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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태오 "NBA 선수 꿈꿨는데 부상으로 좌절 인생 끝나는 줄 알았죠"

등록 2021.02.04 14: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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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새해전야' 스노보드 국가대표 '래환' 역할

패럼릭픽 선수 장애라는 편견없이 캐릭터 연기

'레토'로 주목후 '머니게임'으로 대중 눈도장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배우 되고 싶어"


[서울=뉴시스]배우 유태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21.02.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우 유태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21.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순수하면서 운동을 좋아하는 모습이 닮아있어요."

배우 유태오가 패럴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 선수로 변신했다. 영화 '새해전야'에서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지만, 밝고 따뜻한 모습의 래환을 보여준다.

지난 3일 화상으로 만난 유태오는 "영화가 기대보다 더 재미있게 나와서 기분 좋았다"며 "할리데이 시즌에 볼 수 있는 편한 로맨틱 코미디"라고 추천했다.

'새해전야'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그린 영화다. 취업, 연애, 결혼 등 누구나 경험하고 겪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고민을 네 커플의 이야기 속에 담았다.

유태오가 맡은 래환은 오래된 연인 '오월'(최수영)에게 프러포즈를 하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세상의 편견에 부딪힌다.

독일 출신 유태오, 농구선수 좌절→극복 후 "연기와 사랑"

[서울=뉴시스]배우 유태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21.02.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우 유태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21.02.04. [email protected]

유태오는 "래환의 순수하고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강조했다. "패럴림픽 선수 대부분이 후천적 사고로 인한 경우가 많았다. 래환이도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이런 사람이 됐겠구나 싶었고, 긍정적으로 헤쳐나가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는 스노보드 선수인 래환에게 공감됐다. 어린 시절 운동선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13살 때부터 20살 때까지 농구선수를 했다. 한국인 최초 NBA 선수를 꿈꿨지만, 부상으로 인해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기와 새롭게 사랑에 빠지면서 배우의 길을 가고 있다.

그는 "NBA에서 뛰고 싶었던 꿈이 있었기에, 정말 미친 듯이 운동했다. 180㎝로 농구선수로서 큰 키는 아니지만, 덩크까지 했다"며 "그런데 십자인대를 두 번 다치고 아킬레스건까지 끊어졌다.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의사가 편히 걸을 수 있게 되면 감사해야 한다고 했죠. 회복을 잘 못 해서 6개월간 목발을 짚고 있었는데,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어요. 이후 극복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찾았고 연기를 사랑하게 됐죠. 제가 감히 패럴림픽 선수들의 경험을 알 수는 없지만, 심정적으로 뭔가 이뤄냈다는 느낌은 알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을 래환에게 대입 시켜 연기했죠."

극 중 래환의 독일어 대사는 유태오 맞춤형이었다. "감독님이 배우의 장점을 살리는 고민을 하셨고, 제 캐스팅 이후 생겨났다"며 "래환이 그런 배경에서 자라서 편견 없는 캐릭터라는 점을 살렸고, 좀 더 설득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영화 '새해전야'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21.02.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새해전야'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21.02.04. [email protected]

14년 결혼생활…"아내와 '한 몸'이라는 말 자주 해"

연인 역의 원예사 '오월'을 연기한 최수영과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편했다고 했다.

유태오는 "보는 그대로였다. 지금도 가끔 안부 문자를 주고받지만, 현장에서 케미도 좋았고 너무 편했다"며 "서로 편견이 없었던 커플이었고, 다른 커플들과 달리 오래 사귀었던 유일한 커플이었기에 단단한 관계를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새해전야'는 사회의 편견을 받게 되는 래환과 오월 커플을 비롯해 상황이 다른 네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성에 관한 메시지를 전한다. 독일 출신인 유태오도 한국에 왔을 때 문화적 차이를 체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제가 몰랐던 면이 많았다. 그 안에서 오해와 상처도 생겼고, 또 그 때문에 이해가 생기면서 정체성을 찾게 됐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예를 들면 제게 왜 치열하지 않냐고, 좀 더 집요하지 않냐고 했을 때 그게 뭔지 몰랐어요. 독일 사회는 복지 시스템상 생존에 관해 걱정할 필요가 없고, 저도 그런 위협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거죠. 저같이 생긴 남자가 한국에서 살았다면 이런 성격일 것이라는 오해도 받았어요. 20대 후반에 새롭게 배우고 경험했고, 그때 느낀 감수성들이 연기에 도움이 됐죠."

지난 2007년 결혼한 유태오는 벌써 14년 차 유부남이다. 아내에게 어떤 남편이냐는 물음에 그는 "그건 아내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사랑 아닐까요. 저희는 '한 몸'이라는 말을 자주 해요. 알아가는 시간이 한 10년은 걸리더라고요. 14년 동안 같이 살았고 소통해왔으니 이제는 진짜 뼛속 깊이 알게 된 파트너십이 있죠."
[서울=뉴시스]영화 '새해전야'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21.02.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새해전야'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21.02.04. [email protected]

'전참시' 출연 후 화제…유태오 "긍정적 영향 주는 배우로"

유태오는 배우로서 전환점이 된 작품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2018년 러시아 영화 '레토'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주목을 받았고, 이후 드라마 '머니게임'과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등에 출연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대중들의 반응에 전환이 있었던 건 '머니게임'의 '유진한' 캐릭터와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온 유태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무래도 예능 파워를 무시 못 한다. 빵집에 가서 빵을 사는 데 마스크를 썼어도 사람들이 대부분 알아보더라. 두 지점이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다. 예능은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지 몰라서 사실 무섭고 긴장된다. 앞으로 연기에 집중하겠지만, 만에 하나 제안이 오면 그동안 못 봤던 예능이라면 흥미가 있다. 제가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욕심이 있다."
[서울=뉴시스]배우 유태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21.02.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우 유태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21.02.04. [email protected]

유태오는 '새해전야'에 이어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 2021'의 '대리인간'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작품 속 캐릭터를 만날 때 편견 없이 접근하는 게 자신의 철학이라고 했다. "편견 없이 연기해야 공감하며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제 민낯을 드러내고 긍정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호기심이 많아서 심심하진 않아요. 배우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 제 공간과 시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좋은 영감이 생길 수 있을지 생각을 많이 해요.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스토리텔링의 한 악기가 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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