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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경찰, 집요한 추적끝에 잡은 금은방 도둑이 동료

등록 2021.01.07 15:51:16수정 2021.01.07 15: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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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만에 2500만원 상당 귀금속 훔쳐…치밀한 도주

광주~장성간 CCTV영상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검거

경찰, 동료 경관으로 밝혀지자 '당혹·착잡'

범행 당시 금은방 CCTV 영상. (사진=KBS광주방송총국 제공)

범행 당시 금은방 CCTV 영상. (사진=KBS광주방송총국 제공)


[광주=뉴시스]변재훈 김혜인 기자 = "주말 밤낮 없이 뒤쫓은 금은방 털이범이 동료 경찰관이라니, 착잡합니다."

6일 오후 10시48분 광주 동구의 어느 병원 입원실.

 광주 남부경찰서 강력팀은 금은방에서 25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피의자 A씨를 붙잡았다. 20일 간 애를 태운 검거 작전에 마침표를 찍은 순간이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A씨는 지난달 18일 오전 4시께 남구 월산동의 귀금속가게 유리문을 공구로 깨고 침입했다.

범행은 거침이 없었다.

A씨는 진열대 덮개를 거둬낸 뒤 공구로 유리 진열대 중앙을 단번에 내리쳤다. 진열장이 깨지자 A씨는 금반지·진주목걸이 등을 4~5차례에 걸쳐 자루에 쓸어 담았다. 범행을 마친 A씨가 금은방 밖으로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경찰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능수능란한 범행이다. 사설경비업체가 침입 감지 10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A씨는 달아난 뒤였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 A씨가 범행 직후 회색 승합차를 몰고 주월동 무등시장~전남 나주 방면 도로를 거쳐 곧바로 장성으로 향하는 것을 파악했다.

그러나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인 데다가 차량 번호판이 무언가에 가려 있어 범행에 쓰인 승합차를 특정하지 못했다.

도심을 빠져 나가 교통 CCTV가 적은 한산한 시골로 이동한 탓에 추적이 쉽지 않았다. 강력 2개팀에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까지 투입됐지만, 진척이 없었다.

단서는 '회색 승합차' 뿐이었다. 경찰은 그나마 식별이 가능한 차량 종류·색상을 토대로 경광등 불빛이 비치는 방향을 유추하며 A씨의 행방을 쫓았다.

수사가 장기화되자 CCTV 영상 저장장치 용량이 초과, 범행 당일 장면이 일부 삭제되면서 경찰은 더욱 초조해졌다.경찰은 범행 시간 전후로 예상 도주로 구간을 오간 차량 수천대의 행적을 분석, 동일 차종 여러 대를 추려냈다.

이후 탐문 수사를 거쳐 A씨를 피의자로 특정했다. 범행 이후 4시간동안 예상 도주로 행적이 일치했고 남구 자택으로 되돌아오는 장면까지 확인됐다. 

경찰은 전날 A씨가 입원 중인 병원을 급습, 긴급체포했다.

신원을 확인하던 경찰은 아연실색했다. A씨는 광주 서부경찰서 모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위급 현직 경찰관으로 밝혀졌다.

체포에 투입된 경찰관들은 하마터면 '장기미제'로 분류될뻔한 사건을 해결했다는 기쁨도 잠시, 씁쓸함과 착잡함을 느꼈다. 경찰은 검거 당시까지 A씨의 신분을 모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휴가일에 맞춰 절도 행각을 했으며, 잠적 20일 중 수일 간 파출소에 출근해 관내 치안순찰 등의 업무도 본 것으로전해졌다. 최근엔 병가를 내고 입원했다.

A씨는 '거액의 채무에 시달리다 범행했다'며 혐의를 시인했다. 훔친 귀금속은 모두 회수됐다.

남부경찰은 A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수사관계자는 7일 "홀가분함과 기쁨도 잠시였다. 착잡하기만 하다"며 "A씨를 상대로 계획 범행 여부 등 자세한 경위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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