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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기자에게 '신고건수' 알려준 경찰…1심 무죄, 왜?

등록 2021.01.0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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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과 근무하며 알게된 정보 전달

검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

법원 "누설해도 국가기능 침해 안해"

"사익 도모한 사정 없다" 무죄 판결

[죄와벌]기자에게 '신고건수' 알려준 경찰…1심 무죄, 왜?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정보과에서 근무하며 일일업무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언론사 기자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해당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수사 방해 우려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경찰서 정보과에서 정보관으로 근무하던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 B씨에게 사건 정보를 알려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업무용 컴퓨터를 이용해 112종합상황실 일일업무보고서 문건 6건을 탐색했고, 이중 '풍속 신고 건수', '중요신고 사건 및 조치' 부분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B씨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전달했다.

A씨가 전달한 '중요신고 사건 및 조치'에는 경찰서 관할 구역 내 112신고 및 상황처리 조치 결과를 발생장소, 신고시각, 지령시각, 도착시각, 신고내용, 조치 등 순으로 작성한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내용들은 문건 형식으로 익일 경찰서장에게 보고되고, 상황관리관 통제 하에 소속 경찰관 중 일부에게 배포하는 내부 문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해당 내용이 형사사건화 된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누설될 경우 범죄수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A씨가 직무상 알게 된 수사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했다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우선 안 판사는 이 사건 누설 내용이 국가공무원법상, 형사소송법상 규정한 비밀로 분류하거나 명시한 규정이라고 볼 수 없어 형식적인 의미에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어 이 사건 누설 내용이 객관적, 일반적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으로서 '비공지성'에는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인정되는 '비닉필요성'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가급적 좁게 해석함이 옳다"면서 "이 사건 누설 내용이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의해 형벌로써 보호될 만한 실질적인 가치를 가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풍속 신고 건수'의 경우 "접수된 풍속 사건의 신고 건수를 단순 수치로 나타낸 것에 불과해 누설된다고 해도 그로 인해 침해될 만한 어떠한 국가 기능을 상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중요신고 사건 및 조치' 부분의 경우 "용의자들은 모두 현행범 체포됐고, 조사는 이미 완료됐을 것으로 보여 누설 내용이 알려진다 한들 수사방해 행위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수사의 보안 또는 기밀사항과 별다른 관련이 없다"면서 "신고 내용에는 신고자 이름이나 성별, 나이 등 신고자를 특정할 만한 구체적 내용이 적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판사는 "A씨가 이 사건 누설 내용을 기자 B씨에게 전달한 것과 관련해 어떠한 경제적 대가가 결부돼 있다거나 개인적 이익을 도모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무죄 판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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