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제2의 자우림· 장기하 보고 싶다

등록 2021.02.03 14:12:3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자수첩]제2의 자우림· 장기하 보고 싶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난 1995년 4월5일 서울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드럭'. 미국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1967∼1994)의 1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대한민국 인디 음악이 본격적으로 출발한, 기념비적인 날이다. 홍대 앞에서 스스로 생겨난 밴드들이 연합했다. 기존 음악 시장과 다른 새로운 에너지가 폭발했다.

작년이 인디음악 25주년이었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코로나19 앞에 생계조차 위협 받았다. 올해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K팝 아이돌을 보유한 대형 기획사는 승승장구했다. 온라인 콘서트, 세계적인 차트 성적으로 세계에 한류를 드높였다. 정부는 아이돌 온라인 콘서트를 주축으로 한 한류에 더욱 공을 들였다. 
 
큰 시야에서 보면 한국 문화의 가장 큰 약점은 쏠림일 것이다. 건강한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물론 한류 아이돌 중요하다. K-브랜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상업적인 성공도 가져온다. 음악 담당인 기자 역시 아이돌 관련 기사를 더 많이 쓴다.

요즘처럼 삶 자체가 중요한 시대엔 경제 논리가 우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열관계가 상대적으로 매겨지면, 특정 가치는 간과된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인디업계의 고사가 예다. 브이홀·무브홀 등 홍대 앞 수많은 공연장들이 폐업했다.

한편에선 인디 신을 향해 '너네도 아이돌처럼 온라인 공연하면 되지 않냐?'고 묻는다. 웬만한 온라인 공연은 오프라인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다. 공연장을 빌려야 하고 촬영·송출 장비도 필요하다. 왜 하지 못하느냐고 물을 게 아니라, 왜 하지 못하는지 상황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인디 공연장 중심의 연대체인 '한국공연장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의 공연예술업계 지원 방향이 언택트(비대면)에 맞춰져 있다면, 그에 대한 장비 및 기술, 인력 지원을 촉구한다"고 토로했다.

올해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문화생태계 회복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디지털·비대면 전환' 항목이 포함됐다. '온라인 케이팝 공연장 조성 및 제작 지원'이라고 명시됐다. 인디는 26주년을 맞은 올해 또 외면 받았다.

이와 함께 인디 뮤지션들의 주공연장인 스탠딩공연장에 대한 정부의 지침도 문제다. 현재 공연 스태프를 포함 50명 이하 입장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제작비도 뽑아내기 힘들다. 업계는 최소 정원 70% 이하를 요구하고 있다.

인디 뮤지션에 맞는 세분화된 방역 지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K팝을 위한 온라인 공연에 공을 들이는 만큼, 인디 업계에 조금 더 관심을 쏟는다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자우림, 장기하, 국카스텐, 혁오 등은 인디에서 출발해 스타가 됐다. 인디는 한국 대중음악 다양성의 자양분이다. 지금처럼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제2의 자우림', '제2의 장기하'는 나오기 힘들다.

홍대 앞 개성 강한 인디 밴드로 통했던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은 '알앤비'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오랜 세월 유지했던 긴 머리를 짧게 자르고 / 목숨 같은 나의 기타를 헐값에 팔아버렸지 / 미안해 멤버들아 나는 더 이상 인디밴드를 하지 않을 거야 / 함께 울며 웃으며 연주한 추억을 가슴속에 남길게." 이런 노래가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