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 새해 같지 않은 새해...라인업 확정도 못하고 '희망 고문'
주요 제작사들 "코로나 사태 언제 진정될지 몰라"
위키드 등 검증 작품들만 귀환…'비틀쥬스'만 신작 눈길
끝 모를 불황…두 칸 좌석 띄어앉기 재고 목소리도
[서울=뉴시스] EMK 2021 라인업. 2021.01.03.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새해 뮤지컬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작사들은 여전히 라인업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연초는 전년 말부터 일찌감치 확정한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때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1~2주 단위로 티켓 예매를 오픈했다 취소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홍보는커녕 라인업조차 미리 확정하기 힘들다. 이 사태가 언제 진정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현재 통째로 올해 라인업을 공개한 제작사는 EMK뮤지컬컴퍼니와 알앤디웍스 정도다.
EMK는 3월 샤롯데씨어터에서 뮤지컬 '팬텀', 7월 샤롯데씨어터에서 '마리 앙투아네트', 8월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뮤지컬 '엑스칼리버', 11월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레베카'를 공연한다고 예고했다.
모두 이미 공연해서 흥행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이다. 뮤지컬 '엘리자벳' '레베카' 등의 작가 미하엘 쿤체·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손잡고 창작 뮤지컬 '베토벤'을 올해 선보이겠다고 지난 2019년 예고했으나, 코로나19로 기약 없이 미뤄졌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검은 사제들' 이영신 역 캐스팅. 2020.12.14. (사진 = 알앤디웍스 제공) [email protected]
알앤디웍스는 이와 함께 5월 두산아트센터연강홀에서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12월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뮤지컬 '더데빌'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마, 돈 크라이'는 지난해 10주년 기념작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올해로 미뤄졌다. '더 데빌'은 이 제작사의 대표작이다.
위키드 등 검증 작품들 귀환…신작은 비틀쥬스 눈길
1월에만 해도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개막), 뮤지컬 '맨오브라만차'(12일 샤롯데씨어터 개막), 뮤지컬 '명성황후'(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개막), 뮤지컬 '캣츠' 40주년 내한공연 앙코르(22일 세종문화회관 개막),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22일 정동극장 개막) 등 이미 해왔던 작품들이다.
'맨오브라만차'는 지난해 12월부터 공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을 미뤘고 '명성황후' 역시 6일부터 공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세로 2주 개막을 연기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위키드 - 4인 마녀. 2020.12.01. (사진 = 에스앤코 제공) [email protected]
올해 재연작 중에서는 2월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위키드'가 가장 눈길을 끈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옮겼다. 2003년 초연된 이래 공연된 모든 도시의 흥행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웠다.
2013년 '위키드' 한국어 공연 초연 당시 실제 엘파바와 글린다 같은 케미스트리로 프로덕션을 성공리에 이끈 옥주현과 정선아가 돌아온다. 뮤지컬계에 떠오르는 유망주 손승연·나하나가 각각 엘파바와 글린다를 맡아 '위키드'에 처음 합류한다.
신작이 몇 작품에 불과하지만, 세종문화회관과 CJ ENM이 공동주최해 오는 6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하는 '비틀쥬스'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한 영화감독 팀 버튼 월드를 무대로 구현한 브로드웨이 화제작이다.
'비틀쥬스'는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신혼집에 낯선 가족이 이사 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유령 '비틀쥬스'를 소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시각각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화하는 화려한 무대 세트, 추락이나 공중부양 등 마술 같은 연출 기법과 거대한 퍼핏 등이 기대를 모은다.
[서울=뉴시스] ALEX BRIGHTMAN AND ORIGINAL BROADWAY CAST. 2020.10.15. (사진 =Matthew Murphy 제공) [email protected]
끝 모를 불황…두 칸 좌석 띄어앉기 재고 목소리도
2019년 대비 2020년 뮤지컬 개막편수는 3분1가량, 상연횟수는 절반 이상 쪼그라든 셈이다. 매출은 260억원이 줄었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도 암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초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연장됨에 따라 대형 공연은 여전히 제대로 공연을 못하고 있고, 중소형 공연은 두 좌석 띄어앉기에 출혈을 감수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뮤지컬 제작사 대표와 프로듀서들이 한데 모인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는 최근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를 추진위원장으로 선임, 출범한 동시에 코로나19사태에 대한 공연계의 공동 호소문도 발표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윤홍선(왼쪽부터) 에이콤 프로듀서,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프로듀서, 신춘수 오디컴퍼니 프로듀서, 송승환 피엠씨프로덕션 프로듀서,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박명성 신시컴퍼니 프로듀서, 설도권 클립서비스 프로듀서,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본부 프로듀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뮤지컬인의 한 목소리 2020 뮤지컬 갈라 'The Show must go on!'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8.10. [email protected]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시행되는 좌석 두 칸 띄어 앉기 조치로 공연을 유지할 경우 제작사는 존폐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협회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좌석 두칸 띄어 앉기 조치 재고 ▲민간 공연장의 대관료 협의 ▲뮤지컬계 피해 지원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과 정책 금융 시행 등을 요구했다.
협회는 "모든 제작사, 배우, 스태프, 관객들이 한 마음으로 출혈을 감수하며 어려움 극복에 동참하고 있지만 2.5단계에서 좌석 두 칸 띄어 앉기 조치는 실질적으로 공연 진행이 불가능한 희망 고문"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공동 호소문에는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의 10개 제작사인 PMC프러덕션, 신시컴퍼니, 클립서비스, 오디컴퍼니,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EMK뮤지컬컴퍼니, CJ ENM, 에이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쇼노트가 함께 했다.
오는 17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예정이던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공연의 제작사 마스트 엔터테인먼트는 2.5단계 거리두기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3일 공연을 끝으로, 조기 종연하기로 예고했는데 이를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상황이 계속 악화됨에 따라, 뮤지컬 업계는 온라인 공연도 한동안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베르테르'가 4일,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가 8일, 9일, 10일 온라인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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