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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300억 투입 산재 '예방' 나섰지만…실효성엔 '물음표'

등록 2021.01.21 16:47:18수정 2021.01.21 16: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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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전보건 관리체계 등 예방 강조했지만

"산안법서 시행 등 기존 대책과 다르지 않아"

중대재해법 효과도 의문…"책임자 처벌 관건"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21년 산재 사망사고 감축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1.01.2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21년 산재 사망사고 감축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1.01.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정부가 21일 올해 산재 사망사고 감축을 위해 약 5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산재예방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산재예방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노동자 사망사고 감소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이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산재 사망사고 감축 추진 방향'은 산재 '예방'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 8일 노동자 1명 이상이 사망하는 산재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예방을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물론 중대재해법도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등 산재예방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주로 '처벌'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크게 부각되지 못한 상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 법은 기업인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하고 안전투자를 확대해 중대재해를 근원적으로 예방하는 것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대재해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올해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하에서 기업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등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실제로 올해부터 산안법에 따라 500인 이상 기업과 시공능력 1000위 이내의 건설사 대표이사는 매년 안전보건 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는데 정부는 도급, 위탁, 용역 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 계획도 담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또 50인 미만 중소 사업장은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밀착형 컨설팅' 등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지원을 적극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위험한 기계 교체 등 안전투자혁신사업에 올해 5300억원도 지원한다.
 
이 밖에 건설업 등 중대재해 발생위험 사업장을 중심으로 점검과 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정부는 산업 현장의 노동자 보호를 위해 중대재해 사전 예방에 집중하겠다"며 "중대재해법이 산재 사망사고 감축의 기반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행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정부의 발표는 기존의 산재 예방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여러 산재 감축 방향은 예전부터 하고 있는 지원 정책이나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비슷한 내용을 늘 반복하고 있어서 눈에 띄는 효과는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미 현행 산안법에도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등이 담겨 있는데, 산재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는 88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19년 855명보다 27명 증가한 것으로 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목표치 725명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정부는 산재 절반 감축을 국정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작년의 경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점검 감독이 많이 미진해 목표만큼 사망 사고를 감축하지 못했다"며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국정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최근 산안법 위반에 대한 양형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내년 중대재해법 시행도 앞둔 만큼 기업들이 보다 경각심을 가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현행 산안법은 경영 책임자가 아닌 중간 관리자를 처벌하고 있어 양형 기준을 강화한다 해도 아랫사람을 더 세게 처벌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중대재해법도 법원이 책임자 처벌 판례를 확립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정부가 아파트 공급을 늘린다고 하면서 건설 붐으로 인해 산재사고 사망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산재 감축의 관건은 법원이 얼마나 법의 취지대로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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