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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코로나19 시대, 슬기로운 직장 생활

등록 2021.02.10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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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

[서울=뉴시스]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

[서울=뉴시스]  직장인의 관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매우 낯선 환경에서 생존의 모색, 어떤 상황에서든 목표 달성이라는 심리적 부담감, 기술의 의존성 심화, 실업의 두려움, 여행의 자유 제한으로 여가생활의 부족 등을 경험하고 있다. 이럴 때 기업은 다각도로 직원들의 불안을 달래고, 이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한 연구진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불안한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공감력을 향상시켜 조직의 일하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Chatterjee, et. al., 2021).

코로나19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출의 감소, 판매 전략의 대대적 수정, 수익의 악화 등을 초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직원들의 가족 중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세상을 떠났거나, 코로나19 환자에 병상을 내줘 다른 병원을 전전하면서 만성질환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높은 의료비에 빚까지 낼 경우도 있다. 실업이나 전직의 불안감으로 밤잠을 설칠 수도 있다. 

이런 직원들의 물질적, 심리적 변화를 알아채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조직의 핵심 인력을 잃을 수 있다. 이때가 기업이 노동자에 대한 연민이나 공감의 능력을 발휘할 때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기업은 정보통신기술의 효과를 효율성, 통제, 또는 회사이익의 극대화에 두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익과 통제에 최적화 되어 이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심적인 변화나 고통에는 당연히 둔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은 통제의 대상이지 보살핌의 대상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기술은 이익의 극대화에는 기여하지만 기술의 어두운 이면, 예를 들면 사이버 왕따, 가짜뉴스의 확산 등에는 무력하다.

효율성과 통제를 핵심동인으로 작동하는 정보기술을 연민과 배려, 공감을 핵심동인으로 움직이게 할 수 없을까. 이 연구진은 정보의 입력에서 적용이라는 흐름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정보의 흐름이 관리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직원들이 일대일 혹은 그룹 대 그룹으로 만나 정보가 통합되거나 확산되도록 조정하면 어려움에 처한 직원들의 고통을 알아채는 데 도움이 된다. 누군가는 일하면서 동료의 얼굴 표정이나 몸 상태를 살피게 될 것이고,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회사 운영진과 공유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직원들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감지하는 센서, 스마트 웨어러블 장치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다. 동료들에게 말을 못하지만 직장 상사로부터 부당한 질책을 받았거나 조직에서 따돌림을 당할 경우, 이런 센서들은 직원의 고통을 인지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의 목적은 직원에 대한 기업의 연민과 공감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공감 향상을 위한 시스템은 조직 내부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뿐 아니라 기업에서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 기업의 이해관계자 등에 대한 공감을 높이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자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불편을 민감하게 듣고 반영하는 시스템의 개선을 가져오거나, 하청업체가 비인간적인 근로조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지 파악해 이 업체와 거래 관계를 끊을 수 있다. 조직 내부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조직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살피게 되고, 더 넓게는 사회적 분위기를 ‘공감과 배려’로 이끌어가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렇게 된다면 코로나19는 기업의 생태계에 새로운 회복력을 불어넣는 기회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직장에서 경험하는 두드러진 갈등도 예상해보자. 급변의 시대에 직업의 불안정성이 증가할 때, 매출의 감소로 각종 인센티브가 없어지거나 줄어들 때, 직원들은 작은 파이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일부 직원은 동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성과가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는 대신 동료를 방해하는데 노력할 수 있다(Chowdhury, 2020). 예컨대, 동료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숨기거나, 다른 사람의 일을 망치며, 직장에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릴 수 있다.

직원들은 의도적으로 일의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조직의 명성과 재산을 훼손하는 활동을 하면서 고용주나 경영진에 대해 '보복성'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코로나19처럼 급변의 때에 기업의 성과가 낮아진다면 직원들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관련이 있다고 믿어지는 동료들을 찾아내 비난할 수 있다. 이들 때문에 손실이 커졌고, 자신의 월급이 적어졌다며 우회적으로 분노를 발산하는 것이다.

이렇듯 동료들간 싸움으로 번지면 조직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급변의 상황이 정리되어도 이런 상처는 남아 조직의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금처럼 급변의 시기를 빌미로 회사에서 직원간의 협력은 낮아지고, 회사를 향한 높은 수준의 방해 활동이 등장하지 않도록 세심한 조치가 필요하다. 협력으로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긍정적인 말이 오갈 수 있도록 회사 분위기를 조성하며, 의사소통의 횟수를 늘려 작은 오해라도 생기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특히 조직의 정체성과 비전을 재정립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서로 믿고 격려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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