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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文대통령 새 전속 통역의 아찔했던 데뷔전

등록 2021.02.07 1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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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회견서 英기자 질문 안 들려…세번째 답변만에 통역

마스크에 헤드셋…온·오프라인 병행 '랜선 회견' 최초 시도

긴장했지만 차분히 상황 극복…회견 끝난 뒤 아찔함 토로

작년 9월부터 文대통령 전속…바이든 첫 통화 원활한 통역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파이낸셜타임스 에드워드 화이트 지국장으로 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2021.01.18.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파이낸셜타임스 에드워드 화이트 지국장으로 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2021.01.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마이크 가까이에 대고 다시 질문 해달라고 얘기해."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총연출을 맡은 탁현민 의전비서관의 다급한 목소리가 회견장 안으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생방송 도중 총연출이 진행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 때문이었다. 처음 시도하는 온·오프라인 회견을 감안해 음향, 인터넷 연결 상황 등을 꼼꼼하게 점검했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회견 종반부 무렵 23번째 질문자로 나섰던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에드워드 화이트 기자는 문 대통령을 향해 '재벌 개혁'의 지속적인 추진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다. 마스크 속에서 웅얼거리는 저음의 작은 목소리, 만족스럽지 못했던 개인 헤드셋 마이크 성능 등 악조건이 겹치면서 질문의 내용은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었다. 문 대통령의 새 전속 통역사 서혜수 행정관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긴장했다. 다시 질문해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고 탁 비서관이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부득이 개입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한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를 접견하고 있다. 2020.09.16.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한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를 접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냉정을 되찾은 서 행정관은 외신 기자를 향해 마이크 앞으로 다가와 보다 분명하게 질문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에드워드 화이트 기자의 질문은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쳐 세 번 반복 끝에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서 행정관은 생방송 통역 자리가 처음인 데다, 통역 업무 외에 순간적으로 진행자 역할을 겸한 데뷔전이었다. 다행히 탁 비서관의 도움 속에 위기를 잘 넘겼다. 처음 대중 앞에 섰던 날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이날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이른바 '랜선 회견'은 여러모로 최초의 시도였다. 생방송 통역도 처음이었고, 수 많은 카메라 앞에 선 것도 낯선 경험이었다고 한다. 회견장 안의 외신 기자는 5명 뿐이었고, 화면 너머 온라인에 접속해 있는 기자들이 더 많았다. 질문자의 입 모양은 마스크에 가려져 있었다. 4차례의 리허설을 했지만 해당 기자가 착용한 개인 헤드셋 마이크 상태 문제는 사전에 걸러지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기자 100명의 헤드셋 상태를 사전 리허설에서 최대한 점검했지만 100명 전원을 체크할 수는 없었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11.12.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으로 긴장하기는 했지만 차분한 대응으로 위기 상황을 잘 넘겼다. 서 행정관이 대통령 전속 통역 업무를 맡기 시작한 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발력 있는 대응으로 평가된다. 회견 종료 뒤 동료 직원들에게 아찔했던 순간이었음을 토로했다고 한다.

서 행정관은 전임자였던 채경훈 행정관의 후임자로 지난해 9월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 파견 근무 중이다. 문 대통령의 전속 통역을 담당하고 있다. 취임 직후의 김종민 행정관, 채 행정관에 이어 세 번째 문 대통령의 통역을 담당하고 있다. 2013년 외무고시 47회 출신인 서 행정관은 채 행정관(외시 41기)의 외교부 6년 후배다. 채 행정관이 외교부로 복귀하면서 바통을 물려받았다. 청와대 근무 전에는 외교부 기획조정실 창조행정담당관(2016년)을 거쳐 개발정책과장(2019년)을 지냈다. 영국식 영어를 구사했던 채 전 행정관과 달리 서 행정관은 미국식 영어를 사용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채 전 행정관은 어릴 적 런던에서 공부해 영국식 영어를 사용했다면 미국에서 공부한 서 행정관은 미국식 영어에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서 행정관이 문 대통령의 새 통역을 맡게된 배경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서 개연성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채 전 행정관이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정점에서 주요 통역을 도맡았다면, 서 행정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 차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9월16일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의 문 대통령 접견 통역이 서 행정관의 첫 업무였다. 동료 직원들은 중압감이 심했을 서 행정관을 격려하는 의미로 청와대 속 야생화를 영자 신문에 포장해 선물했다. 앞으로 펼쳐질 중요하고도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잘 만들어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11월12일에는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통화가 있었다. 상견례 성격이 담긴 두 사람의 첫 통화에서 '아이스 브레이킹'을 매끄럽게 잘 도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4일 이뤄진 공식적인 첫 한미 정상통화 통역의 밑거름이 됐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라는 인간적 유대감을 느낄 수 있던 데에는 서 행정관의 원활한 통역이 한 몫 했다고 한다. 강민석 대변인은 "진지한 분위기 속에도 가끔 유머가 나올 정도로 편안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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