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태겸 감독 "힘들 때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떠올렸으면"
유다인·오정세 주연…28일 개봉
[서울=뉴시스]이태겸 감독.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2021.01.22. [email protected]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연출한 이태겸 감독은 "누구나 살다 보면 힘들 때가 있지 않나. 그때 나는 나 자신을 해고하지 않는다는 영화 제목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밤새 열심히 일한 다음 아침을 맞는 기분이다. 날씨가 어떨지 몰라서 두렵기도 하다"고 웃었다.
그는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잘 전달됐으면 한다"며 "영화는 역경을 다루고 있지만, 그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 결국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살아야겠다는 의지로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성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우연히 본 기사로 영감 얻어…제목에 긍정성 회복 담아"
정은은 어느 날 갑자기 권고사직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거부하던 중 하청업체로 1년 동안 파견을 가면 다시 원청으로 복귀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정은은 결국 파견을 결정하지만,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일에 직면하게 된다.
[서울=뉴시스]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포스터.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2021.01.22. [email protected]
그는 "힘든 시기였는데, 기사를 보고 감정이입이 됐다"며 "작품 완성은 언감생심이었고 글이라도 먼저 써보자 펜을 잡았다"고 돌아봤다.
"초고를 쓰고 가만히 제목을 생각해봤죠. 스스로에게 물었고 가장 밑바닥에서 내 긍정성을 회복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어떤 힘든 순간이 와도 나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내 목줄을 타인이 쥐고 있다고 해도 나는 나를 긍정하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 그렇게 제목이 나왔어요."
이 감독은 "직장을 오래 다니다 보면 직장을 빼고 나를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정은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갑자기 쫓겨나면 실의와 좌절에 빠지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아왔는데 그걸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가운 질감의 송전탑, 극 중 '정은'의 현실 상징
[서울=뉴시스]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스틸.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2021.01.22. [email protected]
"묵직함과 차가운 질감 그리고 밑에서 위를 볼 때의 아찔함 이런 부분들이 정은과 우리 자신의 상황을 상징한다고 생각했어요. 쉽게 극복하기 힘든 구조물이잖아요. 옆에서 보면 불규칙한 거미줄 같기도 해요. 여기를 누군가는 올라가는데, 송전탑을 오르는 게 우리 삶과 닮았고 극복할 현재라고 생각했죠."
이 감독은 실제 송전탑에 오르는 노동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도움을 받았다. "그분들의 고초를 들을 수 있었어요. 이명(귀울림)은 물론 영화 속 대사로도 나오는 '(송전탑 노동자는) 두 번 죽는다. 한번은 감전으로, 한 번은 낙하로'라는 말도 들었죠. (영화로) 실체화하는 데 그분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죠. 정말 감사해요."
"유다인·오정세, 열정 컸다…함께 논의하며 자양분 돼"
이 감독은 "정은은 드러내지 않지만 내면에 많은 갈등이 있고 잠재된 연기가 필요했는데, 유다인 배우가 훌륭하게 소화했다"며 "오정세 배우가 맡은 '막내' 역은 착함이 있지만 이를 표현할 시간조차 없이 세 딸을 위해 바쁘게 살아간다. 하지만 타인의 큰 어려움을 외면하지는 않는 그 묘한 연기를 잘 표현했다"고 칭찬했다.
[서울=뉴시스]이태겸 감독.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2021.01.22. [email protected]
"분기점이 되는 중요한 장면인데, 그 대사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어요. 두 배우와 어떻게 풀어나갈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과정 자체가 굉장한 자양분이 됐어요. 두 배우에게 고맙죠."
송전탑 촬영은 교육장에서 안전하게 이뤄졌지만, 혹시나 모를 위험에는 주의했다. 이 감독은 "한 가지 확실한 건 배우들의 열정이 컸다"며 "10㎏ 정도 되는 무거운 장비를 지니고 촬영해야 했는데, 마다하지 않고 하는 모습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송전탑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다루는 만큼 실사의 결을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는 "약자의 현실을 최대한 왜곡 없이 전달하자는 게 첫 번째였다"며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생각하지는 않았고 그것을 잘 표현하는 것이 영화적으로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약자로서 현재 처한 상황이 특별한 게 아니라 보편적인 상황으로 왜곡되지 않게 또 최대한 사실감 있게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 현실이 바닥에 닿는 순간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 소극적인 것 같지만 (버텨내는 게) 최대의 긍정적인 자세라고 생각했죠."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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