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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코로나 1년…소주성도, 포용성장도 사라졌다

등록 2021.02.21 05:00:00수정 2021.02.21 06: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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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감소한 가계소득, 회복엔 시간 더 오래 걸려

재정이 더 적극적으로 민간 고용유지·창출 도와야

저소득층엔 단기 재정 일자리도 지속 공급할 필요

[세쓸통]코로나 1년…소주성도, 포용성장도 사라졌다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참사', '지난해 임시근로자 감소폭 사상 최대', '나홀로 사장님만 늘어', '소득 하위 20% 근로소득 급감', '소득불평등 더 커져'.

최근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제목들을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부터 때리고 있다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1년이 지나면서 양극화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재난지원금은 물론 각종 보조금, 금융지원 등 재정의 역할도 이를 저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 역시 여실히 나타납니다. 그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왔던 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의 이름도 모두 무색해졌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주목할 통계는 통계청의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입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국민 소득 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4.72배로 1년 전(4.64배)보다 0.08배포인트(p) 증가했습니다.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1분위(하위 20%)보다 4.72배 많다는 의미입니다. 이 지표는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불평등의 정도가 심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특히 근로·사업소득 등 시장소득만을 기준으로 한 5분위 배율은 7.82배로 1년 전 6.89배보다 0.93배p나 증가한 것으로도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개입이 없었다고 전제했을 땐 이 정도까지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크게 감소한 탓입니다. 4분기 1분위의 근로소득은 13.2%나 감소했는데, 코로나19가 시작된 작년 1분기부터 1년 내내 연속 감소세입니다. 소득 하위 20~40%인 2분위 근로소득 역시 5.6% 감소하면서 1년째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를 메운 건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정부 재정 지원입니다. 공적이전소득은 1분위에서 17.1%, 2분위에선 25.0% 증가하면서 이들의 소득 추락을 막아낸 것이죠. 말 그대로 재정에 가까스로 의존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면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내수 업황이 쪼그라들면서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휴·실직이 늘어왔던 것이 소득 통계에서도 드러난 셈입니다. 문제는 작년뿐만 아니라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통계청의 '1월 고용동향'을 보면 대표적인 고용 취약계층으로 꼽히는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각각 56만3000명(-12.7%), 23만2000명(-17.0%)씩이나 감소했습니다.

이에 반해 5분위의 근로소득(+1.8%)은 전 소득 분위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를 나타냈습니다. 3·4분위는 증감이 0%로 현상이 유지됐습니다. 망가진 내수와 달리 수출에선 개선세가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 고소득 근로자들의 벌이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기업에서 '때아닌' 성과급 논란이 나왔던 사례를 보면 코로나19가 저소득층에 유독 지독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는 한동안 이런 양극화가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 번 감소한 가계의 노동소득이 과거로 회복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결국 실직자가 다시 취직하거나 폐업한 가게가 다시 문을 열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세쓸통]코로나 1년…소주성도, 포용성장도 사라졌다



역시 해결책 중 하나로 과감한 재정 투입을 배제할 순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물론 재정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드러났고 중장기적으로는 감염병 사태 종식과 함께 경제 정상화,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력 확대 등 선순환이 나타나야만 합니다. 하지만 당장은 나라가 빚을 내더라도 과감하게 사업장의 고용유지, 경영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아직 선진국 대비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이기도 하거니와, 다른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더 거침없이 재정을 풀고 있다는 사실을 볼 필요도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간한 국가별 코로나19 대응 재정 정책 보고서('Fiscal Monitor Database of Country Fiscal Measures in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지원은 선진국과 달리 예산을 직접 투입하는 게 아니라 금융지원을 통해 유동성을 늘려주는 방식을 주로 택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해 직접 지출한 재정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3.4% 수준입니다. 이는 G20 국가 중 15번째에 불과합니다. 확진자 수가 우리보다 훨씬 많은 미국의 경우 GDP 대비 16.7%를 풀었다고 IMF 통계는 밝히고 있습니다.

마침 정부는 다음 달 첫째 주 15조~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발표한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소상공인이나 고용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외에 일자리 대책도 함께 담긴다고 합니다. 정부는 또 1분기 내 직접 일자리를 90만 개 이상 집중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 상황에선 무엇보다 고용 창출에 정책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과감한 확장재정 필요…문제는 '어디에 쓰느냐'


국가부채 증가 속도 탓에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적잖은 것 역시 사실입니다. 따라서 핵심은 '어디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 것인지'가 될 것입니다. 재정을 통한 일자리 증대와 소득 견인은 한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재정 여력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지난 1년간 증명됐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여당이 추진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지원금', '국민 사기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보편지급의 투입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한 게 사실입니다.

추경은 이번 한 번으로 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빚을 내 추경을 짜야 하는 만큼 피해계층, 취약계층 등 정말 도움이 시급한 이들에게 과감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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