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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만호 어디에"…깜깜이 공공개발에 '거래절벽' 어쩌나

등록 2021.02.12 05:00:00수정 2021.02.12 05: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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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도 개발 지역·시기 빠져"…부동산시장 혼란 자초

'현금 청산' 대상 우려 커져…실수요 주택 매매 끊겨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1.01.12.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1.01.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2·4 공급대책 발표 이후 거래가 뚝 끊겼어요."

지난 10일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내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의 2·4 공급 대책 발표 때 후보지 등 세부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서 집을 팔기도, 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특단의 대책이 일선 현장에서는 부동산 거래 제한법이나 다름없다"며 "지금 빌라를 사면 자칫 피해를 볼수 있기 때문에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조차 거래를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를 비롯해 전국에 85만호의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한다는 2·4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정부는 '공급쇼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25번째 부동산 대책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공급 지역과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이 빠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일 서울과 수도권 등 전국 85만호의 물량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시 공공주도 개발 지역과 시기, 방법 등을 특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역 등에 대해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해당지역 주민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또 정부가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지난 4일 이후 신규 계약한 매물에 대해 '우선 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고, '현금 청산'하기로 못 박았다.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풀이된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정비사업은 소유주 중심의 조합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개발 이익이 사유화돼 과도하게 투자 대상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새로운 모델을 적용하면, 투기수요 유입 억제가 가능해 사업을 신속히 진행하고 세입자·상인의 내몰림 등 기존 정비사업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 장관은 "대부분 입지가 확정된 상태지만 미세하게 구역 조정이나 지방자치단체와의 마지막 합의를 남겨놓고 있어 구체적인 입지를 밝히지 않았다"며 "조만간 지자체와 협의가 완료되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세금·대출·청약 등을 총망라한 잇단 규제 대책으로 거래절벽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주도 개발 때 아파트 우선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 청산만 가능했기 때문에 '거래절벽'을 넘어 '냉각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2.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2.04. [email protected]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대책 발표 이후 지난 9일까지 서울(25개 자치구)에서 진행된 다세대, 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총 39건으로 집계됐다.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12월 거래량(6203건)과 비교하면 급감한 수준이다.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실수요자들이 역세권 저층 주택의 매입을 꺼리고 있다는 게 일선 현장의 공통된 설명이다.

동작구 흑석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공공개발사업이 안 될 곳이 대체 어디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거래를 주선하고 싶어도 나중에 자칫 손해를 배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중개인조차 거래가 망설여진다"고 토로했다.

용산구 후암동 후암1구역 내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공공개발사업의 지역과 시기가 불분명한 깜깜이 대책 때문에 지금 주택을 사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실수요자들조차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사실상 거래가 끊겼다"고 전했다.

주택시장에서는 매도자는 집을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고, 매수자는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확대 정책에 따른 구체적인 추진 방향과 시기 등이 나오지 않아 부동산시장이 혼란스럽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급 확대 신호를 보낸 것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공급 물량 자체를 늘리겠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지역과 시기, 방법 등 세부적인 계획이 없다 보니 부동산시장이 혼란스럽고 논란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 수요자들이 원하는 위치와 시기가 맞아야 하고, 무엇보다 민간의 참여가 관건"이라며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지만, 현금 청산 등과 같은 방식은 거래의 자유를 침해하고, 지나친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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