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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25번째 대책, 집값 잡을 마지막 기회다

등록 2021.02.05 11: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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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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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말만 믿었다가…"

문재인 정부가 25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난 4일 늦은 밤 후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미 정부 정책에 불신이 쌓일 대로 쌓인 후배는 "이번 생에 내 집 마련은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점잔빼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후배는 집에 들어갈 때마다 문득문득 울화가 치민단다. 수화기 너머의 '자책'이 '성토'로 바뀐 뒤에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말을 더 보태지 못한 게 아쉬워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25번째 대책을 곱씹었다. 대책의 핵심은 '공공주도'다. 정부가 앞장서 오는 2025년까지 서울에 32만 가구, 수도권 61만6000가구, 지방 5대 광역시 22만 가구 등 총 83만6000가구가 신규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용적률 상향을 통해 도심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에 대한 고밀 개발에 나선다. 또 민간 참여 확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을 조합원 과반이 동의하면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들 사업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면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보유세·양도세 등 세금 부담을 늘리고, 대출 규제를 강화한 수요 억제 대책에만 몰두했던 정부가 대규모 공급으로 부동산 정책을 전면 선회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굵직굵직한 부동산 대책만 24차례나 발표됐으나, 번번이 반짝 효과에 그쳤고, 내성만 키웠다. 오죽하면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오른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겠는가. 얽히고설킨 누더기 대책으로 주거 안정 문제가 풀릴 리 만무하다.

정부가 집값이 오를 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내놓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수요와 공급 원리를 외면한 채 규제 일변도 정책 기조를 호언장담하던 과신이 자초한 결과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현재 진행형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전(前) 정부·저금리·세대수 급증 등 변명에 가까운 '네 탓'을 하는 동안 세대를 막론하고 집값 상승에 따른 박탈감과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부동산 시장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지, 지난 4년간 대체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25번째 대책에 대해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공급 쇼크'라고 자평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규모 주거단지를 공급할 만한 마땅한 땅이 없는 서울에서 공공주도의 재개발·재건축이 공급 물량을 늘리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다만, 사업 주도권을 넘겨야 하는 공공주도 개발 방식부터 개발이익 제한, 토지주, 세입자, 상인 간 복잡한 이해관계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계획한 물량을 제때 공급하려면 민간 참여가 절대적이지만, 아직 어느 곳에 어떻게 얼마나 공급되는지 구체적으로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워낙 변수가 많아 실제 추진 과정에서 공급 물량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칠 수도 있다. 또 입주까지 최소 4~5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단시일내 주거 안정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현 단계에서 이번 대책이 도심 투기 수요를 키워 시장을 더욱 자극할지, 4~5년 뒤 쏟아질 공급 폭탄에 따른 급락의 기폭제가 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만일 실패한다면 그 후유증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국은 이번 대책이 집값을 잡을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인식하고, 민간의 적극 참여를 유도할,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보완책을 가다듬는 한편 투기 등 부작용 방지책 마련에 한치의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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