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and]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난 정 총리 '취임 1년'
6선 의원·장관·국회의장…'대선 염두' 총리행 관측
취임하자마자 코로나 시작…'경제·통합 총리' 한계
文대통령 집권 후반기 합류해 '총대' 메는 역할도
코로나 대처 동분서주, 국민 접촉면 넓혀…긍정적
1분기 경제 성적표 등 나오는 4월 거취 결단 주목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신임 총리가 지난해 1월14일 청와대 본관에서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정 총리는 6선의 국회의원, 장관, 국회의장까지 거친 거물 정치인이다. 정치권에서는 "계파로만 따지면 'SK(정세균)계'가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이야기도 있다. 정 총리 본인이 2022년 대권 도전을 하겠다는 선언은 한 적은 없지만 계속해서 중량감 있는 대권주자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정 총리의 이름 찾기가 쉽지 않다. 새해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급'에 비해 '숫자'가 안 나오는 셈이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해 9월1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09.16. [email protected]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급변했다. 취임 6일 만인 1월20일 코로나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2월 대구·경북 지역의 확진자 급증으로 1차 유행 사태가 발생했다. 8월에는 광복절 집회와 수도권 교회를 중심으로 집단감염 사태가 있었고, 12월13일 11개월 만에 첫 1000명대를 기록하며 3차 대유행 상황이 진행 중이다. 사실상 지난해를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마무리한 셈이다. '코로나 총리'로서는 확실히 자리매김 했으나 취임사에서 밝힌 '경제·통합 총리'로서의 행보를 보이기엔 환경이 여의치 않았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정세균 총리가 7일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를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총리실 제공) 2020.11.07. [email protected]
집권 후반기라는 특성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집권 초반기 총리직을 수행하며 문 대통령 지지율 덕을 봤다는 평가다. 한 여권 인사는 "이 대표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능숙하게 대처하며 '사이다 총리'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임기 초 정권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았기에 비판이 적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전했다.
반면 집권 4년차에 합류한 정 총리는 상대적으로 '방어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선제적으로 화두를 던지고 이슈를 이끌기보다 집권 후반기 리스크 관리에 신경쓰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 국민에게 미치는 '각인 효과'는 덜하다는 이야기다. 전면에 나설 때는 청와대가 언급을 꺼리는 현안 등에 총대를 멜 경우다. 정 총리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이나 '법-검 갈등' 사태, 부동산 문제 등 현안에 대해 고개를 숙인 장면이 많았던 이유다. 정 총리 본인으로서는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기 전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동부구치소에서는 전날 13명의 확진자가 나와 관련 확진자는 총 946명(전국 958명)으로 늘어났다. (공동취재사진) 2021.01.02. [email protected]
다만 코로나 사태로 동분서주하며 국민과의 접촉면이 넓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정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 방역 상황을 국민에게 직접 알리는 한편, 지난 9월부터 본인을 캐릭터로 한 웹툰 등을 제작해 귀경길 자제('총리를 파세요')나 코로나 우울증 극복('총리에게 푸세요') 등 캠페인을 진행했다. 여기에 '정책 홍보를 한다'는 취지로 정 총리가 호스트로 나선 KTV 프로그램 '어서오세요, 총리식당입니다' 방영도 화제가 됐다.
이같은 효과 덕인지 최근 바닥 민심 분위기도 좋아졌다는 게 총리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코로나 사태를 성공적으로 수습할 경우 '코로나 총리'라는 이름이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정 총리는 오는 4월 거취를 결단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주례회동에서 정 총리에게 '내년도 1분기 경제성적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분기 경제성적표가 4월 초중반께 나온 후 행보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변수는 역시 코로나다. 코로나 상황이 안정세에 접어들지 않는 국면에서 총리직을 떠나는 것은 정권은 물론 정 총리 스스로도 부담스러운 카드다. 정 총리는 신년사 등을 통해 국산 코로나 치료제 개발과 해외 백신 계약, 국내 백신 개발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축년(辛丑年) 새해 첫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02. [email protected]
한편 정 총리는 지난달 30일 특별보좌관·자문위원단(특보단)과 첫 전체 화상 간담회를 개최하고 국정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코로나 확산과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제안을 청취했다고 한다. 특보단은 지난해 11월 총리실 직제상 정식 구성된 정책자문기구로, 출범 당시 정 총리의 대권 행보의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기존 보건의료, 그린뉴딜, 국민소통 등 3개 분야로 출범했던 특보단은 한 달 후 국민 현안인 부동산을 포함한 디지털경제, 저출생·고령화 등 3개 분야가 추가돼 총 6개 분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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