현황과 증상 유무, 중증도별 현황, 검사 인원과 해외입국자 현황, 병상 수급 실태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상황을 차례로 설명한 다음 특이사항과 당부말씀, 질의답변을 끝으로 10분 남짓 브리핑을 마무리한다.

차분한 목소리에 긴장 어린 눈빛에서 코로나19를 대하는 그의 흔들림없고 진지한 태도가 읽힌다.

박향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의 하루는 코로나로 시작, 코로나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자 싸목싸목 걸어서 무등산을 올라가 보는 것"이 언제부턴가 작은 꿈이 된 그녀에게 하루 하루는 '코로나와의 전쟁'이고, 방역 현장은 전쟁터나 다름 없다.

2014년 7월, '광주시 첫 일반직 여성국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그는 문화관광체육실장, 복지건강국장을 거쳐 올해 1월 첫 여성 자치행정국장에 오르며 커리어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새로운 직책에 오른 지 불과 한 달만에 광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고,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결국 6개월 만에 그는 다시 복지건강국장으로 유턴했다.

2015년 메스르(MERS) 사태를 진두지휘하며 하계 U대회를 무난히 치르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점이 인정돼 '방역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된 것. 아쉬울만도 하지만 그는 "코로나19 예방과 방역을 위해 적극 뛰어달라는 의미로 알고,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순응했다.
올바른 마스크 착용법을 직접 시연하는 박향 국장. (사진=뉴시스DB)

올바른 마스크 착용법을 직접 시연하는 박향 국장. (사진=뉴시스DB)

그로 부터 10일 뒤. 어김없이 오후 브리핑에 나선 그는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주머니에서 마스크 한 장을 꺼내들더니 이내 시범(?)에 나섰다. 올바른 착용법을 몸소 시연한 것으로,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입만 가리는 것은 착용하지 않은 것과 같다"며 소위 '턱스크' '코스크'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때론 시범을 통해, 때론 눈시울을 붉히며 엄중 경고로, 그리고 때론 "감사드린다"는 표현으로 145만 시민들과 함께 코로나 희노애락을 함께 했다.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해제 전 의무검사 등 중앙 정부에 앞선 선도적 대응과 신속한 감염원 추적 등으로 이후 5개월동안 광주는 방역망 안에서 코로나 통제가 가능했고, '방역 컨트롤타워'인 그에게는 언제부턴가 '광주의 정은경'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광주에서 여고를 졸업한 의사 출신 공무원, 단발머리에 안경, 1965년생 동갑내기까지, 닮은 점도 많다.

시민안전의 나침반 역할을 해오며 보람스런 일도 많지만 힘들고 안타까운 경험도 적잖았다.

고등학생이 직접 쓴 손편지와 함께 과자바구니를 들고 사무실에 찾아와 수줍게 웃으면 격려할 땐 작은 행복감을 느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걸려오는 날선 항의전화에는 눈물을 뚝뚝 흘려야만 했다.

"자영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들이 밤새워 폐쇄회로(CC)-TV와 카드사용 내역을 조사하고, 동선을 파악하고 밀접촉자를 분류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는데 '뭐 하느라 아직도 동선을 공개하지 않느냐'는 거친 비판이 들려올 때면 눈물을 흘리는 직원들이 많아요."

"감염 경로가 너무나 명백해 방역수칙 준수를 앵무새처럼 되뇌였는데도 똑같은 경로로 끊임없이 확진자가 나오고, 방역단계가 높아질수록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요즘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시설 확보다. 특히 요양(병)원이 문제다. "요양원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전담병상에 과부하가 걸려 치료에 전념하기 어렵고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확보도 쉽지 않다"며 "감염병 전담 요양병상 또는 능동감시 대상 어르신들을 받아줄 수 있는 시설 확보가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시시각각 예측불허고, 곳곳이 지뢰밭이어서 코로나 안전지대가 없지만,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박 국장은 "신속한 감염원 찾기와 선제적 예방조치라는 투 트랙으로 빈틈없는 방역망을 구축하고 있고, 무엇보다 의료인 등 종사자들이 과로의 연속임에도 놀라운 정신력과 봉사정신으로 '코로나 전선'을 지키고 있어 든든한 희망"이라고 엄지손을 치켜들었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방역 수칙을 꼭 지키자'는 것"이라며 "힘드시더라도 방역 당국을 믿어주고 개인적으로는 위생수칙을 반드시 지켜 달라. 1%의 개인주의가 99%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며 "다행히 백신 접종도 시작되고 있어 저 멀리 피니쉬 라인이 보이는 듯 하다"며 "시민들도 새해에는 모두 건강과 희망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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