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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슈가도 래퍼 라비도 '조선팝'에 올라탔다...국악×K팝 얼쑤~

등록 2021.02.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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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범 내려온다'가 쏘아올린 국악의 변천사

[서울=뉴시스] 이날치. (사진=KBS국악대상 제공) 2020.12.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날치. (사진=KBS국악대상 제공) 2020.12.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명 '조선팝'이 21세기 대한민국을 들썩이고 있다.

국악과 K팝을 합친 '국악팝'으로도 불리는 '조선팝'은 전통 가락 노래에 독특한 리듬감의 춤으로 무장, 보는 순간 고정시키는 충격요법을 선사한다.

이날치 '범 내려온다'가 대표적이다. 눈과 귀를 뗄수 없게 만드는 매력에 공연 무대뿐만 아니라 CF까지 점령하며 인기몰이중이다.

 이날치는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과 자웅을 겨룰 정도다.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에 '올해의 음반'·'올해의 음악인'·'올해의 노래' 후보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밴드 '추다혜차지스'도 부상하고 있다. 주로 굿을 할 때 부르는 노래인 무가(巫歌)를 기반으로 삼은 이 밴드는 위 시상식의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부문과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국악의 대중화'라는 표현은 이제 낡은 느낌이다. 소리꾼 이희문의 파격이 시작이었다. 남자 멤버들이 여장을 하고 ‘베틀가’, ‘옹헤야’ 등 한국 전통 민요를 편곡해 부른 '씽씽'의 무대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2017년 미국의 공영 라디오 NPR에서 제작하는 유명 음악 채널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에 초청, 유튜브 조회 수 100만을 돌파하기도 했다.

 '진부'의 틀을 벗은 국악은 흥과 춤이 살아있는 현대적 감각의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국악은 시대마다 몸을 틀며 변화해왔다. 우리가 '서양의 것'에만 한 눈을 팔때 국악인들은 용틀임을 계속했다. '우리 것'을 재생하며 새로움을 시도했고 추진해왔다. K팝이 아닌 조선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까지 '국악의 대중화'가 어떻게 진보해왔는지 알아본다.  

황병기로부터 출발한 '국악 대중화'

현대판 '국악의 대중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기원에는 '가야금 명인' 황병기(1936~2018)가 있다.

1974년 유럽 공연을 앞두고 신라 음악을 되살린 '침향무', 신라 고분에서 발견된 페르시아 유리그릇에서 영감을 얻은 '비단길' 등 전통을 품는 동시에 독창적인 곡들을 선보여왔다.

특히 1975년 명동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미궁' 등이 대표작이다. '미궁'은 첼로 활과 술대(거문고 연주막대) 등으로 가야금을 두드리듯 연주하고 무용인 홍신자의 절규하는 목소리를 덧입은 파격 형식의 곡이었다. 2000년대 들어 미궁 관련 괴소문이 퍼지면서 젊은 층에서 관심을 갖기도 했다.

사물놀이도 우리 음악을 대중에 널리 알렸다. 1978년 2월 당시 공연예술의 발화점으로 통한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남사당패 김덕수, 이광수, 최종실, 김용배 등 4명이 '사물놀이'를 만들어냈다. 연출가 겸 공연기획자로 참여한 심우성(작고)이 이 명칭을 창안했다. 서민들의 기본이자 필수 악기인 꽹과리, 징, 장고, 북으로 익숙하고도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냈다. 

[서울=뉴시스] 황병기, 가야금 명인. 2018.09.18. (사진 = 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 황병기, 가야금 명인. 2018.09.18. (사진 = 국립극장 제공)

1980년대 사물놀이와 함께 국악의 대중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주인공은 '신국악운동'의 선두주자였던 국악 실내악 그룹 '슬기둥'이다. 1985년 피리 강호중, 소금·대금 이준호, 해금 정수년 등 당시 신세대 연주자 8명이 의기투합했다. 작곡가 김영동과 함께 '국악 가요'라는 새 장르의 물꼬를 텄다. 

슬기둥은 이후 '국악계의 이단아' 원일, 스타 소리꾼 김용우, 거문고 명인 허윤정 등으로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새로운 음악을 지속했다.

90년대 가요 황금기? 국악 실험 부흥기!…2000년대 황금기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1990년대는 가요 황금기로 통한다. 앨범은 수백만장씩 팔렸고 신승훈 같은 발라드 싱어송라이터뿐만 아니라 서태지와 아이들·듀스 같은 댄스 음악, 1세대 아이돌 H.O.T의 등장으로 K팝의 기운이 싹을 텄다.  

동시에 국악도 실험 부흥기를 맞았다. 대표적인 팀이 '어어부 프로젝트'다. 국내 인디 1세대 실험 밴드로도 통하는 이 팀은 원일에 이날치의 핵심 멤버인 장영규 그리고 배우·화가도 겸하는 백현진이 결성했다. 1997년 내놓은 1집 '손익분기점'은 괴작으로 통하는 동시에 명반으로 통한다.

이후 원일은 팀에서 빠졌고 어어부 프로젝트는 장영규, 백현진 듀오로 재편됐다. 원일은 대신 1993년 결성한 창작타악그룹 '푸리' 활동에 매진했다. 푸리는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음악을 모색했고, 해외 뮤지션들과 활발하게 협업했다. 영화 '기생충'의 음악감독으로 여전히 우리음악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정재일이 푸리 3기 출신이다.

