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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횡단해 호주에 왔다'는 소문에 죽을 목숨이던 비둘기 살게돼

등록 2021.01.15 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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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13일 파란 다리 밴드가 둘러진 비둘기 '조'가 멜버른 지붕 위에 서있다.

[AP/뉴시스] 13일 파란 다리 밴드가 둘러진 비둘기 '조'가 멜버른 지붕 위에 서있다.

[캔버라(호주)=AP/뉴시스] 김재영 기자 = 미국 서부서 태평양 1만3000㎞를 날아 호주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뒤 환영 대신 보건 당국의 살처분 명령을 받았던 비둘기 한 마리가 생명을 유지하게 됐다.

두 달 동안 태평양 위를 날아왔다는 말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져 호주 당국의 '생물안보 위협' 꼬리표가 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6일 호주 멜버른의 한 정원에서 발견된 비둘기 다리에는 파란색 밴드가 둘려져 있었다. 곧 이 새는 다리 밴드를 근거로 두 달 전 미국 태평양변 오리건주에서 개최됐던 비둘기 날기대회에서 참가한 뒤 사라졌던 '그 새'로 알려지게 됐다. 

이런 판단에 호주 보건 당국은 14일 "이 새는 질병 전염 위험 그 자체로 곧 죽여없애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15일 미국 비둘기경주연맹의 디온 로버츠 스포츠개발국장이 텍사스 옆 오클라호마주 소재 본부서 "파란색 밴드는 가짜"라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경주용 비둘기 등의 다리에 파란색 밴드를 두르는데 거기에는 이 새의 소유 소속 및 생년 등을 나타내는 숫자와 알파벳의 바가 인식표로 찍혀져 있다. 애완견의 칩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호주에서 발견된 비둘기 인식표 바는 미국 것이 아니라고 여성 국장은 분명히 하면서 "그를 죽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호주 농무부도 얼마 후 비둘기가 "가짜 복사" 다리 밴드를 차고 있다고 인정했다. 누가 가짜 복사 밴드를 비둘기 다리에 둘렀는지는 알 수 없다.

앞서 이 비둘기를 집 정원에서 발견한 맬버른 주민은 못 먹어 바짝 마른 비둘기가 미국서 왔다는 말을 듣고 취임을 앞둔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을 본따 이름을 '조 피젼(비둘기)'으로 지었다.
 
농무부는 성명으로 "조사 후 우리 부는 비둘기 조가 호주산일 확률이 매우 높으며 이에 따라 생물안보 위험물이 아니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휴가 간 조지 스캇 총리를 대신하고 있는 마이클 맥코맥 총리대행은 사흘 전 비둘기가 미국 것이 확실하다면 자비를 결코 베풀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는 안 됐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처분을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주의 마틴 폴리 보건장관은 질병 위험이 있다해도 새를 살려줄 것을 연방 정부에 요청했었다. "약소한 동정심을 연방 검역 관리들에게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주의원은 "조를 위해서 비둘기 사면 특별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었다. 

한편 집 뒷뜰에서 조를 발견해 이름을 지어줬던 케빈 셀리-버드는 새의 국적이 바꿔져 놀랐지만 새가 죽지 않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호주 검역 당국은 엄격하기로 악명이 높다. 2015년 미 영화배우 조니 뎁과 앰버 허드 부부가 호주에 오면서 요크셔 테리어 두 마리를 몰래 들여온 사실이 밝혀지자 당장 안락사시키겠다고 경고했다.

50시간의 시한이 주어졌는데 결국 조니 뎁은 전세기로 개들을 호주 밖으로 보내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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