2000년대는 국악 실험의 황금기다. 원일이 결성한 연주 단체 '바람곶', 장영규가 주축이 된 '비빙'은 세계를 돌며 우리음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음악을 선보여 큰 호평을 들었다. 뉴욕을 기반으로 허윤정 중심으로 활동한 다국적 퓨전 국악그룹 '토리앙상블'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대 안정화…2020년 기운이 폭발했다

2010년대는 실험이 안정화된 기간이다. 상징적인 곡이 대중음악 좀 듣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자룡, 활 쏘다'이다.

푸리에서 함께 몸 담았던 정재일과 한승석 명창이 판소리 '적벽가' 중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을 옮겼다. 2007년 푸리의 2집 '네오-사운드 오브 코리아'에 실렸던 곡인데, 2010년대까지 여운이 이어졌다.

[서울=뉴시스] 지난 7월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씽씽. 2017.11.10.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 7월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씽씽. 2017.11.10. (사진 = 국립극장 제공) [email protected]

한승석과 정재일은 판소리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의기투합, 2년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4년 판소리에 기반한 앨범 '바리 어밴던드(abandoned)'를 발표했다. 

이일우(기타·피리·태평소), 김보미(해금), 심은용(거문고)이 주축인 밴드 '잠비나이'는 2010년대 국내보다 해외에서 훨씬 더 유명한 팀으로 주목 받았다.

그 다음은 밴드 '씽씽'을 빼놓을 수 없다. 장영규, 추다혜 그리고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이 중심이 된 이 팀은 민요 록밴드로 불리며 폭발적인 기운을 자랑했다.

특히 지난 2017년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대표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에 한국인으로는 처음 출연했다. 방탄소년단은 작년 이 프로그램에 나왔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현재 장영규는 이날치, 추다혜는 추다혜차지스로 활약하며 한국 음악 신의 자양분을 넓히는 중이다. 이희문 역시 놈놈, 허송세월이 함께하는 경기소리 프로젝트 '오방神과(OBSG)'으로 인기다.

이들 외에 최근 국악계 아이돌로 통하는 밴드 '상자루'도 폭발적인 인기를 감지하고 있다. 작년 정규 4집 '박수무곡'을 내놓은 크로스오버 그룹 '고래야'도 주목할 만한 팀이다.

국악은 밴드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대중음악계에 깊이 침투하고 있다. 특히 트로트가수 중에서는 국악 전공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송가인이 대표주자다. '미스트롯2'에서 주목 받고 있는 홍지윤도 국악 전공자다. 또 이 프로그램에서 김다현과 김태연은 '국악 신동'으로 통했다.

국악은 아이돌과 힙합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서울=뉴시스] 어거스트 디 '대취타'. 2020.05.23. (사진=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어거스트 디 '대취타'. 2020.05.23. (사진=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는 '어거스트 디'라는 예명으로 발표한 '대취타'를 동명의 전통음악을 샘플링해 만들었다. 대취타는 조선시대 왕의 행차나 군대 행진에 주로 쓰인 군례악이다.

그룹 '빅스' 멤버 겸 래퍼 라비(RAVI)가 최근 발표한 신곡 '범'(虎)은 동양풍의 루프와 힙합비트 위에 구성진 판소리와 화려한 랩이 조화됐다.

방송가도 이번 설 연휴 프로그램에 국악을 전면에 내세웠다. KBS 1TV가 12~13일 방송하는 2부작 드라마 '구미호 레시피'는 국악 뮤지컬을 내세웠다.

정가 스타 하윤주, 소리꾼 김나니 그리고 이희문을 내세워 판소리와 민요, 정가 등 한국 전통 소리를 들려준다. 11일 방송한 KBS 2TV '조선팝 어게인'에는 이날치, 악단광칠, 송소희, 송가인, 김영임 등이 출연했다.

공연계 역시 우리음악의 바람이 한창이다. 우리 전통 음악에 힙합을 접목한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 외쳐 조선!'도 현재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스타 소리꾼 이자람은 아마도이자람밴드로 이미 대중음악 신에서 주목 받고 있다.

국립창극단은 실험적인 작품들로 젊은 관객들의 지지를 받았고, 이 예술단의 단원인 김준수·유태평양·이소연은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슬기둥, 어어부 프로젝트, 푸리를 거친 원일은 여전히 실험 국악계에서 핫한 인물인데 그가 이끄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박진감 넘치는 연주로 호평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창작음악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한 '아르코 한국창작음악제 국악부문 선정작품 연주회'가 주목 받기도 했다. 실험적인 국악관현악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자리로 몇년 동안 호평을 듣고 있다.

그럼 최근의 국악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국악이 다른 분야를 존중하면서 시너지를 내는데 주력하고 있는 점이 큰 이유 중 하나다. 이날치가 '범 내려온다'에서 안무가 김보람이 이끄는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시너지를 이룰 수 이룬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아르코 한국창작음악제에서 25현 가야금 이중협주곡 '별똥별'(협연자 김보경·박소희)을 선보인 96년생 이재준 작곡가는 지금의 국악의 대중적인 인기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21세기 초반엔 국악이 밴드 악기를 흉내내려고 했던 거 같다. 지금의 국악이 선택 받는 방식은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를 들려주되 현대인이 즐길 수 있는 요소를 '플러스'하는 거다. 어설프게 섞는 것보다 각자 장점을 살리는 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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